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이라는 큰 그림의 작은 퍼즐 하나를 맞추는 일!
이든: 안녕하세요. 선생님! 요즘 간호사 선생님들께서도 임상시험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임상시험센터 병동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분들이 많이 없으신 것 같아요.
근수저 애오니: 안녕하세요~ 네 맞아요. 잘 알려지진 않아서 오늘 제가 많은 설명을 하게 될 것 같네요!
이든: 그럼 오늘 인터뷰 기대해 보겠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근수저 애오니: 안녕하세요. local ICU 6개월, OS 병동 2년, 대학병원으로 이직에 성공해서 혈액종양내과에서 4년을 근무하고 현재는 종양임상시험 병동에서 근무한 지 만 1년 차며 웨이트와 수영을 취미로하는 근수저애오니입니다.
이든: 일단 임상시험 병동이라고 하면 일반 병동과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임상시험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근수저 애오니: 맞아요. 임상시험(Clinical Trial, Clinical Study) 분야는 일반적으로 병원에서의 것과는 다른 개념과 용어를 사용합니다. 임상시험종사자 필수교육이 (신규자 대상) 온라인 20시간, 현장 20시간인 만큼 알아야 할 개념과 내용들이 아주 아주 많지만, 제가 하는 일들을 설명하기 위한 아주 몇 안 되는 개념만 간단히 설명해드릴게요.
1. 제약사=의뢰자=Sponser
우리가 알고 있는 제약사들이 모두 의뢰자가 될 수 있고 실제로 국내/외의 다양한 제약사들의 의뢰를 받아 이곳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백신으로 뉴스에 자주 나왔던 아스트라* , 얀*, 화이* 등을 비롯해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약사가 의뢰하여 시행하는 연구를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 (Sponsor initiated trial, SIT) 라고 합니다.
2. 임상시험 수탁기관=Clinical Research Organization (CRO)
제약사가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임상시험 과정만 따로 외주를 맡겨 진행하기도 합니다. 임상시험 분야만 수탁을 받아 study가 sponser의 설계대로 잘 진행 되는지 관리, 감독을 합니다. 많은 간호사 선생님들이 임상 탈출을 꿈꾸며 선택하려는 직군인 CRA가 CRO 소속입니다. 물론 CRO에 외주를 맡기지 않고 제약사에서 직접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곳은 제약사 소속 CRA가 되겠습니다.
3. 병원=시험기관=Site
임상시험을 하고자 하는 약물은 결국 의약품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병원에서 투약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 하는 종양연구병동에서는 경구, 주사, 피하 등 모든 임상시험용 항암제 및 대조군의 표준항암화학요법을 위한 항암제를 투약 하고 있습니다. 또한 투약에 관련된 투약 시간, 용량, 활력징후 등이 기록 된 근거 문서를 보관 하고 있습니다.
4. 의사=시험자=연구자=Principal Investigator (PI)
시험기관에서 임상시험의 수행에 대한 책임을 가진 사람(의사)으로, 쉽게 생각하면 교수님 입니다. PI는 진료 시 담당 환자가 연구 케이스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는지 검토하고 연구에 등록합니다. 임상시험 중에 일어난 이상 반응을 연구약과 연관이 있는 이벤트인지 아닌지 판단을 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보통우리가 알고 있는 의사의 역할(용량결정, 약처방, 부작용 발생시 대증치료 결정 등)들이 PI의 역할 입니다. SIT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연구자가 연구하고 싶은 내용, 예를 들어서 수술 후 췌장암에만 사용 허가된 A라는 항암제를 수술 전 췌장암 환자에게 단독 또는 병용요법 등으로 사용해서 A라는 약물의 효능, 약리작용 등을 확인하고 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Investigator initiated trial, IIT)이 있습니다.
이든: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임상시험센터에서 사용하는 개념은 완전 생소합니다. 임상시험센터 병동은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근수저 애오니: 저희 병동에서는 연구 약(항암제) 투약이 주 업무입니다. 그래서 투약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저희 병동의 역할입니다. 표준항암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이 주사실/낮병동/병동에서 투약을 받듯이 이곳에 오셔서 항암제 투약을 받으세요.
