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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C d”

명정

by hyogeun

인생은 B와 D 그 사이에 있는 C라 했다.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는 말이다. 그 선택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지, 아니면 불행하게 할지 아무도 모르기에 항상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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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의 종류에 따라 소비하는 시간이 다르다. 어떤 건 몇 초도 안 걸리지만, 또 어떤 건 하루, 한 달, 길면 일 년이 걸린다. 하지만 시간은 금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옳은 선택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신중해야 하는 선택에 매번 스트레스받고 안절부절 못하며, 선택한 후에도 이것이 옳은 것인지 자신에게 계속 되묻곤 한다. 선택 말고 나를 방해하는 수많은 가시가 나를 찌르고 부추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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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暝庭)이라는 공간은 '어둠의 공간', '어둠의 정원'의 뜻을 가진다. 여기에 지하로 내려가는 동선, 수공간을 끼고 둘로 나뉜 공간, 그것을 이어주는 다리로 볼 때, 분명 삶과 죽음 사이에 어떠한 것을 선택하라고 만든 공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곳은 현실과 달리 부추기지 않는다. 어떤 선택을 하든 나무라는 이 하나 없고, 선택도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붉게 칠해진 벽으로 다가가 건너온 반대편을 바라보며 보이는 하늘과 나무, 의자에 앉아 갈등하는 이의 모습으로 삶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고, 반대로 콘크리트 의자에 앉아서는 붉은 벽과 하늘, 하늘로 승천하듯 사람이 서 있는 전망대를 바라보며 죽음의 공간은 어떨지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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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널지 말지를 고민하지만, 그 선택이 어떻든 우리를 불행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깊게 잠겨 오랫동안 사유할 수 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계단 반대편에 마련된 작은 성소에서 얇은 빛이 들어오는 그 공간에 앉아, 혼자 깊은 내면의 어두운 곳까지 사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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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택을 할 때, A와 B 중에서만 고르라 강요받고, 둘 다 싫으면 더 좋은 안을 가져오라 강요받는다. 하지만 이곳은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둘 다 모르겠으면 항아리가 놓인 다리에 서서 중립을 지킬 수도 있다. '사유인'의 특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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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하나 없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인간 본질에 관해 탐구하며 깊게 생각한 '사유인'들은 왔을 때와 다른 아주 좁은 계단을 타고 현실로 복귀한다. 그 현실 속에 비친 자연의 모습은 많은 것에 치여 여유 없이 바라보았던 그때의 모습과 다른 인상을 주며 한층 성숙해진 나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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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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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50

사전 예약을 통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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