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와이 서핑

by 요가언니



하와이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막연히 ‘하와이=신혼여행지’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나와는 상관이 없는 곳, 그래서 찾아본 적도 없는 곳이었다.


“서핑하면 하와이 아니야?”라는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정말 사랑하는 책 <바바리안 데이즈>의 저자 윌리엄 피네건도 하와이의 서퍼였다. 하와이를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서핑 마니아들이 가는 곳은 노스쇼어 North Shore이다. 반스, 빌라봉, 퀵실버가 개최하는 서핑대회가 열리는 곳이고, 그 유명한 선셋비치가 바로 노스쇼어에 있다. 하지만 난 매년 초보로 다시 태어나는 서퍼이니까, 초보자용이라는 와이키키로 갔다. 겨울에는 파도가 더 세지니 괜찮은 선택일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새 호주의 서핑스팟들에 익숙해진 것일까, 얕은 바다가 어색했다. 파도가 너무 얌전히 와서 머리카락에 물 한 방울을 묻히지 않고 서핑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와이에서 찍은 서핑 사진 속의 나는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파도에 하도 맞아 미역을 뒤집어쓰는 헤어스타일이 익숙한 나로서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특이한 점은, 하와이 서핑 스쿨에서는 웻슈트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4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에도 시드니에서는 웻슈트를 입도록 했었는데(상어가 출몰할 수도 있으니 입어야 한다고 했다) 하와이 사람들은 개인 웻슈트를 모두 구비하고 있어서 그런 건지, 서핑스쿨에서 따로 주지 않아 가져 간 래쉬가드를 입었다. 물속에서 서핑을 할 때는 따뜻한 수온 덕에 문제가 없었는데, 서핑을 마친 후 타월 한 장 두르고 숙소에 돌아가느라 금세 감기에 걸렸다.

또 다른 하나는, 아쿠아슈즈를 신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아쿠아슈즈를 신으면 테이크오프를 할 때 미끄러지지 않을 테니까 도움이 되겠네.’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에서도, 호주에서도 그리고 발리에서도 아쿠아슈즈는 신지 않는데, 굳이 필요 없는 아쿠아슈즈를 사야 하나 싶어서 서핑스쿨에서 빌려주는 것으로 신었다.

아쿠아슈즈가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해변 모래도 거칠었고, 물속에서 발에 닿는 모래도 돌, 아마도 현무암 조각들 같았다. 이것은 하와이의 화산 지형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곳곳에는 크고 작은 암초와 검은 현무암들까지 있어 서핑보드에서 잘못 떨어지면 피부가 긁힐 것 같았다. 역시나 래쉬가드와 아쿠아슈즈 사이 발목에 기가 막히게 잔 상처들이 생겼다. 비키니만 입고 멋지게 서핑을 하는 서퍼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아쿠아슈즈와 웻슈트의 중무장이 필요한 곳이었다.


호주에서 처음 서핑을 배워서 기준이 그곳에 있던 나는 그렇게 약간의 실망감을 느끼며 하와이 서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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