그리고 근거 문서를 보관하는 것 또한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임상시험에는 특이하게 연구약을 투약하면 서의 일련의 과정을(날짜, 투약시작/종료시간, 약물용량, 총량 등등) 적는 종이, 워크시트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요, 이 워크시트는 연구에 투약업무가 위임(delegation)된 간호사들만 작성하고 서명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저희 병동에는 400개가 넘는 ongoing 연구들이 있고, 여기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저 연구들에 모두 delgation이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병동에는 prn 간호사를 못 받습니다. 이 종이 속 숫자 하나하나가 임상시험의 데이터인데, 이 데이터를 잘 보관 하는 것도 저희 병동 업무입니다. 병동에 불이 나면 환자는 물론 근거문서도 가지고 대피해야 됩니다.
이든: 임상시험 데이터를 중요하게 처리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새롭네요. 부서에서 특히 간호사가 하는 업무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근수저 애오니: 임상시험 계획서 검토 및 워크시트 개발 업무, 항암제 투약(IV route 확보) 및 환자 간호, 연구문서 관리 및 임상시험 관련 교육 이수, 연구자, 의뢰자, 관련 부서와 의사소통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고작 네 가지로 요약되는 게 너무 슬프네요. 마치 병동에서의 사이드 레일 올리고, 밤에 낙상 고위험 환자가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면 후다닥 달려가서 넘어지지 않도록 봐주고, 진정제를 투약했거나 어지러워하는 환자가 있으면 ABR를 시키는 등등 수많은 일들을 하지만 낙상 예방 활동 이 여섯글자로 함축되는 것이 슬픈 것처럼요.
이든: 선생님 말씀에서 임상시험 병동이 얼마나 많고 다양한 업무를 하는지 느껴집니다. 평소 임상시험센터에 관심이 있었나요? 임상시험 병동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근수저 애오니: 저는 많은 간호사들이 그랬듯이 임상 탈출이 꿈이 었어요. 오프 잘리는 것도, 다들 쉬는 연휴에 못 쉬는 것도 너무 싫고, 한낮 종잇조각 밖에 안되는 듀티표 한장에 그 달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병원을 그만두고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CRA를 준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잠깐 임상시험을 공부하고 여기저기 찾아봤었어요. 근데 간호사는 병원 안에 있을 때가 제일 보호받을 수 있고 목소리를 낼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CRA는 포기하고 지금 직장인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오게 되었어요. 병원의 규모가 커지니까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임상시험만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열심히 공부했던 거 한번은 써먹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지원해서 작년 10월에 지금 이곳으로 오게 되었답니다. 3교대이긴 하지만 하루하루가 3교대가 아니라 나이트는 환자 입원 일정에 따라 1.5달~2달에 한번 1~2개를 하고 주말, 연휴에 모두 쉬어서 거의 상근직 같은 스케줄로 근무하고 있어 그 점도 굉장히 만족합니다.
이든: 임상시험 병동도 교대 근무를 하지만 조금 더 근무 패턴이 만족도가 높군요.
근수저 애오니: 그렇습니다.
이든: 임상시험센터 병동에서 연구를 진행할 때 여러 단계가 진행 될 텐데 간호사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요?
근수저 애오니: 저희 병원은 다른 병원과는 다르게 주사만 전문적으로 투약하는 injection Nurse, CRN이 개시모임에도 참여하여 다른 부서들과 협의를 하면서 sponser가 제공하는 것이 아닌 자체 워크시트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병동을 기준으로 개시 모임 전/후에 따라 설명해 드릴게요.
