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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Dec 21. 2020

요가는 어떻게 위로가 되는가


그가 나에게 다가올수록 방어적으로 몸을 말아 웅크렸다. 따뜻한 눈빛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어서야 나는 끝까지 그가 모르기를 바랐던 아픔을 드러냈다. 그는 놀란 듯했지만 이내 의연하게 나를 꼭 안았다. 그 포옹이 다정해서 슬펐다.

접촉, 그러니까 touch, contact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다 그 덕분이다. 손을 맞잡는 것, 껴안는 것,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 머리를 쓸어주는 것, 그리고 등을 쓰다듬는 것. 어떤 형태이던 마음을 가득 담은 터치는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위로가 될 수 있다.

오감 중에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은 얼굴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촉각은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접촉의 순간, 피부는 신경망을 통해 감각을 감지하고 이를 뇌에 전달하는 민감한 신호체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를 낮추는 동시에 이완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를 활성화시킨다.

심리학 용어 중에 접촉 위안 contact comfort이라는 것이 있다. 새끼 원숭이가 우유를 주는 철사 엄마 대신 부드러운 감촉의 헝겊 엄마를 선택하는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수립된 이론이다. 인간의 발달과정에서 애착이 형성되는 요건은 식욕, 수면욕 같은 일차적인 욕구 충족에 의해서가 아니라 접촉에 따른 위안과 안정감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요가에는 핸즈온이 있다. 선생님이 터치를 활용해 수련생의 아사나나 호흡에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하는데, 완벽한 아사나를 완성해낸다기보다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지금의 아사나와 호흡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게 살짝 일깨워주는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이를테면 앉은 자세에서 상체와 하체가 겹쳐지게 숙이는 파스치모타나사나를 할 때 선생님은 등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눌러 몸을 폴더처럼 접게 하지 않는다. 대신, 마시는 호흡에 척추를 길게 늘이도록 척추를 끌어올려주고, 내쉬는 호흡에 조금 더 몸이 중력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등을 쓸어내려주는 핸즈온을 해주신다. 핸즈온은 한 번도 과격하거나 무리가 된 적이 없었다. 언제나 따뜻하고 사려 깊었다. 그렇게 부드러운 핸즈온은 요가가 주는 위로 중 하나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근육의 올바른 사용과 이완을 위한, 그리고 치유와 교정을 위한 마사지도 핸즈온에 포함된다. 그 기본은 근육의 결을 따라 적절한 압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다. 볼, CP 밸런틱스틱, 요가링, 젠링, 폼롤러 등의 도구를 사용한 근막이완 마시지를 하기도, 부가적인 신경계의 효과를 위해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하기도 한다. 요가 지도자 과정이나 워크숍 중에는 핸즈온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별도의 과목으로 있을 만큼 중요한 영역이다.

<Touch Therapy>의 저자인 심리학자 Tiffany field는  접촉을 인간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보았다. 그는 터치가 부족한 사회는 점점 불안정해지고 인간다움을 잃어버리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게 된다고 말한다. 회의도, 수업도, 요가 수련도 줌으로 하고 있는 요즘, 접촉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그림: 제시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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