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송송송송"

pin coffee

by hyogeun

가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건물이 있다. 길을 가다 보이는 건물의 외관이 특정 단어를 떠오르게 하며 말을 건넨다. 어떤 건물은 동글동글, 어떤 건 콕콕콕콕, 어떤 건 삐죽삐죽, 또 어떤 건 송송송송.


그중 나에게 '송송송송'이라며 말을 건넸던 건물은 오늘 소개할 'Pin Coffee'다.


'송송'은 작은 구멍이나 자국이 많이 나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다. 의태어는 사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인데, 글을 쓰면서 책을 읽으면서 의태어는 정말 재미있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단어만 들어도 웬만한 모양과 움직임을 귀엽고 모나지 않게 바꿔준다. 가령 '울긋불긋'은 여러 가지 빛깔이 야단스럽게 한데 뒤섞여 있는 모양으로, 피부가 울긋불긋하다고 표현한다. 사진으로 그 모습을 보면 내 피부가 아프고 따가울 것 같이 불쾌하지만, 단어만 들었을 때는 동화책에서 빨간 도깨비가 울긋불긋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장난치는 정겨운 모습이 떠오른다.


또 어떤 모양과 움직임을 가지는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해 주는데, '숭숭'과 '송송'은 둘 다 구멍이나 자국이 많이 나 있는 모양을 나타내지만, 전자는 후자보다 좀 더 크고 세게 모양을 만들고 움직이며, 후자는 약하게 비교적 얇은 것으로 작게 모양을 만든다. 그래서 모음의 변화로 비슷한 뜻을 나타낼지언정, 우리는 그 작은 변화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큰 판에 작은 정사각형 구멍이 무수히 뚫려 하나의 패턴을 만드는 'Pin Coffee'에는 '숭숭'보다 '송송'이 어울린다. 작은 구멍들 사이로 건물의 형태가 보일 듯 말 듯 하며, 이는 내부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준다. 자리에 앉아 밖을 바라보면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나무와 주변 건물이 보이지만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일어서야 하늘이 보이며, 반대로 앉아있을 때 보았던 것들은 보이지 않고 또 다른 것을 보게 해 준다. 건물 입구에 있던 굵은 나무의 기둥을 보여주는가 하면 겨울에도 지지 않고 푸르게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잎사귀를 보여주기도 한다.

작은 구멍들 사이로 건물의 형태가 보일 듯 말 듯 하며, 이는 내부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준다.

이것이 천장에 쓰이면 조명이 내부를 비추는 데 방해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각종 설비는 감출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여기에 건축가의 센스가 더해져 송송하게 뚫린 판이 조명이 되기도 하고, 물건을 얹을 수 있는 상(床)이 되기도 한다. 때론 식물이 작은 구멍으로 뚫고 자라날 수 있는 화분으로 변신한다.

송송하게 뚫린 판이 조명이 되기도 하고, 상이 되기도하며, 화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처음에 이곳을 방문할 당시, 이곳의 이름 서두에 'pin'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가 궁금했고 그 뜻을 찾아보았다. '(핀 등으로) 꽂다 [고정시키다]'라고 풀이가 되어있었다. 핀은 옷감을 뚫고 지나가 작은 구멍을 만들어내니, 그것이 '송송'과 연관 있어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이라 짐작한다(짐작일 뿐이니 비약과 억지가 있다 해도 할 말은 없다). 우리나라 말을 외국어로 번역하기엔 한글이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더 많기 때문에, 그 뜻을 연상시킬 수 있는 단어로 'pin'을 썼지 않았을까.


그런 관점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이름에서부터, 외관, 인테리어, 곳곳에 묻어나는 디테일이 하나의 단어로 귀결된다는 점, 특히나 많은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최소한의 터치로 건물 전체를 하나의 콘셉트로 아우른다는 점에서 이곳은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이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특별시 광진구 구의동 243-18

매일 10:00 - 22:00 (일요일 휴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