<개시모임 전>
수간호사 선생님이 새로 개시 예정인 연구가 있다고 연락을 받으시면 간호사에게 배정을 합니다. 배정 받은 RN은 개시모임이 있을 때까지 열심히 개시 준비를 해요. 프로토콜과 시험약에 관련된 약국 매뉴얼을 받게 되는데요, 이게 그 임상시험이 어떠한 근거로 진행되고, 몇 명의 사람을 모집하여 얼마 동안 어떻게 약이 투약되는지 설명하는 '지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프로토콜과 약국 매뉴얼을 보면서 주사실에서 챙겨야 하는 것들을 꼼꼼히 챙기고 이를 바탕으로 워크시트를 만들어요. 프로토콜이 쉽냐 어렵냐에 따라 이 과정이 간단할 수도, 아주 복잡할 수 도 있어요. 임상 시험약을 투약하게 되면 약동학을 확인하기 위해 PK 채혈을 하게 되는데요, 연구에 따라 심전도도 찍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채혈, 활력징후, 심전도 각각의 타임 포인트와 요구하는 조건들을 반영해서 워크시트를 제작합니다. 워크시트는 꼭 개시모임 전에 제작을 다 해야 할 필요는 없고 첫 환자가 enroll 되어 투약이 되기 전까지 완성하면 됩니다.
<개시모임>
개시모임에 참여하면 연구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질의 사항을 주고받으며 실제 투약이 되기 전 확인 사항을 체크 합니다. CRA가 약국과 병동에 방문하여 확인할 사항들을 확인하고 필요한 서류들에 서명을 받습니다. 이때 저희는 메일이나 전화로는 주고받기 어려운 사항들을 CRA에게 확인 받는 편입니다.
<개시모임 후>
개시 모임이 끝나면 해당 연구 첫 투약 환자가 enroll 되기 전까지 끊임없이 CRA와 CRC, 약국의 약사님들과 메일을 주고받고 통화하면서 실제로 우리가 투약을 진행했을 때 차질이 없도록 실무에 포커스를 맞춘 워크시트를 제작합니다. 내가 맡은 연구만 투약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 워크시트만 봐도 그날 투약이 어떻게 진행 되어야 할 지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 쓸 부분이 많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여 워크시트를 만듭니다. 첫 투약 날짜가 정해지면 첫 투약 전에 다른 간호사들에게 연구에 대한 정보를 요약해서 알리고, 투약 시에 주의할 사항 등을 교육합니다. 연구에 따라 개시모임 후에 활발하게 진행되는 연구도 있지만 어떤 연구는 개시모임만 열리고 첫 투약 없이 연구가 종료되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리고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프로토콜, 약국 매뉴얼은 계속 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되는 내용을 반영하여 워크시트를 수정하고 나머지 간호사들에게 교육하여 최신 버전의 내용과 과정으로 투약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든: 각 과정에서 간호사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참여를 하는 군요. 그리고 다양한 직군과 협업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특히 약물을 투약하는 업무를 주로 할 텐데 투약 시 환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나면 어떤 부분을 주의하여 간호하고 있나요?
근수저 애오니: 임상시험에서 약물의 부작용을 AE (Adversed Event), IV 중 발생하는 부작용을 IRR (Infusion-related reactions) 이라고 합니다. AE 또는 IRR이 발생하면 이곳에선 연구마다 체크해야 할 사항을 한번 확인하고 의사에게 notify 합니다.
부작용 등급에 따라 주입속도를 감속해야 하는 약물들도 있기 때문에, 부작용 등급을 몇 등급으로 볼지, 주입속도를 감속 후 증속이 가능한 경우 언제 증속을 할 것인지 등을 확인합니다. 같은 항암제여도 연구 프로토콜마다 사용 금기인 약물이 다 다르기 때문에 사용 금지약물을 잘 확인 해야 합니다. 표준 항암을 할 때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사가 처방하는 대로 약물을 투약하면 되는데, 연구 항암제를 투약할 경우 의사에게 noti 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스테로이드가 그 연구에는 금기약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든: 단순히 약물 부작용에 대한 대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프로토콜에 맞게 대처를 해야 하는 군요!
근수저 애오니: 그렇죠. 그래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답니다.
