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간호사는 어디서든 적응하고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이든: 안녕하세요~ 선생님! 예비간호인력팀에 대한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처음 생겼을 때 굉장히 핫한 관심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자세히 해당 부서와 업무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아요!
씩씩한 블루베리: 네 좋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씩씩한 블루베리: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병원 간호행정교육파트 소속 예비간호인력팀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 씩씩한 블루베리입니다. 2017년도에 입사해 5년 반 동안 성인 내과 병동에서 일하다가 예비간호인력팀에서 일한 지는 1년 4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이든: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부서인 예비간호인력팀의 주요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씩씩한 블루베리: 아마 큰 병원들에서는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PRepared IMplementable Expert의 약자를 따서 PRIME으로 불리며 긴급하게 간호인력이 필요한 경우 지원을 나가고 있는 이름 그대로 예비 간호인력팀입니다. 현재는 특수파트를 제외한 성인 내・외과병동에서 예정에 없던 청가, 병가 등이 생기는 경우 배치를 받고 해당 병동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간호사를 대신하여 출근하기 때문에 그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역할은, 저희가 교육간호사는 아니지만 병가로 인한 배치가 없는 날에는 갓 독립한 신규 선생님이나 근무에 어려움을 느끼는 전보자 선생님들의 백업간호사로 가서 근무하는 것을 섀도잉하고 필요하면 도움을 드리거나 하고 있습니다.
이든: 일반 간호사처럼 병동에서 근무하는 경우와 달리 다양한 병동에 파견을 다니며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
씩씩한 블루베리: 근무 환경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한 곳에 정착하여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파견 근무이기 때문에 한 곳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차이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든: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이 간호사로 성장하는 데에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씩씩한 블루베리: 저희 병원의 예비간호인력팀은 현재 내・외과 병동에서 모두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곳에서만 근무하면 겪을 수 없는 여러 환자군과 질환군을 만난다는 것이 간호사로서의 경험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 병동에서만 일하다 보면 다른 병동, 다른 질환군을 간호해야 할 때 심적으로 큰 부담이 있기 마련인데 프라임팀에서 근무하면서 어떤 환자도 내가 간호할 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든: 자신감을 키울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큰 장점이네요. 파견 간호사로 이렇게 다양한 부서에 가서 그 부서 업무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데, 본인만의 적응 노하우가 있나요?
씩씩한 블루베리: 사실 저는 어디서든 적응을 잘 하는 편이긴 합니다. 저의 장점 중 하나를 적응력이라고 할 정도 거든요. 저의 어떤 점이 적응을 잘하게 하나 다시 생각해 보았는데요.
음, ‘물 흐르듯 흘려보내고 시키는 일 잘하기’인 것 같습니다. 어디를 가든 각자의 방식이 있고 루틴이 있습니다. 물론 간혹 이해가 안되는 방식을 요구하는 병동도 있기는 하지만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면 시키는 일은 잘합니다 ㅎㅎ 이거는 저희 팀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든: 좋은 팁이네요.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해당 병동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그렇게 적응하더라도 타 병동 간호사와 협력이나 조정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씩씩한 블루베리: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간혹 이해가 안되는 방식, 예를 들면 이론적 근거가 없이 ‘기존에 해왔던 루틴이라 그냥 한다’ 라든가 최신의 이론적 근거에 맞지 않는 업무를 요구하는 병동이 있기도 합니다. 사실 저희는 그 병동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것을 저희 맘대로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업무들이 그 병동 간호사들의 업무를 가중하거나 안 그래도 힘든 업무를 더 힘들게 한다든가 하면 직접 그 병동 선생님들께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혹은 교육간호사를 통해 evidence-based practice를 할 수 있도록 병동에 전달을 요청하기도 하고 파트장님께도 얘기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항상 해결되지는 않아서 그런 경우에는... 그냥 시키는 일 잘 합니다^_ㅠ
이든: 고충이 많으시겠습니다. 여러 부서에 근무하면서 배운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씩씩한 블루베리: 아무래도 저는 내과 간호사였기 때문에 외과 쪽 care는 학생 때 배운 것이 전부였는데 외과에서도 근무를 하면서 pre/post-op care도 익히게 된 것이 새로운 부분 이었습니다. 그 것 말고는 사실 간호적인 측면에서는 내과 병동에서 일하면서 수술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을 경험... 해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터득한 것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는 스킬이 있다면 어딜 가도 주눅 들지 않고 소통하는 법이랄까요? 원래도 새로운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것을 못하지는 않았지만 즐겨(?)하지는 않고 웬만하면 그런 상황이 없는 것을 선호했는데 근무 특성상 어디를 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말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철판 깔고 말을 잘 하게 되었습니다ㅎ_ㅎ
이든: 생각하지 못한 스킬이라 새롭네요! 여러 병동에서 잘 적응하고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것일 텐데, 다른 장점도 있을까요?
