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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Nov 30. 2020

섹스가 요가가 될 때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기절하듯 잠들었다. 10분이고, 30분이고 죽은 듯 몸의 기능을 멈췄다가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고, 충분히 채워진 상태가 된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사바아사나”
“응?”
“지금 우리는 요가의 시체자세를 한 거야.”

요가를 전혀 모르는 그에게 요가의 언어로 말하곤 한다.

 

산스크리트어 '사바'는 '시체'라는 뜻으로 사바아사나는 우리말로 시체자세, 송장자세라 하고 아쉬탕가 요가에서는 수카아사나라고 부른다. 시체자세는 말 글대로 반듯하게 누워 이완하는 자세를 말하는데, 주로 요가 수업의 맨 마지막에 3분이나 5분, 가끔은 10분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한다. 리스토러티브 요가에서는 시작이나 중간 부분에 넣기도 하며, 회복이라는 특성상 5분이 60분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GX로 요가를 할 때와 요가원에서 수련을 할 때의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선생님이나 수업 내용은 비슷할 수 있어도 사바아사나는 같을 수 없다. GX룸에서는 아무리 불을 끄고 눕는다 해도 옆 스피닝 룸에서 나오는 강한 비트의 최신가요나 헬스 룸에서 쿵쿵 기구를 떨어뜨리는 소리 때문에 제대로 집중하고 즐기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요가원에서는 깊고 강한 수련 후 “충분한 사바아사나를 취하고 나오세요.”라 말하고 수련실 불을 끈 채 나가는 선생님이 계실 정도로 시간을 할애하고 중요하게 여긴다. 수련생들은 컨디션에 따라 20분이고 30분이고 그 자세를 유지한다. 때때로 코를 골기도 하고......  

많은 요가 지도자들이 입을 모아  사바아사나를 강조한다. 아헹가는 <요가 디피카>에서 사바아사나를 통해 얼마 동안 움직이지 않고 마음을 고요하게 함으로써 휴식을 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했고, 이를 통해 완전한 휴식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쉬탕가 요가의 힘 2>에서 키노 맥그래거는 적어도 5분에서 최대 15분까지 사바아사나에 머물라고 말했는데, 모든 노력을 내려놓고 반다를 풀고, 나에게 오는 기쁨과 행복감에 마음을 열어보라고 했다. 알렉산더 테크닉 공인 교사인 최다희는 <리스토러티브 요가>에서 사바아사나를 통해 수동적 상태에서 내맡김의 신뢰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능동적인 다른 아사나들이 결국에는 사바아사나의 의식상태를 경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사바아사나를 통해 한 시간 동안의 움직임이 내 몸에 기억된다고도 말하고, 스트레스와 부정적 기운을 비워낸 자리를 깨끗한 에너지로 채워낸다고도 말한다. 그 무엇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고 보여줄 수는 없지만, 누구라도 느낄 수 있다. 수련에 내가 가진 체력을 다 쏟아부어서 집에 돌아갈 힘조차 남지 않은 것 같을 때 사바아사나를 하고 나면 에너지가 가득 차서 몸이 가뿐해지고 정신도 맑아지는 그 기분 말이다.


종종 내 삶 전체가 요가 같아서 낮 시간 동안 일하고 돌아와서 밤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요가 수련 후의 사바아사나라 생각하기도 한다. 잠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인간의 몸은 잠자는 동안 염증과 싸우는 T세포나 염증과 감염을 조준하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을 생성시킨다고 한다. 적절한 수면이 면역체계에 중요한 이유이다. 아유르베다도 체내시계가 면역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며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유르베다에서는 해가 진 후 2시간 후에 잠들고, 해가 뜰 때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의사들은 하루 7~8시간의 수면을 추천하지만, 여의치 않다면 20분 정도의 낮잠도 도움이 된다. 낮잠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요가 니드라이든 명상이든, 멍 때리기이든 얼마간의 여유를 줄 수 있다면 될 것이다. 사바아사나도 그렇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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