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가언니 Apr 13. 2023

테라피스트가 될 수 있을까? - 비니요가

Bing Image Creator 가 그려준 맞춤 그림! 얼굴이 왜 찌그러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재미있어요.


임신을 한 친구가 어깨가 아프다며 요가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임신을 하면 여성의 몸은 출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는 것을 책으로, 또 강의로는 배웠는데 임산부의 몸을 경험한 적도, 자세히 관찰한 적도 없던 터라 실감을 하지는 못했었다. 이번에 친구 몸을 통해 임신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여성의 몸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테면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지방이 늘고 근육이 말랑말랑해지고, 출산에 적합해지도록 뼈를 포함한 조직들이 부드러워진다. 일반적인 요가, 그러니까 내가 평소에 하던 동작은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오랜 회사생활로 인해 만성 어깨통증이 있는 그녀는 배와 가슴이 무거워지자 그 통증이 더 심해진 듯했다. 건강한 일반인이 말려있는 어깨를 펴는 것도 힘든 일인데, 약할 데로 약해진 상체로 점점 무거워지는 무게를 견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친구에 맞게 ‘재활’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오랫동안 굳은 가슴근육을 풀어주고 늘어져 약해진 등근육을 강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말은 강화지만 그렇다고 무게를 들어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은 아니고, 근육을 사용하는 감을 잡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렇게 친구 한 명에게 맞는 요가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니요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비니요가는 개별 신체에 맞게 프로그램을 고안하는, 그러니까 개별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게 진행하는 요가의 방식이다. 크라슈나 마차리아가 개발하고 그의 아들 데시카차르가 보급했다고 알려진다.


두 번의 비니요가 특강을 들으면서 Personal Training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확신이 섰다. 앞서 말했듯, 비니요가는 빈야사요가, 인요가와 같은 특정 스타일의 요가를 말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한 접근방법을 일컫는다. 그러니까 개별화에 초점을 둔 맞춤식 요가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개별화이기 때문에 여러 요소를 변화시키며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테면, 같은 아사나를 하더라도 호흡 패턴의 변화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비니요가의 호흡법은 숨을 마시면서 가슴을 채우고 복부를 채운 후 복부부터 내쉬고 가슴의 호흡을 내쉬는 순서로 진행한다. 아쉬탕가의 호흡법과는 다르다.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허리문제, 그러니까 척추를 늘리고 등을 뻗게 해주는 효과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유지시간도 한 요소로, 자세를 만들고 유지하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동작의 순서도 그렇다. 개인의 몸 상태에 맞게, 그리고 개별 수련의 의도를 고려하여 시퀀스의 순서, 길이, 강도를 조절하여 최적의 효과를 낸다.


함께 수련실에 모여서 에너지를 내뿜는 빈야사요가, 아쉬탕가요가를 좋아하고 주로 수련하는 나에게 이건 전혀 다른 경험이다. 친구를 통해 내가 이제까지 했던 요가는 철저하게 신체 건강하고 운동능력이 뛰어난 젊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스포츠나 운동의 성격을 띈다고 볼 수 있겠다. 비니요가를 탐구하다보면 조금은 테라피스트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나이로 결정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