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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든 Aug 22. 2024

24.08.22 항암교육상담실 - 데이지 간호사 인터뷰

항암교육상담실 간호사는 어떤 일을 할까? 종양전문간호사의 꿈!

이든: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데이지: 안녕하세요~


이든: 항암교육상담실에 대해서 아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그럼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데이지: 안녕하세요. 저는 혈액종양내과 교육상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11년 차 간호사입니다. 현재 부서에서 일한 지는 1년 조금 넘었고, 전에는 혈액종양내과 병동에서 9년간 근무했습니다. 병원 입사 이래로 지금까지 쭉— 암 환자 간호를 했네요.☺ 암 환자간호에 대해 보다 전문적으로 깊게 공부하고 싶어 작년에 종양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한 2년차 종양전문간호사이기도 합니다!



이든: 암 환자 전문 간호사라니 정말 멋진걸요? 항암교육상담실에서 선생님께서 하는 주된 업무는 무엇인가요?

데이지: 주 업무는 암 환자 항암화학요법 교육과 상담, 암 환자 상담입니다. 항암제의 종류와 항암 일정, 항암화학요법 후 발생하는 부작용 및 주의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가 진료실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치료 후 부작용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등을 이해하고 공감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히크만 카테터 관리교육, 항암화학요법 교육자료 개발 및 개정, 항암화학요법 관련 자문, 직무 분야 관련 원내·외 강의, 연간 교육실적 및 업무보고서 작성, 암종별 항암치료 데이터 관리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든: 환자 대상 상담만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군요. 항암교육상담실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 혹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어떤 공부가 필요하나요?

데이지: 항암제의 종류와 일정,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드려야 하기 때문에 항암화학요법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해요. 2년 여간 종양전문대학원 과정에서 배운 내용들과 전문간호사 시험을 위해 했던 공부가 일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어요.

최근에 혈액종양내과, 특히 비호지킨 림프종에서 신약이 계속 개발되는 편인데요. 신약은 말 그대로 ‘신약’이기 때문에 대학원에서 배운 내용이 아니라서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 최신 경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대한종양내과학회나 대한종양간호학회에서 주최하는 심포지엄/학회에 되도록 참석하려고 하고, ONS(Oncology Nursing Society), ChemoExperts,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등 여러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거나, 제약회사 직원 분을 통해 신약 관련 자료를 받아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든: 최신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부서이군요. 종양전문간호사 과정을 하게 된 자세한 이유가 알고 싶습니다!

데이지: 3, 6, 9의 법칙이라고 들어보셨나요? 3년 차, 6년 차, 9년 차 때 직장생활에 현실을 깨닫게 되고 사직 욕구가 올라오는 시기를 말해요. 저도 그때마다 ‘이대로 계속 일하는 게 맞나.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고민을 했던 건 아마도 입사 초기에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시기가 지나고, 일이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였다고 생각해요. 같이 일했던 인턴 선생님이 주치의가 되고 펠로우가 되며 해가 지날수록 쑥쑥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저도 성장하고 싶었고 그때 생각했던 게 전문간호사였어요. 전문간호사의 종류가 많지만 신규 때부터 쭉 암 환자를 간호했기 때문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종양전문간호사를 꿈꾸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종양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현재는 종양전문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든: 전문 간호사에 대한 인터뷰는 처음인데 선생님이 공부한 종양 전문 간호사 과정에서는 어떤 것들을 주로 배우게 되나요? 실습 과정이 포함 되어 있나요?

