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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Sep 29. 2021

젊고 도시적이고 신나는 올림픽

Seoul Made  21호 LIST

*Seoul Made 21 LIST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금메달 13세, 은메달 12세, 동메달 16세. 여자 메달리스트 평균나이 14세. 그리고 남자 메달리스트 평균나이 23세. 도쿄 올림픽에 이런 종목이 있다. 바로 스케이트 보드이다. 올림픽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땠던가? 김연경 선수 중심의 여자배구팀,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다이빙 우하람 선수 등 메달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에 대한 응원이 아름다웠던, 결과보다 과정을 존중하는 분위기의 올림픽이었다. 특히나 이번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으로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올림픽은 진화하고 있다.


올림픽 이색 종목을 살펴보면 요즘 사람들이 주목하는 액티비티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젊고 도시적이고 신나는 올림픽 스포츠의 세계를 살펴보자.

 




<파도를 즐기다 - 서핑>


서핑이 올림픽 종목이라고? 그렇다. 당신이 올 여름에 양양, 송정, 중문 해수욕장에서 즐겼던 그 서핑이 바로 올림픽 종목이다. IOC는 2020 도쿄 올림픽부터 양궁, 펜싱, 수영 등 전통적인 종목 외에도 젊고 활력 넘치는 올림픽으로의 변화를 위해 서핑을 새로운 종목으로 추가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수영 금메달 리스트인 하와이출신의 듀크 카하나모쿠 Duke Kahanamoku 선수(미국)가 메달 수여식에서 ‘서핑이 올림픽 종목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후 100여년 만이다. 그가 현대 서핑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유이다.


이번 올림픽에는 1.8m 길이의 숏보드 종목이 채택되었는데, 경기는 30분 내외의 제한시간 내에 선수가 원하는 파도를 잡아 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파도를 잡아 타는 것이 한 무대가 되며, 심사위원들이 기술의 난이도, 창의성, 조화, 다양성, 파워, 완성도 등을 평가하여 0~10점의 점수를 부여한다. 5명의 점수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3개의 점수 평균이 부여된다.


대표적인 서핑의 기술은 에어리얼 aerial 로 파도를 타다가 공중에서 360도 혹은 540도 회전하는 것인데, 이번 도쿄올림픽의 서핑종목 로고에 표현된 바로 그 기술이다. 선수들은 최대 25개까지의 파도를 탈 수 있지만 그 중 최고점을 받은 2개의 파도에 대한 점수를 합산한 것이 최종 결과에 반영된다. 파도를 무대로 삼아 고급 기술의 연기를 선보인다는 측면에서 우리가 익숙한 피겨스케이팅이나 체조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같은 파도는 오지 않는다’

인생 명언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 말은 서핑에서 나왔다. 서핑은 파도의 상태뿐 아니라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의 방향이나 강도, 조류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받는 스포츠이다 보니 매번 새로운 파도를 만나게 된다. 예측 불가능한 파도를 골라 타서 그 동안 연습했던 기술을 선보여야 하므로 강한 체력, 뛰어난 기술력뿐 아니라 순간적인 판단력이 중요한 종목인 것이다.  


여자부 금메달은 하와이 출신의 카리사 무어 MOORE Carissa (미국)가 차지했고, 브라질의 이탈로 페레이라 FERREIRA Italo 가 남자 서핑 챔피언이 되었다. 브라질은 급부상 중인 서핑 강국인데, 브라질에서는 축구 다음으로 서핑이 인기가 좋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역시나 서핑 스팟으로 유명한 미국(하와이), 호주, 브라질, 그리고 일본이 이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요즘 서핑 붐이 불고 있긴 하나 서핑의 역사가 짧은 한국은 이번에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열기가 이어진다면 다음, 그 다음 올림픽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엘리트 서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3년 후 파리 올림픽의 서핑 경기는 남태평양의 타히티에서 열린다는 소식이다. 타히티는 하와이와 더불어 크고 빠른 파도 덕에 최고 난이도의 서핑 스팟으로 명성을 떨치는 곳이다. 고급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적인 요인을 갖춘 폴리네시아의 프랑스령으로 서핑 경기장으로 채택되었다. 2028년 LA 올림픽의 헌팅턴 비치,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의 골드코스트. 이 유명한 서핑 스팟에서 엘리트 서퍼들이 시원하게 파도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볼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끊임없이 도전하다 - 클라이밍>


앞서 언급한 젊고 도시적인 올림픽으로의 진화를 위해 이번에 스케이트 보딩 skate boarding과 함께 추가된 또 다른 종목이 바로 스포츠 클라이밍이다. ‘산 위에서 하는 그 암벽 등반? 아저씨들이 하는 것 아니야?’란 생각이 든다면,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홍대 앞 실내 클라이밍장에 한 번 가보기를 바란다. 뜨거운 열기와 강렬한 에너지는 전부 그 곳에 있다. 전세계 클라이밍 인구의 39%가 만18세 미만이라고 하고 실제로 실내암장에 가보면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아무런 두려움 없이 쓱쓱 인공암벽을 오르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555m,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를 암벽 위의 발레리나 김자인 선수가 맨손으로 오르며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는 김자인 선수 대신 고등학생인 서채현 선수가 출전하여 결승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만 17세인 그녀의 나이를 감안할 때 장래가 촉망 되는 선수이다.


스포츠 클라이밍 종목은 컴바인 combine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속도 speed, 볼더링 bouldering, 난이도 lead 세가지 세부 종목 각각의 순위를 곱한 것이 최종 합계가 된다. 최종합계가 낮은 사람이 우승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각 세부 종목에서 1위를 하면 유리해진다.


