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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May 23. 2022

강아지 SNS병

이거슨! 간식을 향한 자본주의 미소!

슈렉에게 인스타그램 팔로워 강아지 친구들이 수백 마리 생기면서 육견 세계의 또 다른 장이 열렸다. 그동안 나는 SNS 활동을 제대로 한 적도 없고,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이라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성공하려거든 당장 SNS를 끊고 타인과의 비교를 멈춰라’와 같은 조언이 와닿지 않았었다. 그런데 슈렉이 계정으로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았다. 나에게도 ‘비교’라는 질병이 시작되었다.


나에게 인간이 고급 레스토랑을 간다거나 명품을 입는 것 등은 전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나의 질투의 대상은 산책코스가 산이고, 바다이고, 리시프리 파크(leash free park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인 강아지들이다.


슈렉이는 애견카페 대신 공원에서 친구를 만나요

한 친구는 매일 산책코스가 피드에 올라오는데, 그게 흙밭, 풀밭, 나무숲, 계곡, 개울, 돌다리 등 세상 다이내믹하다. 이 정도면 강아지들에게 어드밴쳐 놀이공원 급 아닌가? 다른 강아지 친구는 아빠가 매일 등산을 데려가는데 강아지가 힘들어하면 백팩 이동장에 넣어서 모시고 올라가 강아지 정상 인증샷을 올린다. 정상에서 사진찍는 등산견이라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내가 올리는 슈렉이의 산책코스는 아스팔트, 보도블록, 전봇대, 횡단보도...... 참 삭막하다. 나는 여전히 도시 생활이 좋은 사람이지만, 애나 개나 살기 좋은 환경이 자연임은 부인할 수 없다.


슈렉이는 도시강아지라 빨간불에서 기다릴 줄 알아요.

주말마다 애견카페에서 모임을 갖는 또래집단은 또 어떤가. #XX 애견카페 오전반 모임, #애견카페오후반 과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나온 영상을 보면 목줄 없이 뛰어노는 강아지들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다. 사교성, 사회성이 발달하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슈렉이만 뒤처지는 것 같다.


부산에 사는 친구의 바닷가 산책 루트가 부럽고, 남양주나 고양에 사는 친구들이 아주 널찍한 애견카페에서 목줄 없이 뛰어노는 것이 부럽다. 강아지 가방에 담긴 채로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여행하는 강아지 친구가 부럽고, 애견 동반 호텔에 가서 예쁜 사진을 많이 남기고 오는 강아지 친구들이 부럽다.


슈렉이 드라이빙 가능시간은 최대 10분.

‘고작 10분 거리의 서울숲에 가느라 차 타는 것도 벌벌 떠는 슈렉이가 강원도가 웬 말이냐.’

‘이제 늙어서 애견카페에 갔다가는 1살, 2살 어린 강아지들 에너지에 치일지도 몰라.’

‘11살 노견이 사회성 발달이 뒤처지고 뭐고가 어디 있나.’


라고 정신을 차리다가도 인스타그램만 켜면 부러움병이 시작된다. 이래서 사람들이 SNS를 삭제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말하나 보다. 개엄마는 이렇게 슈렉이를 키우며 세상을 배운다.


슈렉이 쓰다듬기 힐링 테라피

SNS를 끄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눕는다. 꼭 내 얼굴에 자기 궁둥이를 들이대고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눕는 슈렉이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마사지를 받는 것은 슈렉이지만 쓰다듬는 내 마음이 편해지는 마법이 시작된다.



​https://youtu.be/Y4mqslmtI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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