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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Mar 24. 2023

국제강아지의 날, 우리들 세상

윙크윙크- 식탁 밑에서 먹을 것 달라고 애교 중


“하아. 불쌍해 강아지.... 저 사람 쳐다보지 마!”


남산공원을 산책하던 일요일 아침, 맞은편에 진돗개 어쩌면 진도믹스인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강아지는 다리를 절고 있었고, 시꺼먼 옷에 모자를 눌러쓴 아저씨가 목줄을 잡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무 근거도 없이 이 강아지가 학대를 받았다 생각했고, 함께 산책하던 친구한테 저 아저씨를 쳐다보지 말라고 했다. 멀리 보이는 저 아저씨가 동물 학대범이라고 단정했던 것이다. 요 며칠간 인스타그램에서 버려지고, 학대받고, 또 구조되는 강아지, 그중에서도 진도믹스 사진을 너무나도 많이 본 터라, 무의식적으로 생각이 그렇게 연결이 되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슈렉이가 진도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강아지 왜 다쳤어요?”


강아지 학대범이라고, 친구에게는 쳐다도 보지 말라고 말했던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상대 견주에게 인사를 건넸다. 모르는 사람과는 절대 말을 하지 않는 내게 단 하나의 예외가 있으니,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에게는 먼저 인사를 건넨다는 사실. 내가 강아지 학대범이라고 의심했던 견주는 가까이 보니 70대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로, 점잖고 선한 말투를 가진 분이셨다.   

서울숲 산책 중 슈렉

“교통사고요.”


슈렉이도 매일 산책하는 우리 동네 큰 사거리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진도는 신호가 바뀌자 신나서 횡단보도를 뛰어나갔고, 때마침 신호를 위반한 자동차가 씽 달리며 진도를 친 것이다. 진도가 1살도 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수술을 3번이나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사고를 당한 오른쪽 앞다리는 왼다리 길이의 2/3도 되지 않아 바닥에 닿지 않았다. 사고 이후 자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근육이나 신경이 끊어진 것 같다. 어깨를 빙 둘러 다친 다리를 붕대로 지지해 놓았는데 그마저도 없으면 덜렁거리는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사방으로 휘날릴 것처럼 보였다.


앞다리 한 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어색한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진도는 눈을 반밖에 못 뜨고 있었다. 우리 할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까망 다마를 콕 박아놓은 것처럼 예쁜” 강아지의 보석 같은 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 채 뜨지 못한 눈은 그 몸이, 그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말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다른 병으로 아플 수도 있고. 진도는 슈렉이가 온몸을 빙빙 돌아가며 냄새를 맡는데도 5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꼼짝하지 않았다. 만사 귀찮다는 뜻일 게다. 아니면 움직일 힘조차 없거나.  


“그 운전자는 신호 한 번 어겼다가 1,000만 원 넘게 물어줬으니 재수 없게 됐죠, 뭐.”


견주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네.”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 누구보다도 속상한 사람은 견주일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진도를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고 치료비를 배상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레깅스 입은 요가독이에요
애완견의 경우 보통의 물건과는 달리 소유자가 그 애완견과 서로 정신적인 유대와 애정을 나누기 위해 이를 소유한다는 점, 생명을 가진 동물이라는 점 등으로 볼 때 (중략) 위자료의 금액에 관하여는 (중략) 20만 원 정도로 정함이 상당하다.

                   -판례 2010가단 414531-


우리나라에서는 강아지가 소유물로 여겨지기 때문에 강아지 치료비를 물건의 ‘수리비’로 생각하고 그 기준은 물건 값인 ‘분양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강아지를 데려올 때 지불한 분양비가 강아지의 가치라니...... 누군가에게는 가족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물건인 강아지라는 존재의 괴리감.

  

남산공원에서 진도를 본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1m 길이의 목줄에 묶여 어떤 케어도 받지 못하는 전국의 마당 방치견들과 국내 입양이 어려워 해외로 입양되는 수많은 유기견들을 보았다. 대부분이 소위 똥개라 부르는 진도믹스들이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진도의 진돗개와 복날의 보신탕이나 개소주가 되는 수많은 진도믹스 사이의 괴리감.    


슈렉이가 아니었으면 모르고 살았을 일들, 세상들. 그리고 하지 않았을 고민들.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내 강아지.


어제는 국제 강아지의 날이었다.

출처: timesno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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