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파빌리온
"숲속에서 보물찾기"
안양(安養)은 불교에서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아미타불(阿彌陀佛)이 살고 있다는 정토(淨土)인 극락정토의 세계를 뜻한다. 정토는 대승불교(大乘佛敎)에서 부처와 후에 부처가 될 보살이 거주하는 청정 국토이니, 이런 명칭을 가진 경기도 '안양'은 이름에 걸맞은 환경과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한강으로 흘러들어 도심을 적시는 안양천과 산봉우리를 타고 흐르는 빗물이 모여 만들어낸 계곡이 이곳을 더할 나위 없는 극락정토로 만들고 있었지만, 이미 이곳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예리한 사업가들과 여름만 되면 계곡을 찾아 먼 길을 헤매는 여행객들이 만나 이곳은 '안양'이라 부르기조차 부끄러운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사라졌지만, 심하게 훼손된 삼성산 계곡 주변은 다행히 개발제한구역으로 남게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낚시하는 사람들에 의해 심각한 몸살을 앓던 섬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자 천연기념물과 희귀 생물들의 놀이터로, 하나의 커다란 보석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왔듯, 다행히 이곳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개발 제한이 풀리면서 이번에는 돈에 눈이 먼 사업가가 아닌, 정말로 안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안양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세계적인 작가들이 안양의 역사, 문화, 지형에 영감을 받아 안양시 곳곳에서 다양한 분야의 공공예술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개할 '안양파빌리온'도 그렇다.
'파빌리온'은 기둥, 지붕이 있는 천막이며 라틴어의 '텐트'에서 유래했다. 박람회를 위한 전시관으로 사용된 후 철거되는 야외 임시구조물이지만, 간혹 하나의 큰 전시장으로 오랜 시간 땅에 앉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예도 있는데, 이곳이 그중 하나다.
파빌리온이라는 것 자체가 특정한 목적이 있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흡수할 수 있다 보니, 선하나 쉽게 긋지 못하는 건축가들에게는 그들의 생각을 비교적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도화지와 같다. 게다가 오랜 시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라면 박람회가 개최되는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니 파빌리온은 건축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안양파빌리온을 중심으로 개성 뚜렷한 작품과 자연이 퍼져있어 사람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과 하나 된 작품을 감상하고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온다.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기에 이를 잘 대변해주는 건물의 형태는 어느 방향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읽히지 않는 외관과 내부 공간을 가지고 있다. 건너편 전망대에 올라가야 비로소 파빌리온이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대지에 앉혀있는지를 볼 수 있어, 한 번에 읽히지 않는 형태가 안양 곳곳에 퍼져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각자의 개성을 하나로 연결하기에 알맞다.
이곳을 한 바퀴 빙 둘러보면 다소 이해되지 않는 건축가의 의도가 보인다. 입구라고 하기엔 단이 높아 사람의 출입이 불가능함에도 문을 만들어놓는다든지, 기능적으로 의미 없는 요소로 건물 뒤편에 두꺼운 콘크리트 차양막을 설치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는 건축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간혹 보이는 제스처지만, 파빌리온이기도 하고, 공공예술공원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보니, 이런 부분은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조형적인 요소로 이해될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훼손으로 심한 상처를 얻은 이곳은 다시 사람들에 의해, 여러 작품을 통해 회복하고 있다. 3년마다 열리는 국내 유일한 공공예술 트리엔날레인 만큼 보물찾기하듯 자연을 누비며 작품을 찾아 헤매는 여정은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것이다. 여러분도 꼭 이곳을 방문해서 파빌리온뿐만 아니라 자연과 하나 된 작품을 감상했으면 좋겠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경기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180
매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 1월 1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