이든: 임상시험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다양한 공부나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근수저 애오니: 필수 요건은 없지만, 이곳 종양임상시험병동은 내과 병동 경험이나 항암제 투약 관련 경험이 있어야 편한 것 같아요. 내과적 성격을 띄고 있는 병동이고 실제로 담당 PI 교수님들은 대부분 혈액종양내과 교수님들 입니다. 그리고 임상시험 관련 일을 하려면 임상시험 종사자 교육을 들어야 하는데요, CRC 기준 신규자는 온라인 20시간, 현장 20시간 총 40시간, 그다음 해에는 심화 24시간, 그 이후에는 8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됩니다. 간호사 보수교육과는 별개입니다.
이든: 임상시험 병동에 근무하며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었나요?
근수저 애오니: 제가 직전에 있던 병동은 대부분 고식적 항암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일 회 성으로 끝나지 않고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얼굴이랑 이름이 익숙해지는 환자들이 많이 생겼어요. 저는 몇 번 눈에 익으면 아는 체를 자주 하거든요. 정말로 반갑기도 하고요. 그런데 여기 와서 임상시험을 하시는 분들 중에 이전 병동에서 만났던 분들을 몇 분 본적이 있어요. 기억에 남는 한명이 있는데, 표준 항암 중에는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어서 마지막으로 연구 항암을 하러 오셨던 분이었어요. 나이가 젊은 분이라 말을 많이 하면 부담스러워할 까봐 짧게만 이야기 했던 분인데, 절 알아보시더라고요. 말이 별로 없으신 분이라서 별 기대 안 했는데 아는 척 해주셔서 고맙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어요. 결국 호스피스병원을 찾아 저희 병원은 더 이상 방문 안 하시게 되었지만 이제는 아프지도 외롭지도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에요.
이든: 임상시험 병동에 방문하는 환자들과 소통할 때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근수저 애오니: 임상시험은 일반적인 임상과는 특수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환자에게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잘 해야 합니다. 왜 혈압을 자주 재야하고 왜 약을 복용하고 10분, 15분, 30분에서 몇 시간 뒤까지 계속 채혈을 해야 하는지, 투약이 다 끝났는데 귀가하지 못하고 이상 반응 여부를 관찰 해야 하는지 등 표준 항암과는 다른 이유를 잘 설명해드려야 연구 약 투약이 원활하게 진행 될 수 있습니다.
이든: 설명할 때 자세히 설명해야 해서 고충이 있겠어요.
근수저 애오니: 맞아요. 설명도 설명인데 또 다른 어려움들도 있죠. 병동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가장 힘든 건 치료과정에 대해 insight가 없는 환자나 보호자를 대하는 거 였는데요. 여기서도 임상시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동의서를 작성하여 입실했다고는 하는데 치료 및 임상시험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들을 대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연구에 따라 약 복용 후 x 분 마다 채혈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주 채혈을 할 때마다 나이가 있는 어르신들은 "임상실험, 생체실험하냐 주는 거 없이 피만 빼간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세요. 사실 이 이야기는 병동에서도 자주 들었습니다. 하하. 어르신들은 약동학이 어떻고 임상시험이 뭐고 길게 설명해 드려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저는 간단명료하게 말씀 드립니다. "아직 시판되지도 않는 신약을 무료로 투약받고 계시는데 약을 제공하는 제약사와의 약속을 지켜야 계속 투약받을 수 있다. 규칙을 어기면 연구 참여 못하실 가능성이 높다."고요. 그러면 대부분 말 들어야지 하시면서 팔을 내어주십니다. 하지만 설명해 드려도 불만을 크게 호소하시면 담당 CRC에게 연결합니다. 임상시험은 언제든 본인 의사에 따라 동의 철회를 하면 연구를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든: 환자분에게 자세한 설명이 중요하겠군요. 또 기록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임상시험에 필요한 자료 수집 및 기록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나요?
근수저 애오니: 정확성을 가장 신경 써야 합니다. 워크시트 속 내용을 잘 확인하여 투약이나 검사 순서를 잘 지켜서 수행시간을 기재해야 하고, 글씨도 정자로 기재해야 합니다. 처음에 글씨체 때문에 오기 처리를 많이 했었어요. (7인지 9인지, 6인지 0인지 불확실하다 등으로...) 정확한 데이터들이 수집되어야 신뢰도가 높은 임상시험이 진행 될 수 있으므로 내가 지금 적는 글자 하나하나가 작은 데이터라는 마음으로 기록해야 합니다.
