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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리동 담쟁이 Sep 07. 2018


'상처 입은 용'의 귀환, 이용관 인터뷰

과거의 파행 딛고 다시 일어서는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징적 존재, 이용관 이사장이 영화제 복귀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한겨레 영화담당 유선희 기자가 이용관과 나눈 깊고 진한 이야기를 '일부' 전합니다. 질문을 던지자마자 그는 폭포수처럼 긴 답변을 쏟아냈다네요. 

<다이빙벨> 상영을 계기로 과거 정권에서 안전히 찍혀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났던 그는 이젠 과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겠다고 합니다. 다소 껄끄러웠던 김동호 전 이사장과도 만나서 소주 한잔 먹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었다고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조금만 초를 치자면, 그가 비전으로 제시한 것은 블록체인을 통한 영화제의 전 지구적 확산입니다. 가령 독일 사는 사람이 형편상 부산에 올 수 없다면 블록체인을 통해 영화제에 출품한 작품을 구매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용관 이사장은 "<버닝>을 암호화폐로 구입해서 본 뒤 '비닐하우스'(버닝의 모티브)에 모여 품평회를 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내놔 유선희 기자를 빵 터지게 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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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지향보다 미래지향적 생각을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지난 3년여간 어려움을 겪으며 내적 분노도 많이 쌓였는데, 이젠 스스로의 옹졸함을 돌아보게 돼요. 영화계 선배이자 큰형으로서 역할이 뭘까.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 영화제의 발전 방향이 요즘 제 주된 관심사예요.”

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마주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시종일관 “허허허” 너털웃음으로 대답을 마무리했다. 올 초 영화제에 복귀한 뒤 7개월여 만의 첫 인터뷰를 알차게 하고 싶어 준비하느라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로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3년 만에 이사장으로 돌아올 때, ‘상처 입은 용’이 과연 조직을 잘 추스르고 다시 날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이제 편안해졌다”라고 했다.

영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영화제 파행, 정권의 표적 기소로 법적 공방까지 겪는 동안 사이가 벌어졌던 김동호 전 이사장과도 화해의 첫걸음을 뗐다. “며칠 전 만나 뵙고 소주 한잔 했습니다. 먼저 사과하고 화해하라는 영화계의 요구가 많았는데, 저도 그간의 서운함이 앞서 잘 안 되더라고요. 근데, 자주 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전 이사장도 딱 부러지게 답을 주진 않으셨지만, 아랫사람이 풀어드리는 게 순리 같아요.” 함께 복귀한 전양준 집행위원장과는 손발이 잘 맞느냐고 물으니 “알고 지낸 세월이 34년이라 그런지 별거했던 부부가 재결합한 느낌”이라는 표현으로 긴 대답을 대신했다.

그가 이렇게 편안한 마음을 먹은 데는 지난해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큰 영향을 미쳤다. “처음엔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많은 이들을 원망했는데, 차츰 지석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떠난 자리를 잘 갈무리하는 것이란 걸 알겠더군요. 김지석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려는 것도, 지석영화연구소(가칭)를 만들려는 것도 다 그런 의미죠.” 원망이 사그라들자 주변이 더 넓게 보였다. 김지석 외에도 영화제를 함께 일군 김동호 전 이사장의 업적도 영화제가 기리고 간직해야 할 일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영화제의 밑돌을 놓은 김동호 이사장의 이름을 딴 ‘이스트 타이거’(East Tiger) 섹션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이것도 화해의 길로 가는 한 방법 아닐까요?”

(더 많은 내용을 읽기 원하시면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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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861007.html#csidxe51619e7133add2b83b9652a1a6cd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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