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보건관리자는 무슨 일을 할까?
이든 :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콩이 언니 : 안녕하세요~
이든 :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콩이 언니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에너지 공기업에서 보건관리자(산업간호사)로 재직 중인 콩이 언니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약 4년간 병동 간호사로 근무하였고, 보건관리 위탁기관에서 1년간 재직하다가 현재 회사로 이직하여, 이곳에서 만 1년 5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콩이 언니입니다.
이든 : 아무래도 병원에 계속 있다 보니 저도 보건관리자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콩이 언니 : 회사의 보건관리자란 직업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막중한 업무를 하는 '사내 보건교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들마다 안전보건경영 중심체계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보건관리가 점점 더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고, 직원이 건강해야 일의 효율도 올라가고 생산성도 증대된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는 필수적으로 보건관리자 1인 이상을 두게 되어있습니다. 그렇기에 보건관리자는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직업이며, 앞으로 고용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든 : 그럼 보건관리자로 소속된 부서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콩이 언니 :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경영지원부 소속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경영지원부는 보통 회사의 경영 전반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며 저희 부서는 3개의 팀으로 나뉘어있습니다. 총무팀에서는 인사, 교육, 보안, 서무, 차량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노무팀은 급여, 사회공헌활동, 조직문화관리, 사택 운영, 보건 업무를 담당합니다. 건축팀에서는 사옥 및 사택의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든 : 병원이랑 조금 다른 듯 비슷한 구성이네요. 선생님께서 주로 하시는 업무는 어떤 업무인가요?
콩이 언니 : 저는 경영지원부의 노무 파트 소속으로 보건 관련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간호사가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아직 많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보건관리자 주 업무는 감염병 예방과 관리,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관리, 근로자의 건강검진 및 사후관리,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기획 및 운영, 건강관리실 관리 등입니다. 또한 임직원들에게 질 높은 건강검진을 제공하기 위해 매년 검진 기관을 선정하고 계약하는 등 검진 관련 총괄 업무를 하며 원활한 검진이 이루어지도록 실무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든 : 선생님 설명을 듣다 보니 점점 보건관리자에 대해 이해가 됩니다. 간호사 선생님들께 이 직업 또는 이 직장을 추천한다면 어떤 점 때문인가요?
콩이 언니 : 첫 번째, 야간교대근무가 없습니다.
대부분 임상간호사=교대근무는 세트라고 생각합니다. 밤새워가며 나이트 근무 하는 게 솔직히 힘들 때가 많았는데 근무 시간이 일정한 상근직이라 몸도 편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여러 가지를 배우기도 좋습니다.
두번째, 내가 원할 때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간호사는 한 달 주기로 근무표가 나온 이후 갑자기 일이 생긴다든지, 아프더라도 근무표를 변경해야 하니, 다른 간호사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 갑작스러운 휴가 사용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내가 원할 때 자유롭게 쉴 수 있고,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있어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자기 주도적 업무를 하며 이에 따른 성취감이 있습니다.
간호사는 팀 업무이다 보니 매일 인수인계를 해야 하고 의사에 오더에 따라 일합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보건 관리전문가로서 대부분의 업무를 혼자 기획하고 관리하며, 건강상담도 1:1로 진행합니다. 물론 혼자 함으로써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에 따른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타인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든 : 정말 많은 장점이 있네요! 그런데도 담당하는 대상자들을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콩이 언니 : 임상간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상주 환자는 없으나, 회사 내 야간교대 근무자가 꽤 있습니다. 야간근무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특수검진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일반검진 외에도 특수검진이 누락되지 않도록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수검진은 특히나 기간 내 미수검 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야간근무자들은 주로 뇌 심혈관질환, 수면 관련 질환 빈도 높기 때문에 상담 시 이런 부분들을 꼭 확인하며, 상담하고 있습니다.
이든 : 병원 밖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로 정말 사회에서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군요. 일을 하며 힘드신 적은 없으신가요?
콩이 언니 : 보건관리자를 하면서 힘들다고 느낀 순간은 3년에 1번 주기적으로 하는 근골격계 관련 유해 요인 조사를 실시할 때였습니다. 입사 후 처음 하는 것임에도 전임자가 없어 인계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혼자 전 직원 조사를 해야 했기에 부담이 되었습니다. 안전 파트는 팀으로 일하기 때문에 도와가며 일할 수 있지만 보건 파트는 혼자서 업무를 해 내야 합니다. 각 부서를 돌며 근골격계에 부담이 가는 작업이 있지 않은 지 관련 증상은 없는지 등을 설문 조사하여 몇 달에 거쳐 조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럴 땐 보건 파트도 팀으로 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든 : 그런 부분은 정말 부담이 될 것 같아요. 혼자서 일을 다 도맡아 해야한다니... 또 기억에 남는 일은 없으신가요?
