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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Feb 08. 2021

요가를 할까, 필라테스를 할까?



“아아 웃기지 마~ 복근 아파.”
“매일 운동하는 사람이 왜 그래?”
“그게 말이야, 필라테스는 또 달라.”
“요가나 필라테스나 그게 그거 아니야?”

간만에 느껴보는 근육통이다. 어제 필라테스를 하며 코어를 집중적으로 사용했더니 신기하게도 몸 이곳저곳에서 잘했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낸다. 아픈데, 기분이 좋다. 이래서 항상 하던 것,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해야 하나 보다.

요가보다 필라테스를 먼저 배우기 시작했다. 필라테스를 하면 강사들처럼 날씬하면서도 강한 근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필라테스는 독일의 조셉 필라테스가 1차 대전 당시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 침대를 프레임 삼아 고안한 재활운동이다. 기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부상에서 벗어나 통증 없는 생활이 가능하도록 근육의 스트레칭뿐 아니라 강화, 안정화까지 골고루 고려한다. 그 핵심이 등, 배, 엉덩이, 골반 등을 중심으로 한 코어의 안정성과 강화이다 보니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의 아름다운 몸, 그러니까 날씬한 허리와 납작한 배, 탄탄한 엉덩이를 만들기에 유리하다.

필라테스는 볼, 밴드, 링, 보수 등의 도구를 활용하는 덕에 놀이처럼 즐겁다. 심지어 기구 필라테스는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기구에 올라타고 매달리고 끌어당겨 몸을 들어올리기까지 하니 그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기구를 다루는 기술을 습득한 것 같은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필라테스 기구는 다른 부위의 사용을 제한한 채 타깃 근육만 단련할 수 있도록, 가동범위 내에서 효과적으로 근육을 강화시키는데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다.

필라테스를 하다가 요가를 막 시작하게 되었을 때의 거부감이 기억난다.

‘도대체 왜 저렇게 몸을 꺾는 거지?’

과도하게 몸을 젖히고, 늘려서 관절이고 연골이고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근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 내가 옆 사람만큼 동작을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요가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었다.
 
‘나만큼 운동신경 있는 사람이 못하는 동작이라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거 아냐?’


오만한 마음으로 꼬아서 보았다. 무엇보다 어두운 분위기에서 천천히 동작을 유지하는 것이 졸리고 지루했다. 요가 선생님은 필라테스 선생님에 비해서 수업을 대충 준비하고 편하게 시간을 때운다고 치부해버리기까지 했다.

요가와 필라테스는 정작 동작은 비슷했는데 호흡법이 달랐다. 필라테스의 갈비뼈를 확장했다 조이는 흉식호흡은 여성들이 원하는 얇은 몸통의 야리야리한 상체를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요가에는 다양한 호흡법이 있지만 숨을 들이마실 때 배를 부풀리는 복식호흡을 기본으로 한다. 배를 부풀리며 숨을 마시면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서 몸을 효과적으로 이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배꼽을 등 쪽으로 쏘옥 집어넣고 배를 납작하게 힘주는 필라테스식 호흡을 하다가 숨을 들이마시며 배를 크게 부풀리려니,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건강한 몸을 위한다는 것, 불균형을 교정하고 통증을 없앤다는 것, 몸의 안정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요가와 필라테스는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요가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된 이유는 운동으로서의 움직임 너머의 명상이나 수행이라는 개념의 영향이라 하겠다.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요가를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망가는 대신 '자세를 유지하면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도망가지 않고, 자세를 풀지 않고 유지하면 과거의 감정적 에너지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할 것이고, 계속 지켜보다 보면 그 에너지는 사라질 것이다. 몸이 불편하지 않도록 자세는 약간 바꿔야 할지 몰라도, 감정의 잔여물은 녹아 없어질 것이다.

배런 뱁티스트, <나는 왜 요가를 하는가?> 중에서



Baptiste Power Yoga의 창시자인 미국의 요기 뱁티스트는 요가 수련에서의 몸이라는 외적 도구는 내면으로 들어가 우리가 찾고 있는 것에 닿을 수 있게 해주는 문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련의 목적을 존재의 핵심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봤다.


요가를 하면서 균형감, 유연성, 근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내심, 평정심, 명상도 만날 수 있다.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 건강까지 다룬다고 생각하면 된다.


“요가를 할까? 필라테스를 할까?”


그동안 많이 받았던 질문이기도 한 이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날씬한 허리와 단단한 배, 그러니까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필라테스가 빠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와 몸과 마음의 이완을 원한다면 요가가 적합하다. 필라테스로는 스트레스 해소를 못하고 요가로는 다이어트가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르고 효과적인 것을 꼽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당장 근력이 필요하다면 필라테스를, 유연성이 시급하다면 요가를 시작해보자.


진짜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껏 간직하고 있는 신념 중 하나는 ‘꾸준히만 하면 언젠가는 잘할 수 있다’ 이다. 그러니까 해보지도 않고 겁먹을 필요도, 첫 수업에 좌절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요가 프로선수나 필라테스 국가대표가 될 건 아니니까.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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