데이지: 네. 먼저 종양 전문 간호사 과정은 상급 종양 간호와 관련된 내용을 배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강의 뿐 아니라 실습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4학기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고, 매 학기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의 전문 간호사 과정은 5학기인 경우도 있습니다. 실습 내용은 크게 내과, 외과, 특수, 재가 종양 실습으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병동 실습 뿐 아니라 기관지내시경, 소화기내시경, 수술실 등 암과 관련된 곳이라면 거의 모든 곳을 실습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검사실이나 수술실에서는 검사와 생검, 수술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학습하는 내용은 상급 종양 간호와 관련된 내용으로 간호학 뿐 아니라 종양학과 관련된 의학에 대한 내용도 심도 있게 배우게 됩니다. 종양 간호 뿐 아니라 간호 이론과 연구방법론 등 다양한 대학원 과정에서 필요한 내용도 학습합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종양 치료와 관련된 내용들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평소 일할 때는 환자와 시간을 많이 보내기 어려운데, 학기마다 담당 환자를 정해 인터뷰를 길고 자세하게 나눌 수 있는 실습 시간이 있어서, 암환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든: 병원 교육 혹은 보수교육에서도 종양 간호 및 종양 관련 교육이 많이 있는데, 상급 종양 간호는 이런 교육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데이지: 아무래도 그런 교육은 주제를 가지고 하루 혹은 몇 시간에 한정되어 있어서 심도 깊은 내용을 배우기는 어렵습니다. 종양 전문 과정은 2년 동안 학습을 하고, 암환자 전문 간호사 및 교수님, 종양과 관련된 진료과 교수님의 전문적인 지도를 받기 때문에 간호학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아울러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항암제 작용 원리를 배울 때 각 항암제마다 기전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부작용 증상 뿐 아니라 부작용이 나타나는 원리 등에 대해서 자세히 배우게 됩니다. 또 각 암종별로 어떤 치료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1st 2nd 3rd line으로는 어떤 치료가 적용되는지, 수술 과정은 어떤지 등 암 치료와 관련된 pathway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제가 경험해보니까 종양 외에도 전문 간호사 분야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기에 임상에 오래 있고 싶거나, 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전문 간호사 과정을 밟아보는 것을 정말 추천합니다.



이든: 정말 종양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될 수 밖에 없네요. 종양전문간호사 시험은 어땠나요? 전문간호사 시험인 만큼, 난이도가 많이 어려울 것 같아요.

데이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종양전문간호사 시험이 떨어뜨리려고 하는 시험이 아니라 붙여주려고 하는 시험이다 보니 공부만 열심히 했다면 합격할 수 있다고 느꼈어요. 종양전문간호사 시험 한 달 전에 대한종양간호학회에서 시험 전 대비 워크숍을 해주거든요. 워크숍 내용이 시험에 도움이 많이 되니까 꼼꼼하게 봐야 합니다. 워크숍 내용과 <종양치료와 간호> 책, 기출문제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면 분명 합격할 수 있을 거예요.





이든: 꿀팁 감사합니다. 항암교육상담실 간호사의 장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데이지: 의료진에게 항암화학요법은 익숙하지만,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항암제를 투여 받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걱정하십니다. 하지만 항암제 부작용을 미리 겁낼 필요 는 없고, 어떠한 부작용이 있을지 미리 알아두고 적절하게 대처하면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드리고 있습니다. 증상을 잘 관리하면 환자 분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에 항암 교육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암 환자 분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치료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업무를 할 수 있어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이든: 보람 있는 일이네요. 그런데도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데이지: 아무래도 그렇죠.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함에도 계속 PD(Progressive disease) 되는 환자들, 특히 젊은 암 환자를 교육할 때 마음이 힘들어요. 저는 입원 환자의 첫 항암 시, 혹은 PD 되어 항암 regimen이 변경되는 경우 항암 교육을 해요. 항암 효과가 좋으면 계속 그 항암을 유지하기 때문에 저를 자주 보지 않아도 되는데, PD 되는 경우엔 항암 regimen이 2nd line, 3rd line, 4th line으로 계속 변경되니까 짧은 간격으로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전 항암치료에 효과가 없어서 항암 regimen을 변경하는 것이니 환자 분의 기분이 좋을 수 없고, 확실히 초반에 비해 컨디션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교육을 하면서도 속상합니다. 재교육을 할 때에는 항암 일정과 부작용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우울하고 속상한 감정을 주로 들어드리고 공감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든: 이 전에 병동에 있을 때와 항암교육상담실에서 근무할 때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데이지: 병동에 있을 때는 교대근무를 하니까 아무래도 주말과 공휴일에 쉬기가 어렵고 불규칙한 수면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교육상담실로 부서를 옮긴 후에는 평일에 9to6로 근무하니 필라테스도 정기적으로 다닐 수 있고, 주말에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대학원과 교대근무를 병행한 시기에 목과 이마에 아토피가 생겼었는데, 2년 반 동안 없어지지 않았다가 상근직을 하는 지금은 싹 사라졌답니다. 교대근무도 장기오프를 사용할 수 있다고 평일에 쉴 수 있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역시 건강에는 상근직이 더 좋다고 느껴요.



