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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Apr 08. 2020

나는 왜 요트를 사랑하는가




이번 시애틀 여행에서 스타벅스 1호 점보다, 마이크로 소프트, 아마존, 보잉 등 시애틀 기반의 기업들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집집마다 정박해 있는 요트였다.     


시애틀은 GDP가 8만 불을 넘는 도시답게 자가용을 주차하듯 요트를 정박해놓고 있는 고급주택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요트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일상인 사람들의 삶에서 요트는 어떤 의미일까. 난 그런 환경에 놓여있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요트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도대체 요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우선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지적인 운동이다. 시원한 스트레칭으로 알고 시작한 요가가 알고 보니 요가수트라의 가르침과 명상으로 이어지는 많은 탐구가 필요한 것처럼, 물놀이, 배 타기로 시작한 요트 역시 선하나 보이지 않는 물 위에 떠서 바람을 이해하고, 요트 조종법을 이해하고, 법전만큼 두꺼운 경기 룰을 이해해야 하는 공부 할게 많은 그래서 쉽게 잡히지 않는 운동이다.     


바람과 날씨와 환경이 허락해야만 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희소해서 소중한 운동이다. 요가는 매트 한 장만 있으면 언제나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매력적이었는데, 정반대로 요트는 내가 마음먹었다고 바로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 나를 기다리게 만드는, 애태우는 운동이라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위험해서 아름답다. 육지에서 하는 운동과는 달리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번 사고가 나면 큰 사고가 될 위험성이 크다. 그런데 위험한 스포츠일수록 안전사항과 주의사항을 잘 지키면 안전하다. 그래서 한번을 해도 더 많이 신경 쓰고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인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바람과 친구가 될 수만 있다면 요트는 우리에게 자연에 포근히 안겨 땅에서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을 선사할 것이라는 것이다. 바람과 싸우고 대응하면서 세일을 다루려 하면 어려워진다. 그저 바람을 이해하고 같이 놀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거센 바람이라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있고, 쉬어갈 공간을 내어줄 것이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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