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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May 02. 2022

강아지 점프왕

저 엄마랑 요가하는 중이에요!

슈렉이가 네발로 잘 서 있다가 별안간 뒷다리를 접고 주저앉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번에 산책을 하다가 길에서도 그러더니 오늘은 집안에서 그런다. 처음에는 뒷다리가 간지러워서 긁으려고 잠깐 앉은 것인가 했는데, 지금 보니 쥐가 난 것 같기도 하고, 힘이 풀린 것 같기도 했다.


“슈렉아, 무슨 일이야? 괜찮아?”

하면서 뒷다리를 만져보니 뭔가 단단한 느낌이, 근육 경련이 일어난 것 같기도 했다.


내 뒷다리 근육… 이 정도?

그러고 보니 슈렉이 다리 근육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슈나우져들은 특히 다리털을 풍성하게 기르기 때문에 근육을 육안으로 구별할 수는 없다. 슈렉이가 어릴 때 목욕을 시킬 때마다 물에 젖어 선명히 드러나는 뒷다리 근육에 감탄을 하곤 했었다. 슈렉이는 곧잘 두발로 서서 욕조를 짚고 서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일이다. 뒷다리에 비누칠을 할 때마다 말근육을 만지며

‘운동한 보람이 있군. 나 닮아서 근육질이야, 우리 슈렉이.’ 라고 말하고 했었다.


목욕할때는 털발이 사라져서 몸이 작아짐. 표정도 겸손해짐.

요새는 욕조 없이 샤워부스만 있는 욕실에서 목욕을 시키느라 다리에 근육이 들어가 있는 것을 느낄 새가 없었다. 진짜 근육이 빠진 것인지, 그냥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슈렉이 허벅지 가늘어진 것만 같았다. 매일 4번씩 나가서 산책을 하지만, 노견은 노견이니까. 개의 1살이 인간의 7살이라고 하니 슈렉이는 70대 노인이기 때문에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강아지들의 관절, 슬개골 문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 강아지 슬개골 2기래.’

‘슬개골 수술 날짜 잡았어.’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들 사이에 흔히 듣는 말이다. 점프를 잘하는 슈렉이가 걱정되는 이유이다.


한번은 저녁상을 차려놨는데 접시에 잘 담겨있던 굴비 한 마리가 싹 사라졌다. 맛있는 것은 귀신같이 알고 먹는 것 까지는 좋은데 굴비는 너무 짜잖아, 그리고 가시가 위험하잖아 슈렉아. 그 이후로는 앉아서 먹는 밥상에 밥을 차려놓고 슈렉이를 혼자 두는 일은 없다. 대신 높은 식탁 위에 저녁상을 차리는데, 그러면 슈렉이가 절대 못 먹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하지만 슈렉이가 연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의심은 하고 있다. 우리 식구가 모두 나가면 자연스럽게 식탁 의자에 점프해서 식탁 위에 있는 것들을 여유롭게 먹을 수도 있다.


지금은 앞다리 하나가 없는 친구

그렇게 점프를 해대기 때문에 강아지들의 슬개골이 약한 것이다. 다행히 슈나우저는 견종 특성상 슬개골이 약한 것 같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친구네 강아지는 늘씬한 다리로 점프를 많이 하는 바람에 2년 동안 4번의 다리 수술을 했고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결국은 다리를 절단했다. 전문가도 보호자도 아닌 나는 그것이 적절한 조치였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를 절단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도 무디고 둔한 엄마인 나는 슈렉이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집에 강아지용 계단을 사온 것은 슈렉이 할머니였다. 쇼파나 침대에 뛰어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관절이 상한다고 안전장치를 만들어 주셨다. 거실에 깔아 놓은 미끄럼방지 패드도 그랬다. 나는 슈렉이한테 장난감 물어오기 놀이를 시키면서 개를 집안에서 뛰게만 했지,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느라 나무 마루바닥에 미끄러지면서 관절이 상할 것까지는 계산하지 못했었다. 미끄럼방지 패드도 할머니가 깔아주셨다.


슈렉이가 자리를 옮길때마다 할머니는 계단을 옮겨주세요.


이제야 정신을 차린 초보 엄마는 오늘도 몸으로 때운다. 산책하고 돌아온 슈렉이 마사지해주기.


전신 마사지 중



https://youtu.be/6kgFYWgfh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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