이든: 건강을 다시 찾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오랜 기간 간호사로 근무하며 현재까지 일할 수 있었던 마음가짐이나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데이지: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하면 2가지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퇴근하면 병원 일은 잊자.’

사실 지금도 완벽히 지키지는 못하지만 이 마인드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간호사를 하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강박증(?)처럼 퇴근해서도 계속 업무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집에 가는 버스에서 제가 그날 간호한 환자를 한 명 한 명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빼먹은 일이 있는지 확인하고,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으면 뒷턴 간호사에게 확인해달라고 연락하고... 그러다 보니 잠을 설치고. 퇴근을 했지만 퇴근을 하지 못한 것 같은 악순환의 연속이었어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는 병원 문을 나오는 순간 억지로라도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확실히 쉴 때 쉬는 느낌이라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좋아진 것을 느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떤 직장인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매일 좋을 수는 없어요. 업무가 많거나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가끔은 동료와의 관계가 좋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런 날이면 참 속상하죠. 스트레스 때문에 밥도 잘 넘어가지 않고...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사직서를 꺼내야 하나 싶고... 당시에는 힘들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가짐으로 견디면 어느 순간 저 문구 그대로 지나가더라고요. 힘든 일이 있더라도 고난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버티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 간호사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나요?

데이지: 환자 분들과 라포르가 잘 형성되거나 고맙다고 표현해주실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해요. 병동에서 일했을 때나 지금 항암교육간호사로 일할 때나 늘 그랬어요. 지금 생각나는 분은 병동에서 근무했을 때 항암 하러 오신 환자 분인데 당뇨도 함께 진단받게 돼서 내분비내과 컨설트가 났고, 퇴원해서 매 식전과 자기 전마다 혈당 수첩에 혈당 수치를 적어서 다음 외래 때 가져오라고 회신이 온 거예요. 환자 분과 보호자 분이 혈당기를 사 오기는 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제 퇴근 시간을 반납하고 혈당기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알려드렸었어요. 엄청 고마워하시면서 집으로 해산물을 보내주겠다고 하시는걸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괜찮다고 했었는데, 그날 ‘퇴근 시간을 반납한 가치가 있었다.’라는 생각에 뿌듯했던 기억이 있어요.

또 행복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제가 원하는 분야에서 쭉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보통 한 병동에서 5년 차 이상이 되면 다른 병동으로 로테이션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7년 차 때 로테이션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내과에는 다양한 과가 있으니까 혈액종양내과가 아닌 아예 다른 내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운이 좋게도 로테이션을 가는 병동도 혈액종양내과 병동이었고, 지금도 혈액종양내과 교육상담실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제 커리어를 쭉 암 환자 간호로 이어갈 수 있어서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혈액종양내과 파트에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이든: 마지막 질문입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한 줄로 정의하자면?

데이지: '암 환자의 치료 과정을 함께 하는 동행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든: <널스터뷰>에 참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데이지: 학생 때부터 간호사가 힘든 직업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입사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입사해서 신규생활을 해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고되고 힘들어서 간호사가 된 걸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지식이 늘어나면서 동료들과 함께 손발이 척척 맞아서 문제들을 해결하고, 환자 간호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간호사 업무가 나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정신 차려보니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지금도 어디선가 힘들고 지쳐있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은 타인의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고귀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다들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간호사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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