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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Jul 14. 2023

“공명하여 문화가 되고 추억을 쌓아 낭만이 되다”

도만사


“공명하여 문화가 되고 추억을 쌓아 낭만이 되다” - 도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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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도시의 길과 연결되어 사람을 빨아들이고 동네의 삶을 흡수한다. 저마다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동일한 경험과 추억을 쌓는다. 강연이나 공연이 열리면 공감대가 짙어지고 담론이 펼쳐지면 서로의 생각을 읽게 되어 광장은 공명한다. 그 울림은 우리가 잊고 있던 소통, 화합, 인본주의를 넘어 하나의 숨결이 되고 문화가 된다. 우리가 아는 고전적이며 틀에 얽매인 문화가 아니다. 공동체를 형성하는 유동성 짙은 문화다.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인 ‘도만사’가 운영하는 성수동의 작은 공간에서 나는 문화가 꽃피울 가능성을 보았다. 무더운 여름 쉼터가 되고, 마을회관, 전시장이 되는 이곳은 사람들을 한데 끌어모으는 힘이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과 전시 팜플랫에는 공간 이용 시간이 적혀있지 않다. 그 이유를 직접 와보니 알겠다.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언제나 방문할 수 있도록 공간은 문을 전부 떼어냈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어 더위를 식히고, 마지막에 나가는 이가 코드를 뽑아 정리한다. 주민들이 운영자가 되어 공간은 순환하고 유지된다.


이방인인 나는 신기한 눈빛으로 공간과 그 주변을 둘러보지만, 주민들은 익숙해진 공간에 누워 더위를 식힌다. 거칠지만, 그래서 더욱 정이 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 휴식한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날씨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공간임을 알아차렸고, 여름 빗소리에 주변 소음은 침묵하고 주변인 말소리에 집중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도시는 도시를 구성하는 입면, 가로등, 표지판과 같은 외적 형태나 장식 때문이 아니다. 공간이 담아내는 적층된 기억 덕분이다. 시간이 거쳐 간 자리에만 새겨지는 추억, 그 추억을 상기시켜 줄 요소가 남아있는 도시가 비로소 낭만의 도시가 된다.


과연 전시가 끝난 후에 공간은 어떻게 변할까. 문이 달려 여느 가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모습과 내일의 모습이 이용자에 의해 다채로워지듯, 전시와 행사로 언제나 공명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을 거다. 그 자리를 지켜 오래도록 남아 낭만 도시로 만드는 좋은 공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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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세레모니 : 병풍의 여행> 전시는 8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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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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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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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광나루로 4길 12

전시 동안 매일 24시간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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