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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Sep 19. 2023

“느슨한 경계 속 피어나는 창의력”

서대문 청소년 아지트 쉼표

“느슨한 경계 속 피어나는 창의력” - 서대문 청소년 아지트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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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복도, 높은 천장, 건물 사이 틈은 개별의 것을 구분하고 이어주지만, 여유로워 느슨한 경계를 이룬다. 이는 공간이 목적성에 조금은 벗어나 사용자가 다른 용도로 활용할 여지를 준다. 방치되지 않고 잘만 활용한다면, 공간을 넘어 도시에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도시를 경계 짓는 도로는 산업화 시대에 정점을 찍으며 넓어졌다.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기보다, 사람들이 육교를 오르내리도록 했고, 일부는 지하를 뚫어 통행하도록 했다. 도시에서 자동차에 밀려난 보행자의 순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육교와 더불어 지하보도 역시 비슷한 맥락에 놓인 산업화의 상징, 인프라스트럭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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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중심의 도시가 되면서, 도로 위 횡단보도는 일정 간격을 두고 설치되었고, 차량 신호 주기도 짧아져 도로 횡단이 편리해졌다. 자연스레 이용자 수가 줄어든 육교는 철거되기 시작했고, 지하보도는 방치되어 갔다.


육교와 지하보도 둘 다 음지를 만든다. 하지만, 둘의 성격은 다르다. 육교는 햇빛을 받아 생긴 계단 밑 하부 공간이 음지인데, 주변에 쉽게 되어 범죄 행위는 적다. 지하보도는 길 전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통행 안전을 위협한다. 통행은 횡단보도로 해결되었으니, 지하보도는 느슨한 경계로 작동하여 도심 속 여유 공간이 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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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와 신촌의 상권을 이어주던 백양로 및 지하보도는 ‘서대문 청소년 아지트 쉼표’로 청소년을 위한 창작 놀이센터가 되었다. 진입로에 설치된 벽돌벽은 중간 부분이 튀어나와 보행자를 자극한다. 영롱쌓기로 쌓은 벽의 틈 사이로 빛과 바람이 투과되어 거리의 음지를 최소화하고, 보행자를 살며시 비추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코너 부분에 해당 공간의 명칭이 적혀 있을 뿐이어서 벽면은 오브제로, 지하보도를 표시하는 비석이 되기도 한다. 복도형 공간은 기둥을 포함하여 내부 공간을 구획하고, 남는 자투리 공간을 복도로 사용한다. 벽면의 아치형 코너와 라인 조명은 복도를 강조한다.


본 공간은 청년 창업, 청년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공간은 영상 촬영과 편집 가능한 미디어실, 벽면 전체가 거울인 소공연장, 청소년 상담과 모임을 위한 프로그램실로 구성된다. 느슨한 경계 속 창의력을 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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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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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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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444-2

화 - 토 : 10:00 -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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