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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Oct 26. 2020

요가로 체취를 관리하는 방법



수련실 문을 닫고 아쉬탕가 수련을 하다 보면 아무리 에어컨을 켜도 온몸이 젖고 요가매트 색깔이 진해질 정도로 땀이 흐른다. 겨울에 바닥 난방을 기라도 하면 흐르는 땀은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 이후에는 , 창문을 열고 수업을 하게 되었다.) 거울이 뿌옇게  정도로 습기가 차고 열기가 뜨거운 수련실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땀내나 쉰내 대신 좋은 향이 난다. 선생님이 섬세하게 선택하신 아로마 오일이나 아로마 스프레이 덕분이기도, 인센스 스틱을 태우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수련실에 들어오기 전에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는 의미로 깨끗이 씻고 들어오는 수련생 모두의 배려 덕분이기도 하다.

태국의 사원이나 마사지샵, 인도에   적은 없지만 인도에서   같은 향을 맡는 것이 요가원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런 인센스 스틱의 효과는 아로마 오일의 효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아로마 오일을 섞은 반죽을 말린 것에 불을 붙여 사용하는 것이 인센스 스틱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해소나 기분 전환 등의 대뇌변연계에 영향을 주는 아로마 테라피로서의 효과 외에도 피어오르는 연기 덕에 얻게 되는 살균, 해충퇴치, 냄새 제거 효과는 덤이다. 얼핏 종교적인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피어오르는 연기를  때리고 바라보는 것에도 치유의 효과가 있다. 그래서 요가원의 입구  멀리서부터 퍼지는 향이 코로 들어오면, 이제는 몸이 먼저 반응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강해지는 체취는 원활하지 못한 노폐물의 배출과, 게으른 청결관리 때문이라 알려져 있다. 이는 성장기의 과다 호르몬을 배출하는 청소년에게서 나는 것과는  다른 냄새이다. 어느 것이  낫다 말할 것은 아니지만,  성분과 냄새가 다르다. 성장기 이후에는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활동량도 감소하여  분비량이 줄어들  아니라 40 이상부터 만들어지는 특정 성분이 피지 분해 속도를 늦춰 피지가 쌓이기 때문에 냄새가 강해진다고 한다. 몸의 순환이 둔화되며 쌓인 노폐물을 운동 등을 통해 땀과 함께 배출해주면 좋겠지만 점점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여의치 않게 된다. 거기에 몸이 아프거나 움직임이 불편하기까지 하다면 더욱더 운동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몸에 기력이 없고 건강이 좋지 않다면 씻는 것은  얼마나 귀찮겠는가.

원인이 이렇다면, 물을 많이 마시고, 매일 일정 시간 산책이나 운동을 하고 자주 샤워하며 관리를 한다면 체취는 나이 때문에 어쩔  없는 것이라 포기할 것이 아닌, 관리가 가능한 문제가 된다. 굳이 요가가 아니어도 된다. 무슨 운동이건 내가 기분 좋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나면 노폐물과 함께 근심 걱정도 배출되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요가를 하는 이유는, 강한 자극 대신 충분한 이완과 휴식으로   아니라 마음의 노폐물까지도 배출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칭과 다를  없는 정적인 요가를 얕보고 수련실에 들어왔다가 폭포수 같은 땀을 흘리는 건장한 근육질의 남자들을 여럿 보았다. 그들은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수련실을 나갔지만, 충분히 개운함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원하는 향기란 체취를 말하기도 하지만 내면에서 베어 나오는 밝고 맑은 향이기도 하다.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니야마   번째는 샤우차 Saucha인데 청결이라는 뜻이다. 샤우차가 몸을 정갈히 하는 것을 넘어 마음과 내면적 생각의 의식적인 청결을 의미하는 것처럼 나도 육체  아니라 정신도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요가가 좋아서 나의 스승님이 좋아졌고, 스승님이 좋아서 요가가  많이 좋아졌다.  선생님에게서는 애정을 담아 몸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선생님께는 삶을 마주하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수련이 끝난  선생님들과 대화를  때면 자주 ‘요가하는 사람이라 다르구나.’ 생각을 하곤 한다.

누군가에게 향기로운 사람으로 여겨진다면, 그건 내가 순도 100% 깨끗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나의 향기로운 면과 구린  중에서 밝고 좋은 면을 발현시켜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매트 위의 관계도 다르지 않아서, 수련생들이 선생님의 향기로운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에너지가 선생님의 투명함과 선함을 부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피어난 선생님의 선함은 수련실에 향기롭게 퍼져 수련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토닥인다. 아름다운 선순환, 상호 호혜적인 관계이다.


좋아하는 작가 최은영의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의 제목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무해한 사람이 되는 것을 고민한다. 화려한 향기를 내뿜지는 못하더라도, 주변에 구린내는 풍기지는 않는, 적어도 무해하고 맑은 향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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