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역사관
”자연을 투영하는” - 대양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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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동남쪽 산기슭에 위치한 성북동의 건물은 대부분 1960, 80년대 지어진 주택이다. 집들은 다채로운 입면과 함께 고즈넉한 거리를 만들어 낼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동네 깊숙이 들어갈수록 산자락을 타고 앉힌 건물은 지상층을 높이기 위해 옹벽을 쌓아 지하층을 만든다. 그렇지 않더라도 높은 담장과 굳게 걸어 잠근 대문으로 인해, 거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집이 아닌 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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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역사관‘은 해운업을 운영하는 건축주의 집이자, 전시 및 콘서트 장소로 사용된다. 지하 1층, 지상 1층으로 주변 주택 건물과 비슷한 구성을 취하지만, 건물은 거리에서 뒤로 물러나 있다. 대문과 건물 사이 공간은 다수의 사람을 받아줄 서비스 공간이자 거리를 다채롭게 해줄 요소로 작동한다. 육중한 담장과 그렇지 못한 철문은 대비를 이룬다. 대나무를 수평으로 쌓아 만든 음각 진 벽면은 음영 지며, 빛의 움직임과 소나무 그림자를 담는다. 날이 갈수록 붉어지는 동판 철문은 세월을 기록한다. 밤에는 철문 틈 사이로 빛을 뿜어내 거리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간과 자연은 내부에서 더 많이 담긴다. 철문에서 보았던 틈의 패턴은 지붕과 수공간 바닥에도 나타난다. 틈 사이로 빛을 들이고, 물결을 비춰 내부를 밝힌다. 정적인 지하는 동적인 공간이 되고, 음지를 밝혀 따뜻해졌다. 지상층 주택 공간 바닥 일부를 뚫어서 조형적으로 디자인했다. 상층부 바닥에서 시작하여 하층부 벽면에서 끝나는 채광 통로는 하나의 빛을 담는 작품이다.
지상층의 건물은 3동으로 나뉜다. 동선은 지하층으로 모두 연결되고 시각적으로는 지상층의 수공간이 연결한다. 물은 아래로 떨어져 주 출입구 옆 작은 연못을 채운다. 그 모습은 마치 갈라진 땅의 틈 사이로 물의 길이 형성된 것과 같다. 갈라진 지형대로 인간이 그 위에 집을 짓고 적응하며 살고 있다 한다면 비약일까. 바라만 보는 물이지만, 하늘을 담고, 하늘과 물결을 집안으로 비춘다. 빛과 그림자, 물과 바람이 상호작용하며 감지되는 현상들은 시간의 변화와 공간의 전개에 따라 오감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공간 경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각종 설비 시설은 벽면으로, 조명은 천창의 옆면으로 숨겼다. 상층부 건물 외피의 동판 패널의 색과 유사한 목재판을 내부 마감재로 사용하면서 내외부 공간 경험에 통일감을 준다. 치밀한 디테일로 단순화된 공간은 천창과 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그것에 의해 조합되는 그림자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대문에서부터 시작되어 단순성이 건물과 공간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을 촉진하는 건, 결국 자연을 투영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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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건물은 평상시 출입이 불가능한 개인 사유지입니다. 매년 10월, 오픈하우스 서울 ( @openhouse_seoul )에서 해당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니, 신청하여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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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스티븐 홀 아키텍츠( @stevenhollarchitects ) + 이래건축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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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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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선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