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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이나 Dec 02. 2023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하나씩만 해나가기.

 2023년 11월 올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 난 잘 살았나? 아니 40살의 나이앓이를 심하게 했더랬다. 올해 1월은 지독한 감기로 누워서 지냈었다. 나는 집에서 아이와 하루종일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한 날은 아이와 외출했다가 내내 아팠기 때문이다. 사실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나이트 근무 알바를 7개 했었다.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다. 이렇게 지독한 감기에 시달릴 줄 몰랐다.


“나 왜 이러지.. 몸이 너무 아파..” 신랑 왈

“그걸 모르겠어? 자기 나이트 근무했잖아”

“아니 그게 말이야 똥이야? 그거 때문에 이래 몸이 아프다고?"

남편이 진지하고 걱정스럽다는 듯 짙은 눈썹을 내리누르면서 나를 외계인 보듯 쳐다본다.

“자기가 이상한 거야.. 그렇게 무리하면 원래 아파~”

뭐라는 거야! 진짜!

“아니 다른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산다고!!”

"혼자 애 보고, 집안 일 하고, 나이트 근무하면서 교회 섬길 건 다 섬기고! 일주일에 3일은 멀리 갔다 오고 장거리 운전하고!, 둘째, 둘째 하기 전에 몸 좀 돌보는 게 어때!"


그래, 그래 알았다. 다 내 잘못이다. 나는 주위가 조용한 걸 견디기 힘들어한다. 유니가 태어났을 때 낮에 아기랑 둘이 있는데 이유 없이 울면 심장이 벌렁거렸다.(자기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50일이 된 아기를 데리고 참 많이도 돌아다녔더랬다. 내 몸도 돌보지 않았다. 손가락 관절, 허리, 무릎 안 아픈 데가 없는데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나갔다. 육아동지와 백화점도 가고, 공원도 가고, 카페, 키즈카페, 밤에도 움직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긴다.


한겨울에 유모차에 방한커버를 씌우고 애를 데리고 왜 돌아다녔단 말이냐. 유니가 2,3,4살이 되어가도 둘째는 생기지 않고, 그러니 우울감은 더 깊어졌다. 우울감이 생기면 난 더 많이 먹고 퉁실퉁실 과체중이 돼있는 내 몸뚱이를 외면했었다. 몸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정신을 챙기고 내 몸을 봤더니 보기 싫게도 살이 쪄있었다. 그래.. 유니를 가졌을 때 몸무게로 돌아가야 생길 거 같아.


그렇다 2023년 초, 깊은 우울감과 함께 번아웃(urnout Syndrome)이 찾아온 것이다. 번아웃은 어떤 직무를 맡은 도중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의 통칭(출처 :네이버 사전)이라고 한다. 유니를 기르면서 한국어 문화학과와 사회복지를 수료하기 위해 실습도 하고, 영어독서강사를 하고, 스마트스토어도 하다가 한국어 수업도 해봤다. 그러던 중 육아동지와 작은 오해가 있었고 맞부딪히기 싫어 회피를 선택했고 그 관계는 끝이 났다. 어떤 대화의 시도도 하지 않고 사람을 잃으니 무기력감과 상실감이 몰려들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 탈진 상태.


이 상태에서도 내가 놓지 않고 노력했던 게 있었으니... 그것은 둘째를 가지는 것이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둘째 가지려 노력했다. 하지만 유니가 4살이 될 때까지 둘째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운동도 하고 한약도 먹고 과배란도 해보았지만 화학적 유산만 두 번 하고 이젠 희미한 두줄도 안 보인다. 내 주위에 지인들은 모두 둘째가 생기고 셋째도 생기고… 형님이 41살에 둘째가 생기는 것을 보고 희망을 보아야 하는데도 난 샘만 났다. 우울증이 절로 생겼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가 되었다.


 

뱃살을 빼야 된다는 걸 알기에 운동을 열심히 했다. 홈트, 요가, 헬스, 수영장까지.. 한 가지를 하다 보면 질려하는 성격이다 보니 다양하고 얕은 운동을 했다. 1년을 다양한 운동을 하면서 먹는 것도 나름 줄인 결과 몸무게는 60kg에서 3킬로 뺐다. 엄청나게 느린 체중감량이 아닌가. 겨우 빼놓은 걸 2023년 연말에 폭풍 섭취를 하면서 다시 61kg로 돌아간다. 진짜 나란 사람은 돌이킬 수가 없을 정도로 구제불능이다. 여기서 어떻게 정상체중으로 돌아간다 말인가. 살을 빼는 일은 내가 다시 태어나 김태희 배우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였다. 2023년 1월부터 가정의 재정난을 핑계로 난 신생아실 근무를 다시 시작한다.


 

나에게 쌓여있는 모든 문제들은 땅 깊이 묻어버리고 내가 익숙한 일을 하면서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싶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유니도 일을 쉬고 있는 신랑에게 맡기고 일과 집안일을 하면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았다. 그러다 문득 아침에 눈을 떠서 무심결에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어... 기분이 조금 좋아진 거 같다. 반주하면서 찬양을 불러보았다. 주일에 말씀을 들으면서 기록도 해보았다. 남편이 매일 아침 맥체인을 한 장씩 읽어줬다. 그리고 매일의 일을 기록하기 위해 다이어리를 다시 열었다. 다이어리에 일정을 정리하고 짧은 일기를 쓰니, 내면에 어지럽혀 있던 책장의 책이 정리가 되기 시작하는 거 같았다. 그래.. 다시 천천히 해보자. 한 발자국만 나가보자. 모르겠으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만 생각하자. 먼 미래는 저리 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집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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