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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든 Jun 20. 2024

24.06.20 신경외과집중치료실 - 널싱펀치 간호사

신경외과집중치료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이야기.

이든: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신경외과 집중치료실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독자 분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널싱펀치: 안녕하세요! 신경외과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6년 차 간호사 널싱펀치입니다. 중환자실을 거쳐 현재 근무지에서 4년째 근무 중입니다. 작년부터는 대학원을 병행하면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간호사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든: 소개 감사합니다. 신경외과 집중치료실이라는 곳에 대해 저도 조금 생소한데요. 신경외과 집중치료실은 어떤 곳인가요?

널싱펀치: 신경외과 집중치료실은 중환자실과 비슷한 수준의 모니터링 및 집중 간호가 제공되는 곳입니다. 신경외과 병동 가운데 위치 하고 있으며, 5인 병상으로 운영되며 간호사가 해당 병상 내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주로 뇌혈관 관련 중재 수술, 시술을 받으신 환자분들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뇌졸중이나 뇌부종, 출혈성 변환, 뇌압 상승 등에 대한 대처도 하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병실로 바로 가기 힘든 컨디션의 환자들이 준중환자실에 머무르면서 보호자들과 함께 병실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가교역할도(비공식적으로) 수행하고 있어요.



이든: 중환자실은 아니지만, 병동에서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돌보는 곳이군요. 그곳에서 선생님께서 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널싱펀치: 기본적으로는 뇌혈관에 대한 중재 수술 혹은 시술 환자들에 대한 집중 간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속한 부서가 신경외과 집중치료실, 즉 흔히 말하는 sub ICU기 때문에 중환자실 업무와 병실 업무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요. 병실에서 보기에 벅찬 활력징후가 불안한 환자, 승압제나 헤파린과 같이 고위험 약물을 지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을 케어하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성격과 환자들의 입원과 퇴원, 진료 지원 부서 선생님들과 연계, 추후 외래 진료에 대한 예약과 퇴원환자 문의 등 병실 간호사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있답니다. 물론 중환자실보다 환자분들의 활력징후가 안정되어 있고, 병실보다 담당 환자가 최대 5명으로 적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중간자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든: 신경외과에서 정말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군요. 아무래도 신경외과 환자를 살피다 보니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널싱펀치: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뇌 관련 질환을 진단 받으셨기 때문에 다들 크게 걱정하시면서 입원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중환자실을 통해 오시는 분들도 계셔서 환자분들이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습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긴장은 낮춰주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증상(두통, 어지러움, 구토, 힘빠짐 등등..)은 잊지 않고 알려주시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뇌혈관 질환이 있으면 반쪽으로 운동, 감각기능이 많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와상환자 분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에요. 따라서 다른 병동보다 낙상, 욕창에 더 유의해야 합니다. 모야모야 환자와 같은 경우 혈압 조절이 되지 않으면 말이 나오지 않거나 이해가 어려워지는 실어증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혈압에 굉장히 예민해져야 하고, 작은 신경학적 변화도 놓치지 않아야 영구적인 문제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든: 더 긴밀하게 살펴야 할 점들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신경외과 집중치료실에서 일하면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널싱펀치: 저희 병원에서 신경외과는 특수파트로 분류되는데, 왜 다른 외과들과 달리 신경외과만 특수파트에 속해있을까 생각해보니... 신경외과도 정말 ‘특수’한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환자분들마다 혈압 목표치도 다르고, 주의해야 할 사항도 다르고, 각기 가지고 있는 기저질환도 다르고... 따라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집중력’, 그리고 끊임없이 자기 노력을 할 수 있는 ‘자기개발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든: 다른 사람들에게 해당 부서나 해당 업무를 추천한다면 어떤 이유로 추천하시나요?

널싱펀치: 외과계의 특성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환자분과 함께 온갖 어려움과 힘든 일들을 겪고 나중에 퇴원할 때 ‘감사했습니다’ 한번 들으면 다시 열심히 일할 힘이 생기곤 합니다. 무심코 놓쳤을 수도 있었을 신경학적 징후를 내가 발견하고 미리 조치가 들어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예방했을 때도 보람을 느끼기도 하구요. 병동에서 보기 힘든 케이스에서 준중환자실 간호사로 도움을 드릴 때도 전문직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낍니다. 간호사로서 전문성을 쌓으면서, 병동보다 좀 더 깊이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든: 맞아요. 퇴원할 때 듣는 감사 인사가 정말 힘이 나곤 하죠. 일이 힘들 때도 있을 텐데 업무 특성상 힘들었던 점은 없나요?

