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같다. 찾는 사람이 참 없다. 걸려오는 전화도 카톡도 없다. 사나흘 이러고 있다. 너무 오래 이러고 있었더니 더 이상 안 될 것 같다. 기운을 차려야지. 배추가 보인다. 백김치가 먹고 싶다고 말한 K가 생각난다. 만들어봐야겠다.
재료 사러 나갈 마음은 안 난다. 박여사가 포장해서 보낸 김장거리들이 박스채 그대로 방치된 채, 배추 고갱이가 썩어 들어가고 있다. 한 장씩 배춧잎을 뜯는다. 멀쩡한 것들을 골라 소금물에 절인다. 박스에 담겨있는 참살가루며 쪽파, 대추도 꺼낸다. 누렇게 말라가는 쪽파를 다듬어 짤막 짤막 썬다.
백김치를 담근다. 정규직 TO가 생겼다고 기대감을 말하던 K를 위한 것이다. 찹쌀가루로 풀도 쑨다. 대추를 저며 씨를 빼고 돌돌 말아 꽃모양으로 썬다. 한 장 한 장 배춧잎을 깔고 양념을 뿌리고 쪽파랑 대추를 얹는다. 향기가 좋다. K가 좋아할 것 같다. 기운이 난다.
우울할 때 사람들을 생각한다. 만나면 기분전환이 될 것 같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떠올려보고는 그냥 산책에 나선다. 외부에서 찾는 해결책이 답이 될리 없다. 우울한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연민이 느껴진다. 이쯤 되면 회복단계다.
‘내일도 우울할까? 그다음 내일도?’.
‘아닐걸’
‘어제도 그전, 그전 어제도 우울했나?’.
‘아니’
우울과 무기력이 가끔씩 내리는 소나기라는 걸 안다.
우울할 때 누군가를 응원하고 안부를 물으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기운이 나고 몸을 움직이게 된다. 기지개도 켜고 케겔운동도 한다. 시원하고 힘차다.
무기력과 우울을 털어내는 좋은 방법을 배웠다. 누군가를 칭찬하고 안부인사를 전하는 것! 그러면 일부러라도 쾌활한 목소리를 내게 되고 그러면 기분이 밝아진다.
현관문이 열린다. 차디찬 겨울바람을 몰고 K가 들어온다. 답답하던 실내 공기가 쏴악 시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