씩씩한 블루베리: 아무래도 여러 병동을 다니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많아져서 얕고 넓은 인맥 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평소에는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각 병동 수선생님들과도 종종 대화도 나누고 여러 간호사 선생님들과 교류할 기회가 생깁니다.
이든: 병원 곳곳을 다니니까 많은 간호사들을 알 수 있겠군요. 나중에 인맥이 다양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더라고요. 정말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파견간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거나, 도전이 되었던 부분이 있나요?
씩씩한 블루베리: 팀을 관리하는 파트장님이 계시긴 하지만 병동과 같이 항상 마주치지 않을뿐더러 병원 내 큰 공지사항 같은 경우도 쉽게 전달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팀원들끼리 알아서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지하고 저희가 곧 차지이고 평간호사이고 헤드입니다...(오버 한스푼..) 막 도전이 되었던 부분이라고 할 만한 일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아, 지금은 괜찮아지긴 했는데 일하면서 초반에 어려웠던 점이 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병동별 특징도 파악을 했고 눈치도 생겨서 눈치껏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게 파악이 되기 전에는 병동별로 달라도 너무 달라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초반에는 이런 모르는 점을 물어보는 게 힘들었어요.
이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해서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매일 다른 병동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 부담이었을 것 같아요. 파견 간호사로 일하며 간호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씩씩한 블루베리: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OT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일을 하면서 점점 더 느끼고 있습니다. 팀의 특성상 하루살이처럼 근무를 하다 보니 환자의 Full history를 파악하기보다는 그날그날 해야 할 일, 주의해야 할 것 등 간략하게 환자 파악을 하는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전에 일할 때 해왔던 전반적인 flow 파악이라든가 환자에 관해 공부하려는 마음가짐이 사라진달까요... 사실 매번 새로운 환자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기존처럼 환자 파악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항상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틈틈이 환자 공부도 하려고 합니다.
이든: 틈틈이 환자 공부를 하시는 모습이 멋지네요. 계속 발전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씩씩한 블루베리: 이 업무에 안주하고 지원 업무만 하다 보면 전인적 간호, critical thinking과는 자칫 멀어질 수가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초심을 지키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항상 신규의 마음으로 모르는 것은 주눅 들지 않고 물어보고 일하는 능력(?)과 하나라도 새로운 것이나 모르는 것을 접했을 때는 배우고 넘어가자는 마음가짐이 있으면 좋을 듯합니다.
이든: 그렇다면 파견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씩씩한 블루베리: 파견팀으로 이동 후 원래 있었던 병동에서 신청이 들어와서 일하러 간 적이 있었어요. 다 아는 얼굴에 아는 사람들, 익숙한 근무 시스템과 환자들, 마음이 편했지만 또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부담이 공존했던 날이었어요 하하 그래도 수간호사선생님께서 점심에 맛난 거 사주셔서 오랜만에 친정에 간 느낌이었달까요.
이든: 친정에 간 느낌이라는 말씀이 저도 참 공감이 되네요. 처음 있던 익숙한 병동에 다시 가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예비간호인력팀에서 일하는 간호사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씩씩한 블루베리: 어느 환경에나 잘 녹아들고 잘 적응하는 것, 한편으로는 그날 하루의 업무가 끝나면 내가 했던 것이나 못한 일, 있었던 일에 대해 잘 털어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잘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예비간호인력팀 간호사의 경험을 한 줄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씩씩한 블루베리: 만능 N잡러
이든: 오늘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씩씩한 블루베리: 전에 있던 병동에서 5년을 넘게 일하고 새로운 부서, 특히나 안가본 곳을 계속해서 다녀야하는 부서로 로테이션을 가야하니 너무나도 두려웠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누굽니까! 대한민국의 간호사입니다. 대한민국의 간호사는 어딜가든 적응할 수 있고 잘 해낼 수 있습니다 ㅎㅎ 비단 병원내 뿐만 아니라 병원 밖의 다른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게 있다면 도전하는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ㅎㅎ다들 요즘 시국에 힘들지 않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