널싱펀치: 신경외과 특성상 갑작스레 병변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그만 단서라도 놓치면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보다 혈압이 조금 더 높은 양상일 때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고, “평소 보다 얘가 밥을 많이 흘리네요”라는 말을 지나쳤다가 나중에 뇌경색이 확인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인가 찜찜한 느낌이 들거나 이상한 점이 보이면 확실하게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고, 신경학적 증상 유무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는 게 압박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다른 병동에는 드문 집중치료실이 신경외과에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든: 정말 작은 단서가 큰 영향을 불러올 수 있는 곳이군요. 고된 만큼 또 큰 보람이 있겠어요. 신경외과 집중치료실에서 일하며 겪었던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을까요?

널싱펀치: 제가 만나는 환자 분들은 아무래도 전두엽 부분에 손상이 있으면 충동 조절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관련하여 많은 일들이 생기고는 합니다. 예를 들면, “산책하고 싶다” “바다를 보고 싶다”가 바로 실행될 수도 있는 상태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한번은 출근하면서 혜화역에서 환자분과 같이 병동에 들어오기도 했고요. 다른 분은 어쩌다 인천 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가셔서 환자분을 경찰의 도움으로 돌아오시게 했던 일도 있어요.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든: 지금까지 간호사 경력 과정에서 진로나 미래에 대해 고민되었던 시기가 있었나요?

널싱펀치: 항상 고민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간호사란 참 양면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구보다 업무 범위가 넓으면서, 또 엄청나게 제한을 받기도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일에 익숙해질수록 짙어집니다. 정치 상황에 따라 우리 직업이 주체가 아니라 도구로서 평가되는 것을 보면 많이 화가 나기도 하고... 이런 고민 때문에 대학원에서 정책을 전공하게 된 것 같아요. 임상 간호사로서는 내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에 충분하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이 좀 더 의미 있게 되려면 보다 넓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앞으로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무엇이 더 환자를 위한 일인지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든: 저도 많이 공감이 되는 말씀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남자 간호사로 병동 환경에서 일하면서 다른 고민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널싱펀치: 생각보다 그렇진 않습니다. 사실 저는 학부 때부터 남자로서 불편한 점 보다, 얻었던 장점들이 훨씬 많아서 지금 남자 간호사로서도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굳이 불편한 점을 꼽자면 남성용 탈의실이 조금 멀리 있다는 것...? 그 외에는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그에 반해 환자 옮길 때나 기계 고정할 때 조금 더 수월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크게 남자 간호사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일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병동의 남자 간호사가 많이 있고 그래서 딱히 불편함이나 특별한 느낌은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든: 요즘은 병동에도 남자 간호사 선생님들이 많이 배치되어 오히려 병동 이미지가 다르게 보이고 활기찬 느낌이 더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간호사 일을 하며 언제 행복함을 느끼시나요?

널싱펀치: 가끔, 환자를 대할 때 ‘마음이 동했다’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이 사람을 환자나 고객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볼 때, 그런 순간이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그때는 제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가장 좋을지 고민한 후 도움을 드리는 순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제 능력으로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분들도 ‘간호사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낄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낍니다.


      


이든: 그런 순간들이 또 힘든 상황에서도 기운 나게 해주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처럼 임상 현장에서 간호사로 오래 일하고자 한다면 어떤 부분들이 필요할까요?

널싱펀치: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할 것 같아요. ‘몸이 버틸 수 있는 체력’과 ‘마음이 버틸 수 있는 심력’입니다. 몸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은 틈이 날 때마다 운동하고, 밥 거르지 말고 여행도 다니면서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 심력은 저도 아직 많은 수련이 필요하지만, 많이 부딪치고 긁히면서도 일에서 떠날 땐 확실히 떠나서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마음이 상하는 일이 계속해서 생길 텐데, 이런 일을 피할 순 없지만 직장에서 떠나서는 이를 벗어 날 수 있는 다른 취미나 혹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버티고 다시 회복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전보다 더 단단해져 있었어요.



이든: 체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정말 공감이 됩니다. 저도 운동을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지는 것을 많이 느꼈거든요. 선생님께서도 운동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널싱펀치: 맞아요. 저도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취미이기는 하지만, 3교대가 쉼 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운동을 정말 수단이자 목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예전에도 취미로 운동을 하긴 했지만, 일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계속 풀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헬스와 같이 정적인 운동을 하였었다면, 일하면서는 복싱이나 주짓수같이 조금 더 활동적인 운동을 하게 된 것도 특징입니다(조금 더 스트레스가 풀리거든요). 대학원 때문에 잠깐 2달 정도 운동을 못한 적이 있었는데 살이 갑자기 5kg 정도 불고, 스트레스도 많이 겪으면서 운동은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든: 오늘 좋은 말씀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한 줄로 정의하자면?

널싱펀치: 제가 하는 일은 ‘두려움의 회오리 속에 보이는 등대’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정확한 항로를 알고, 환자분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든: 긴 시간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널싱펀치: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는 한마디는 "혹시 언젠간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이번 달엔 어떨까요?" 모두 건강 잘 챙기세요!



사진제공: 널싱펀치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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