이든: 글자 하나하나가 작은 데이터라는 마음이라는 말씀이 정말 크게 와닿네요. 다른 부서와 협업을 많이 해야 하는데 어떤 부서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지나요?
근수저 애오니:
저희 병동은 주로 CRC (연구코디네이터), 임상시험센터 약국, 영양과와 협의를 거칩니다.
CRC 선생님들과는 연구 병동 방문 일정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환자와 관련된 것을 확인합니다. CRC 선생님들은 투약을 진행하진 않지만, 그 외에 스크리닝 부터 연구 종료 후 추적관찰까지 더 넓은 범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 병동에서는 투약에 관한 내용만 좁고 깊게 보고 있다면, CRC 선생님들은 넓게 담당하고 계시죠.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어디로 입원하는지,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하는 경우 간식 소지하고 입실하시는지 등 아주 사소한 부분들도 확인하고 협의합니다.
약국 약사님들과는 약과 관련된 부분을 확인할 때 연락을 합니다. 분출되는 주사약의 안정시간, 어떤 수액에 mix 되어 나오는지, 경구약일 경우 분출되는 약의 개수와 일정 등을 확인합니다.
영양과는 항상 협의를 하지는 않고, 고지방식, 저지방식 등 칼로리가 정해져 있는 치료식을 발행해야 하는 경우 영양과에 확인차 연락을 하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이든: 일반 병동에서 항암치료 하는 것과 임상시험센터에서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것과 차이가 있나요?
근수저 애오니: 가장 큰 차이는 활력징후 측정 인 것 같습니다. 병동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항암제 투약 전에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는데, 이곳에서는 대부분 투약하기 전/후로 활력징후를 측정합니다. 연구에 따라 투약 중에 측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든: 자주 활력징후를 측정해야 하니 담당하는 환자 수도 차이가 있겠네요.
근수저 애오니: 네 맞아요. 한 듀티에 한 타임 당 많게는 7명의 환자를 간호하게 되는데 이때 7명을 고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투약 시간에 따라 같은 병상에 3-4명 정도가 입·퇴원을 하세요. 실제로 하루에 보는 환자 수는 더 많습니다.
이든: 임상시험 병동 간호사로 근무하기 위한 자질이나 성격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근수저 애오니: 제가 이곳으로 지원서를 넣고 합격 했을 때 주변에서 MBTI 중 계획형인 J여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사실 대문자 P 입니다. 이런 저도 이곳에서 잘 적응해 근무 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J 여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멀티플레이가 잘 되는 사람이면 될 거 같아요. 이건 병동도 마찬가지인 사항이라고 생각해요. 투약을 진행할 때에는 동시에 최대 6명 이상의 환자를 분, 초 단위로 투약 시간이나 활력징후, 검사 등을 맞춰 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타이쿤 게임을 하듯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면 됩니다.
이든: 그렇군요. 임상시험 병동 간호사도 결국 병동 간호사로 멀티플레이가 중요하겠군요! 임상시험 병동 간호사로 자부심을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근수저 애오니: 저는 아직 이곳에 1년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내가 참여했던 연구 약이 성공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약이 되면 굉장히 뿌듯 할 것 같습니다. 한 3년-4년 전에 병동에서 신약이라고 투약되었던 면역항암제 Pembrolizumab(상품명:keytruda)이 이곳에선 훨씬 전부터 투약되고 있었고, 굉장히 많은 암종에 적용되어 투약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만지는 약들이 빠르면 5년, 10년 뒤에 어떤 세계적인 유명한 항암제가 되어 전 세계에 투약되고 있을지 기대가 되고 궁금합니다.
이든: 정말 보람찬 일이네요. 마지막으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한 줄로 정의하자면?
근수저 애오니: 신약이라는 큰 그림의 작은 퍼즐 하나를 맞추는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든: 오늘 긴 시간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근수저 애오니: 여러분이 만지고 있거나 만지게 될 앰플, 바이알 하나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을 거쳐 나오게 된 약임을 한 번쯤은 생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