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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Aug 01. 2023

“내면에 집중하다”

숨어반

“내면에 집중하다” - 숨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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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자동차는 소음을 내며 보행자를 위협한다. 자신을 어필하려 이리저리 튀어나온 간판은 거리를 혼잡하게 한다. 서부대로가 지나가는 천안의 쌍용 1동은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보행자는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지루하고 피곤할 뿐이다. 그런 곳에 유독 눈에 띄는 건물 하나가 있다. 어떠한 장식과 내부가 보이는 창 하나 없는 건물,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숨 어반’이다.


건물은 매력 없는 주변을 향해 창을 뚫지 않는다. 대신 투과율 높은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해 채광을 확보했다. 입면에 한 번 걸러진 빛은 은은하게 공간을 비추고, 행인의 실루엣을 비춰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한다. 반대로 밤에는 밖으로 빛을 내뿜으며, 실내 사람의 실루엣을 비춘다. 낮과 밤, 색다른 매력으로 행인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면 도로의 입면은 노출콘크리트다. 가로등이 되어줄 조명과 튀어나온 건물 입구, 그 위에 얇게 난 창이 전부인 모습에서 거대한 암석을 떠올린다. 그 생각은 무겁고 거대한 회전문을 열 때 확고해진다.


어떤 공간이 펼쳐질까 궁금하면서도 두렵기도 한 감정은 문을 열면서 극대화되고 열어서 보이는 풍경에 안도한다. 본 건물은 직사각형을 대각선으로 잘라 두 개의 직각삼각형을 만들었다. 하나는 야외 정원이 되어 내부를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다른 하나는 2층 바닥을 드러내어 내부를 쾌적하게 한다. 삭막한 도시를 등지고 내면에 집중하도록 해주는 중정은 큰 키의 단풍나무와 바위, 초화들로 꾸며저 사계절을 담는다. 봄의 시작을 알리고 여름의 청량함을 뿜어내며 가을빛을 물들이고 겨울의 순수함을 발산한다. 수직으로 시원하게 뚫린 공간 덕에 1, 2층, 테라스 어디서도 중정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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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이름이 ‘숨 어반’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도심에 숨을 불어넣어, 사람들이 편안하게 휴식할 공간을 마련한다. 방해하는 난잡한 주변 요소를 차단하는 입면 덕에 내부에 집중하게 된다. 정원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규모가 작고 돌아다니기에는 그리 좋은 정원이 아니다. 관망이 더욱 어울리는 정원이기 때문에 명상의 대상이 된다. 건물 내부, 공간에 집중하게 하듯, 숨 어반은 무거운 마음의 문을 열어 우리의 내면에 집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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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 @archihoodwxy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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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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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서북구 서부대로 446 숨 어반

매일 10:0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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