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geun Aug 04. 2023

“바탕에 뿌리내린 건축”

온양민속박물관

“바탕에 뿌리내린 건축” - 온양민속박물관

-

인간이 동굴에서 나와 처음으로 건축한 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안식처였다. 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기능을 수용했던 안식처는 기술의 발전과 문명의 발달로 침실, 부엌, 다용도실로 세분되었고, 일부 실은 크기가 커졌다. 그렇게 하나의 집이 된 건축물은 공간 크기와 개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용도의 건물로 진화했다. 서재가 커지면 도서관, 복도가 길어지면 미술관, 침실이 증폭되면 호텔, 마당이 넓어지면 공연장이 되었다. 주택이 건축의 바탕인 이유다.


오늘날 건물은 용도가 융, 복합되어 복잡해지면서 프로그램이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다. 공간을 용도로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건물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 반감을 품지는 않지만,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기본에서 변화하는 과정, 그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수식 가득한 문제를 풀 수 있고, 도출한 답을 채점할 수 있으며, 때론 그런 문제를 낼 수도 있다.

-

온양민속박물관은 집에서 복도가 길어지고 넓어진 구조다.


정문에서 휘감아 올라가는 오르막길 끝에 본 건물이 자리한다. 한옥의 처마를 연상케 하는 지붕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지붕 위 굴뚝처럼 솟아난 덩어리에 시선이 쏠린다. 오피스로 사용되는 덩어리만 보수작업을 거쳐 징크패널로 대체되었고, 나머지는 기존 재료였던 벽돌과 콘크리트를 그대로 유지한다. 진입방식과 외관 때문인지, 로비는 저택의 응접실을 연상케 한다.


실의 변화로 용도가 변화하면 공간의 주인공 또한 바뀐다. 집의 주인이 건축주라면, 집의 복도가 확장된 박물관은 작품이 주인이다. 사용자의 신체 치수에 맞게 가구를 제작, 배치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실 배치와 공간 크기를 조정하듯, 본 건물은 전시 작품을 먼저 선정하고 후에 설계를 진행했다. 덕분에 전시 구성이 탄탄하다. 벽이 들어가 틈이 생긴 공간에 조각상이, 크기가 크지 않은 작품은 유리함에 넣어 파티션으로 사용한다. 빛과 공기 접촉에 민감하지 않은 작품은 유리를 설치하지 않고 천창을 통해 빛을 들여 공간을 강조한다. 벽의 색을 달리하여 작품을 분류하기도 한다.


복도는 수평적인 경험이다. 3개의 전시장을 거니는 경험은 복도 확장의 증거다. 2층 건물로 생기는 수직 경험을 두 번 나눠 수평적 경험을 유지한다.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은 계단으로 이어지지만, 반 층 정도의 높이 차이만 두어 반대편 전시장을 보여준다. 제2전시장과 제3전시장도 반 층 차이가 나지만, 경사로를 두어 공간 경험을 자연스레 이어준다.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우리 선조의 생활상과 풍습을 담는다. 우리 삶의 뿌리를 간직하기 위해 박물관이 건립되었기 때문이다. 건축의 경계가 확장되어 모호해지며, 공간 또한 정체성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본 건물은 바탕에 뿌리내려 근간을 지켜낸다.

-

건축 : 김석철 건축가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

충남 아산시 충무로 123 온양민속박물관

매일 10:00 - 17:30 (월요일 휴무)

작가의 이전글 “내면에 집중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