콩이 언니 : 음... 전에 코로나19가 한창이어서 코로나19 환자 재택 치료로 전환하며 정부에서 코로나 환자를 위한 지원 물품이 모두 없어졌었습니다. 이때 본사에서 사내 코로나 확진자를 위해 일정 금액 선에서 재택 치료 키트를 구성하여 제공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었습니다. 급하게 재택 치료 키트를 구성하느라 약국이며, 의료기상사에 전화하고 재택 키트를 보내느라 매일 우체국에 들락날락할 때를 생각하면 가끔 현타(?)가 오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 실내 마스크 착용도 모두 해제된 지금을 보니 이 또한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이든 : 아...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인가 싶지만 회사에서는 또 보건관리자가 신경 쓰고 맡아야 할 업무가 되었군요.
콩이 언니 : 맞아요. 그래도 일을 하며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어요. 가끔 힘든 업무가 있지만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좋기 때문에 이 일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는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여행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하기 때문에 퇴근 후와 주말의 일상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이 일은 업무량이 과도하지 않기에 정시퇴근을 할 수 있고, 당연히 주말 근무도 없습니다. 또한 유연근무, 모성보호 시간 등 복지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 회사를 선택해서 오길 잘했다 생각해요.
이든 : 삼교대 근무 때와 정말 다른 점이 많네요.
콩이 언니 :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저는 대학병원에 다닐 때는 3교대이고 생활패턴이 불규칙적이어서 운동이나 자기 계발을 위한 학원에 다니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9시 출근, 6시 퇴근에 유연하게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기 위해 주 3회 체육관에도 다니고 있고, 주 1회 경제 관련 오프라인 수업도 듣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3교대 할 때는 ‘남들 일하는 평일에 쉬는 것도 괜찮네?’라는 생각을 했지만 상근업무를 해보니 ‘남들 쉴 때 쉬는 게 좋은 거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든 : 혹시 처음 보건관리자로 일 하면서 당황스러웠던 적은 없으셨나요?
콩이 언니 : 처음에 입사했을 땐 간호사라는 직군이 저 하나뿐이었기에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와서 본인과 가족들의 온갖 건강과 관련된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 처음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와서 이런저런 건강 관련 궁금증을 물어보니 생소하고, 간호사라고 모든 건강 문제를 다 알고 있는 게 아닌데 와서 잘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람들과 친분이 쌓이고 관계가 지속되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 상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뻤고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려주기 위해 교육도 계속 받고 있고, 다양한 건강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픈 열정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든 : 보건관리자로 오래 일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콩이 언니 : 보건관리자를 하면서 계속 공부나 자기 계발을 하려고 하지 않으면 현재 상황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매일 비슷한 일을 하고 임상에 있지 않으니 의료 관련키식은 자꾸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간호학회나 최신 의료동향 세미나도 참여하고 다양한 교육도 꾸준히 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든 : 그렇군요. 어느 곳에서 일하든 간호사 면허를 바탕으로 하는 일은 정말 꾸준한 공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보건관리자로 일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콩이 언니 : 직원들이 “간호사님 항상 고생 많으십니다”, “직원들의 건강, 복지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을 해줄 때면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고 행복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든 : 지금 하는 일을 한 줄로 정의하자면?
콩이 언니 : ‘회사의 건강지킴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 내에서 건강증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도 하고 회식 자리에서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항상 저에게 묻는 직원들을 보면 회사의 유일한 건강지킴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 것 같고, 주변에서도 항상 그런 얘기들을 해줍니다. 그래서 저 또한 건강관리의 표본이 될 수 있도록 자기관리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든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널스터뷰>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콩이 언니 :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환자, 보호자, 의사, 선배 간호사들에게 치이고 일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선생님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병원에 갓 입사한 새내기 신규간호사들은 더더욱 힘들 쇼. 저 또한 그랬고 모두가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병원 간호사일 때가 가장 간호사다웠고, 빛나는 시절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임상에 있을 때 충실히 많이 배우고 경력을 쌓으면 분명 그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좀 더 편하고 좋은 곳으로 이직할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임상간호사, 간호직 공무원, 보건교사, 보건관리자 등 현재의 자리에서 묵묵히 힘쓰고 계신 전국의 모든 간호사 샘들 남의 건강만 돌보지 말고 자기 자신의 건강도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간호사들 모두 화이팅!!
사진 제공 : 콩이 언니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