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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Sep 15. 2023

“성장하는 유기체”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

시대가 변하여 물건의 가치가 바뀌면 그것을 담는 공간도 변한다. 과거 도서관은 우리가 익히 알던 공공도서관이 아니었다. 고대, 중세 도서관은 책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에서 오늘날의 도서관과 동일하지만, 열람할 수 있는 사람들은 성직자와 수도사뿐이었다. 종이는 1세기에 발명되어 서양에 건너가기까지 천년, 산업혁명으로 대중화되기까지 오백 년의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인쇄술은 15세기 때 발명되었다. 종이가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비단과 양피지로 책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책은 귀했다. 그래서 과거의 도서관은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도서관을 미로처럼 만들어 특정 목적을 가진 특정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 도서관이 고귀하고 위대하며 숭고한 이미지를 가지게 된 이유다.


오늘날 책은 쉽게 구할 수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한 끼 식사 정도면 살 수 있는 책이 많고, 배송은 하루 만에 온다. 전자책을 구매한다면 지금 당장 열람할 수 있다. 책을 수집, 보관하는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한 해 발간되는 신간은 8만 권이 넘는다. 게다가 정보 수집은 미디어 매체가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책은 더 이상 귀한 존재가 아니며, 사람들은 책에서 정보를 얻으려 하지 않는다. 많은 책 중, 어떤 책이 본인에게 적합한지 고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도서관은 변하고 있다. 대학 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처럼 장서의 질과 양이 중요한 도서관은 당연히 크고 넓어야 한다. 반면에, 일반인이 이용하는 도서관은 기존의 권위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진입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일반 도서관은 그것이 자리한 주변과 시대를 반영하여 도서관의 주제를 정하고, 그것에 맞는 책을 비치한다. 장서의 양은 줄어들어 도서관은 축소되지만, 그 수를 늘려 도시 곳곳에 침투시킬 수 있다. 보다 많은 시민이 도서관을 이용하게끔 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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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은 서리풀 근린공원을 뒤뜰로 삼은 자연 친화 도서관이다. 내부에 중정을 두어 하늘을 그대로 담고 순환 동선은 모든 방향에서 숲을 조망하고 빛을 받으며 돌아다닐 수 있다. 동선에 맞춰 영유아를 위한 ‘새싹, 숲’, 어린이를 위한 ‘잎새, 숲’, 성인을 위한 ‘열매, 숲’으로 공간을 구분하고 관련 책을 비치한다.


도서관 의미 자체가 변하니, 공간 구성도 변한다. 대부분 도서관의 카페와 서가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만, 이곳은 카페가 서가 안에 들어간다. 커피 내음과 그라인더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마치 책으로 뒤덮인 대형 카페와 느낌이 비슷하다. 카페가 도시 곳곳에 자리하여 가장 익숙한 공간이 되었듯, 본 건물도 과거의 도서관이 지닌 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려 한다.


서울시는 현재 작은 도서관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연장선상에는 숲속 도서관 사업도 포함된다. 마치 성장하는 유기체처럼 도서관은 시대 변화에 대응하며 변화하고 있음을 우리 주변에 생기는 도서관과 여러 사업을 통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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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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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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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160-7

평일 : 09:00 - 22:00 (금요일 휴무)

주말 : 09: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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