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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Jul 04. 2023

“불완전함의 미“

아유 스페이스

“불완전함의 미“ - 아유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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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건축에는 도랑주 기둥이 있다. 전통 건축에서 기둥은 나무를 막대기 모양으로 다듬어서 사용했는데, 도랑주는 그런 가공 없이 나무 형태를 그대로 살려서 사용한다. 현대인에게 흔한 전통 건축이 궁궐이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기둥은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민흘림’, 중간 부분이 두꺼운 ‘배흘림’, 머리와 뿌리 지름이 같은 ‘원통형’의 올곧은 형태다. 간혹, 산속 불교 사찰이나 민가의 전통 건축물을 보면, 이런 기둥과 함께 조금은 비틀어지고 엉성한 형태의 도랑주 기둥도 찾아볼 수 있다. 불완전하지만, 제 기능을 다하는 모습에서 숨은 미학을 발견한다.


전통 예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자 달항아리는 불완전함 속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도자기는 크기가 클수록 대칭성을 구현하기 어렵다. 달항아리는 크기가 큼에도 대칭성을 유지해 그 가치가 인정된다. 신기하게도 달항아리를 자세히 보면, 일부 살짝 들어가고 일부는 조금씩 튀어나와 완벽한 대칭을 가지지 않는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결이 거친 면을 만들고, 굽는 환경에 따라 백색이 아닌 오묘한 청색 빛을 띠기도 하니, 달항아리는 불완전한 요소가 모여 완전해 보이도록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도랑주, 달항아리뿐만 아니라, 우리네 건축은 다른 나라의 건축과 달리 어딘가 올곧지 않은 면이 존재한다. 때론 거칠고, 때론 정제되어 보이지 않는 요소는 다른 나라에서 노력하는 세련됨을 포기하는 과감함이기도 하다. 덕분에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여지, 포용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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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스페이스’에 가보면 거친 콘크리트 면과 균일하지 않은 거푸집 패턴, 원형 개구부의 중정 콘크리트 면은 각이 있고 울퉁불퉁하여 불완전하다. 조금씩 흠이 보이지만, 자연 형태는 불완전하기에 그 흠은 곧 주변과 조회된다.


이러한 흠은 시공하자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의도된 모습이라 생각한다. 콘크리트 건물 옆, 40여 년간 재벌가의 개인 별장으로 사용된 고택을 보면, 시공상의 문제를 야기할 정도로 돈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 올곧은 기둥을 사용한 고택은 그만큼 상당한 재력가임을 짐작하게 한다. 고택을 두른 콘크리트 담 일부는 철근이 노출되어 불완전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산책로와 잔디 언덕을 거닐면서 건물을 바라보면, 고택보다 오랜 시간을 견뎌낸 것 같은 모습에 서로 이질적이지 않으며, 콘크리트 건물이 뒷배경으로 남아 고택을 강조해 준다.


건물은 도넛 형태가 기능을 수용하면서 늘어나고 잘려 비정형이 되었다. 거기에 경사진 땅에 맞춰 건물은 기울어지고 원형 중정은 변형되어 빛과 바람을 시원하게 들인다. 거칠어서 어울리고 비정형이어서 사람과 자연을 수용할 여지를 주는 아유 스페이스는 우리네 건축, 나아가 정서를 담아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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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조병수건축연구소 ( @bcho_partner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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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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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445-21

평일 10:00 - 21:00

주말 09:0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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