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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 Sep 14. 2020

생리할 때 요가를 쉬어야 할까


“살람바 시르사아사나. 생리 중인 사람은 사바아사나로 휴식 취하세요.”


요가 수업에서는 생리 중일 때 발을 위로 올리고 머리를 아래로 내리는 역자세, 그러니까 머리서기나 어깨서기를 피하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이은채 선생님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에서 역자세를 피하는 것은 물론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호흡 수련 위주로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휴식을 하신다고 했다. 요가는 반다를 잡는 수련인데, 에너지의 통로를 잠그는 이 행위가 자연의 섭리에 따라 흘러 내려가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굳이 반다때문이 아니더라도 생리 기간에는 역자세를, 더 나아가 요가를 하지 않아야 하는 줄 알았다.


하타요가 인텐시브 코스를 듣는 중이었다.

“살람바 시르사아사나에서 브르스치카아사나까지 접근. 초보자들은 쉬지 말고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나 시르사아사나에서 유지.”

“선생님 저는 생리 중이라서요.”

“이래서 못하고 저래서 못하면 언제 합니까?”


마침 생리 중이라 살림바 시르사아사나를 할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다른 수련생과 선생님의 대화를 듣고 화들짝 놀라 바로 다리를 천장으로 올렸다. 그러면서도


‘남자 선생님이 하는 말을 따라도 되는 건가. 생리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여자 몸을 알긴 하나.’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내 머릿속을 비우고 자세를 유지했다. 그렇게 5분 이상 지속된 생리 중의 머리서기는 결국,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리 부기가 빠져 하체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는 생리기간이라고 해서 요가를 쉬거나 특정 아사나를 기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리기간에는 아랫배를 비롯한 하체가 많이 붓는 편인데 요가를 한 시간만 하고 나도 부기가 쏙 빠졌다. 그건 요가원에 들어올 때 꽉 끼던 구두가 집에 갈 때면 헐렁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생각해보니 한 달 중 일주일이면 사분의 일의 시간이다. 한 달 중에, 일 년 중에 사분의 일을 생리 기간이라는 이유로 요가를 안 하면 그건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마음가짐을 고쳐먹으니 그동안 생리대에 땀이 차는 것이 불쾌하다는 핑계로 힐링 요가 수업만 골라 듣고 움직임이 큰 빈야사 요가를 기피했던 나는 탐폰이나 생리컵을 이용해서 평소와 다름없이 수련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단 요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생리대를 한 채로는 물에 들어갈 수 없는 수영이나, 핑크 레오타드를 입는 발레, 온몸이 땀으로 축축해지는 러닝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하지 못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지만 할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제시는 첫 마라톤 완주를 생리 둘째 날에 했다고 했다.


그냥 시작하면 되는 일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있지는 않은지, 별 것 아닌 일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이가 많아서, 실력이 모자라서,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시간 여유가 없어서, 육아 때문에, 남편이나 남자 친구가 싫어해서, 너무 많은 이유를 대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게 우물쭈물하다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을,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말이다.


나잇살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체지방 증가가 꼭 나이 탓만은 아닌데, 나이가 들어 살이 쪘다면서 쉽게 체념해 버린다. 생리학적인 면에서 생애 주기별로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는 것과 약물 부작용에 따라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나잇살도 좋지 않은 식습관과 신체 활동량 감소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박은지 <여자는 체력> 중에서)


나의 아쉬탕가 선생님은 오십 대 후반이신데 나잇살은커녕, 잔근육으로 다져진 강인한, 그러면서도 유연한 몸을 가지고 계신다.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에서 발끝을 바닥에서 떼서 핸드스탠드로 올라가는 틱톡(Tic Tocs)이라는 아사나를 처음 본 것은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이 어려운 묘기 같은 아사나를 가볍게 톡 해내시는 충격적인 장면 이후로 ‘나이 때문에’라는 말은 내 인생의 금기어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결리고 뱃살이 안 빠지는 일은 지금도,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생리할 때 요가를 쉬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각자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진통제 없이 생리기간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아무 통증 없이 지나가는 사람이 있듯이 우리 몸은 다르기 때문이다. 쉬어야만 하는 줄로 알았던 내 몸은 요가의 움직임을 통해 생리통과 붓기 완화, 나아가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받았다.


답은 나만 알 수 있다. 내 몸의 소리에 마음의 말에 조금 더 친절하게 귀 기울여도 된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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