스피드는 높이 15미터, 경사도 95도의 벽을 얼마나 빨리 오르느냐를 겨루는 종목인데, 두 선수가 나란히 출발하여 상대보다 먼저 결승점에 도달하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우 여자는 7~8초, 남자는 6초 정도면 15미터의 벽을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스피드 경기를 보고 있으면 암벽을 오른다기 보다는 날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볼더링은 4.5미터의 암벽에 제시되어 있는 문제를 푸는 종목이다. 유일하게 몸에 로프를 매달지 않고 맨손에만 의지하여 벽을 오르기 때문에 바닥에는 떨어져도 안전할 만큼 두꺼운 쿠션이 설치되어 있다. ‘이게 홀드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가락 하나만 겨우 짚을 수 있을 정도로 작거나, 크기는 크지만 미끄러운 소재에 원형으로 만들어져 발을 디딜 수도 없을 것 같은 홀드를 선수들은 발등, 발뒤꿈치, 발가락 끝 등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풀어낸다. 각 문제당 4분씩, 3개의 문제가 주어지는데, 시도 횟수와 완수 횟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순위를 매긴다. 문제를 완전히 풀어 마지막 홀드를 잡는 것을 탑 top을 획득한다고 하고, 지정된 중간 지점의 홀드를 잡으면 존 zone을 획득한다고 말한다. 한정된 공간과 홀드를 활용하여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체력, 근력, 클라이밍 기술뿐 아니라 유연성과 판단력도 필수이다.


마지막으로 리드는 6분 동안에 경사도 90~180도의 15미터 벽을 누가 높이 오르는지 겨루는 종목으로, 등반을 성공한 높이까지의 홀드 수와 걸린 시간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경사가 90도를 넘어가면 거의 거꾸로 매달리는 느낌이라 생각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그 각도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그런 환경에서 어떤 홀드를 어떤 순서로 잡아서 루트를 찾아갈 것인지를 계산해야 하니 근력과 지구력을 넘어 공간지각능력과 사고력, 그리고 정신력까지 종합적으로 필요한 종목이라 할 수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에는 스피드 종목이 분리되고, 볼더링과 리드 두 종목으로 콤바인이 구성된다고 한다. 한국의 서채현 선수는 도쿄 올림픽 클라이밍 결선 리드부문에서 2위를 했고, 예선에서는 1위를 했었다. 아무래도 2024년에 우리 국민들이 서채현 선수를 보며 열광하는 날이 올 것 같다.



<바람을 끌어안다 - 요트>


서핑과 스포츠 클라이밍이 2020 도쿄 올림픽에 처음으로 채택된 종목이라면 요트는 정반대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종목이다. 최초의 올림픽인 1896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었으나 그 해에는 강풍으로 경기가 개최되지 못했고, 1900 파리 올림픽부터 대회를 진행했다. 또한 올림픽 역사상 여자 선수가 최초로 금메달을 딴 종목이 바로 요트이기도 하다.


올림픽 정식 종목명은 세일링 Sailing 인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명칭이 바뀌기 전까지는 요팅 Yachting 이라고 불렀었다. 이는 요트라는 배의 발전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초기에는 아주 큰 배에 10명 이상의 크루들이 탄 경기를 했다면 현대에는 성능이 개선된 빠르고 작은 요트에 한 두 명의 선수가 탑승한 종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석유부자 만수르가 타는 5800억짜리 요트?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1조 5천억원짜리 럭셔리 요트?’

요트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이런 것들일 것이다. 호화 요트도 요트이지만 올림픽 종목인 요트는 레이싱 요트라 1~2인승의 선체가 5미터 이하인 것들이 주를 이룬다. 1인승인 레이저 Laser, 2인승인 470, 49er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일반인들은 요트학교에서 레이저 종목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다.


바다가 경기장인 요트는 레이싱 커미티 Racing committee 를 기준으로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가상의 선에서 출발하여 마크를 가장 먼저 돌아 오는 선수가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요트 역시 1등이 1점, 2등이 2점과 같은 식으로 가장 적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가 우승하는 로우 포인트 시스템을 적용한다. 하지민 선수가 한국 요트 역사상 처음으로 출전했던 도쿄올림픽 레이저 메달레이스의 경우는 점수의 두 배를 부여했는데, 그는 메달레이스에서 5위를 차지하여 10점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해 처음으로 요트 중계를 할 정도로 요트가 비인기 종목이지만 하지민 선수는 명실공히 아시아 최고이다.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금메달 3연패에 빛나는 선수이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4연속 올림픽에 진출하며 부단히 개인 신기록을 갱신하고 발전하고 있다. 요트의 전통 강국인 영국과 호주를 위시하여 유럽 국가들만의 리그라고까지 생각되는 요트 종목에서 하지민 선수의 결승 진출과 종합 7위의 성적은 괄목할만한 일이다. 덕분에 국내에 조금씩 요트에 대한 관심이 싹트고 있다는 기쁜 소식이다.


IOC의 양성평등 gender equality의 기조 하에 2024 파리 올림픽에는 요트의 세부종목에 변경이 있다. 남자, 여자선수의 참여 비율을 50 대50으로 맞추기 위한 것이다.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에는 4명의 대한민국 남자 선수들이 출전했다. 3년후 파리 올림픽에서는 한국의 여자 요트 선수도 보고 싶다.





이쯤 되면 다음 2024 파리 올림픽에 새롭게 추가되는 종목이 궁금해진다. 야구와 가라테가 다음 올림픽에 빠지는 대신 브레이크 댄스 break dancing 가 추가된다. 풋워크, 백스핀, 헤드스핀 등의 기술을 선보이는 브레이킹 breaking 이 세부종목이며 비걸 B-girls과 비보이 B-boys 부문으로 나뉜다. 서핑, 클라이밍, 요트에 더해 브레이크 댄싱에서도 우리나라 선수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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