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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Apr 14. 2020

일대일 맞춤형 교육의 중요성



딩기요트 초급반에서는 메인 시트와 러더로 세일의 방향과 요트의 진행 방향을 조종해 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움직이는 세일링을 했었다면, 중급반에서는 이외에 붐뱅, 아웃홀, 커닝험, 트레블러 시스템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바람을 향한 풍상(upwind) 일 때와 바람을 받아 내려가는 풍하(downwind) 일 때, 그리고 미풍, 중풍, 강풍일 때 모든 경우의 수에서 붐뱅, 커닝험, 아웃홀, 트레블러를 각각 조작하는 원리와 방법에 대해 배웠다. 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열심히 필기를 하며 들었고, 90% 정도는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피코 대신 레이저에 올라앉아 시스템의 조작 없이 바람을 맞으며 러닝으로 간 것까지는 좋았다.     

‘이제부터 대체 뭘 하라는 거지?’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머리에 넣어서인지 지금 붐뱅을 만져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웃홀을 당겨서 세일 간격이 얼마가 되게 해야 하는지, 커닝햄은? 트레블러가 뭐였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만 빼고 모두들 마크를 돌며 바다를 자유롭게 다니는 듯이 보였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저렇게 당기고 밀어보라고 디렉션이라도 주시면 좋을 텐데, 중급반은 원래 이런 것인가, 오늘따라 기다리고 기다려도 선생님은 안 오시고, 나는 바다 한가운데 혼자 떠 있고.... 혼자 울먹이다가 다시 폰툰을 향해 들어갔다.       


이내 학습부진아의 특별 교육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이 내 레이저요트에 함께 타서 몇 가지 디렉션을 주시는 대로 따라 하니 너무 간단했다. 실상 초급반에서 했던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는데 뇌가 멈춰버리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세일을 펼치려면 붐뱅을 어떻게 하죠?” 라 물으면

 “풀어요!”

라고 다 대답을 할 수 있었다. 특별 맞춤형 교육을 한차례 받고 나자 나도 다른 학생들처럼 신나게 바람을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느리고 깊은 사고보다는 빠른 이해력과 암기력을 갖춘 우리나라 학교교육 및 입시에 적합한 학생으로, 사교육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껴보지 못했다. 그런데 학업성취도별 맞춤교육, 일대일 멘토링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정규 교육을 마친 지 십 수년이 지난 후에야 요트 위에서 생각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범장을 할 때마다 도르래 반대 방향으로 메인 시트를 끼운다거나, 커닝햄을 아웃홀 도르래에 꼽는다거나, 고리 매듭을 해야 하는 곳에 팔자 매듭을 한다. 나름 곰곰이 생각하고 공들여서 하는 범장인데 엉망진창의 결과물이 나온다.     


여자라고 약해 보이거나 도움을 받고 싶은 생각은 1도 없는데, 아직도 마스트를 혼자 못 세워서 도움을 받고, 세일을 예쁘게 못 접어서 선생님이 풀었다가 다시 말아주시기 일수이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제대로 물에 나갈 수 있다.     


요트를 타면서 급기야,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수 있는 독립적인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제야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어른이 되었는데, 요트를 타며 나는 또다시 한 사람 몫을 해내지 못하는 손이 많이 가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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