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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May 10. 2023

물을 많이 마시는 강아지

강아지 줄기세포치료 1차

물! 물! 물! 아무리 더워도 물을 안 마시는 강아지/ 강아지물통

“슈렉이가 물을 너무 많이 마셔. 무슨 문제 있는 것 아니겠지?”

“물 많이 마시면 좋은 거지.”


슈렉이 할머니한테 연락이 왔다. 강아지가 물 마시는 게 뭐 대수라고 이 가족들은 이렇게 호들갑인가? 그건 바로 슈렉이가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강아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12년간 말이다. 10살이 되던 해에 여러 개의 다양한 형태의 신장과 요로의 결석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을 정도라면 설명이 될까.


“음수량을 늘려주셔야 해요.”


결석수술 후 수의사선생님은 신신당부를 하셨으나, 슈렉이는 여전히 물을 마시지 않았다. 산책용 강아지 물병을 사고, 슈렉이 얼굴을 넣은 핸드메이드 텀블러 백까지 주문제작해서 들고 다녔지만 산책 중간에 물을 마시는 법은 없었다. 혓바닥이 스팸처럼 나오며 헐떡이는 한여름에도 최소한의 물만 마시는 강아지였기에 고육지책으로 집에서 만들어주는 야채고기죽에 국물을 많이 넣어주는 것이 그나마 음수량을 늘리는 방법이었다.


슈렉이 얼굴이 새겨진 주문제작 텀블러백


그랬던 강아지가 1차 줄기세포주사를 맞고 와서는 쉴 새 없이 물을 마시니, 슈렉이 할머니는 걱정이 되셨던 것이다. 집에 가서 보니 기특하게도 스스로 물그릇을 찾아가서 물을 마신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촵촵촵촵 물 마시는 소리가 이렇게 경쾌할 줄이야.  


“세포가 재생되니까 수분이 필요한가 보지. 물 많이 마셔서 문제가 됐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슈렉이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나는 과학은 잘 모르지만 세포를 재생시키려면 수분이 필요하다고 들은 것 같다. 줄기세포는 일종의 만능세포로, 우리 몸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자가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는 세포라고 하니, ‘재생’에 물이 필요한 것 아닐까? 그런 이유로 슈렉이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면 좋겠다. 그건 예후가 좋다는 뜻일 테니까.  


물은 안마시지만 수박은 좋아해요

줄기세포치료는 옆으로 누인 슈렉이 뒷다리에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농도가 높은 중간엽 줄기세포라고 했다. 주사할 때 보호자도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셔서 신음소리를 내는 슈렉이 이마를 쓰다듬어주며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이고 잘했어. 너 아프지 않게 해 주려는 것 다 아는구나. 오늘 네가 첫 환자인데 이렇게 잘해주니, 오늘 하루 잘 풀릴 것 같구나.”


줄기세포주사 중/ 디스크로 이미 등이 많이 굽은 슈렉이

원장선생님이 칭찬을 듬뿍 해주신다. 정맥주사를 놓을 때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꼼짝 않고 얌전히 주사를 맞았다. 원래의 슈렉이는 슈나우저답게 지랄견이라, 진료실이 떠나가게 짖고 입질을 하던 진상 강아지였는데 말이다. 뭘 아는 것 같아서 대견하기도 하고, 얼마나 아프고 기력이 없으면 저렇게 축 늘어져있을까 싶어서 안쓰럽기도 했다. 하긴, 그렇게 무서워하는 병원에서 오늘은 떨지도 못했다.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떨림이 전부였으니 그만큼 힘이 없다는 뜻일 게다.


슈렉이가 평소에 얼마나 떠는가 하면, 병원을 가기 위해서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동호대교를 타고 넘어가게 되는데, 대교에 진입하면 귀신같이 알고 몸을 떨기 시작한다. 사람으로 치면 치아 부딪히는 소리가 날 정도의 강한 진동으로 말이다. 그 긴장은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병원에 있는 한 지속된다.


힘없이 축축 쳐지기만 하던 강아지가 병원에 도착하면 너무 무서운 나머지 바짝 긴장을 하고, 그 때문에 다리에 꾹 힘을 주고 멀쩡하게 걸어서 지난번 진료 때는 원장선생님이 슈렉이가 괜찮다고 진단하실 정도였다. 답답한 내가 집에서 찍은 걷지 못하는 영상을 보여주고서야 디스크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랬던 슈렉이가 이제는 떨 힘조차 없다니....


매일, 하루종일 이렇게 누워만 있으니……

불과 1주일 전, 그러니까 1차 줄기세포치료를 받기 전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진통소염제를 끊는 순간 병세가 악화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다. 그건 집안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그깟 집에서 키우는 개 한 마리에 집안 분위기 운운하는 것이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 그랬다. 나도 남의 집 일이었으면 유난들 떤다고 말했을 것이었기에 이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말도 안 돼.”  


어느 날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슈렉이 밥그릇에 밥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슈렉이가 밥을 안 먹었다고? 어떻게 해야하지? 이 경우에 대해서는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평소의 슈렉이. 자기 밥 잘 만들고 있나 감시하는 중.

저녁을 먹이려고 뒷다리에 힘도 들어가지 않는 강아지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서 식탁 앞까지 데려왔다. 평소 같으면 언제 밥그릇에 밥을 주나 앞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을 녀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밥그릇에 밥을 한 숟갈 놔주자 냄새를 맡더니 고개를 돌린다. 끊임없이 식탐을 부리는 게 문제가 되었던 이 강아지가 밥을 안 먹어서 내 가슴을 무너져 내리게 할 줄은 몰랐다.  


“엄마가 만들어주는 밥마저 안 먹으면 더 이상 해줄 게 없어, 슈렉아. 너 엄마 밥 좋아하잖아.”


췌장염으로 입원, 퇴원 후 입에 넣어준 사료를 뱉었을 때의 충격적인 장면이 오버랩 됐다. 그때의 사료거부 사건 이후로 홈메이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있는 중이고 이제 이유식에 잘 정착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말이다.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와서도 식욕이 극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밥은 안 먹지만 그래도 고구마, 삶은 계란, 그리고 건사료는 먹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실제로 슈렉이 체중은 현저히 줄어 7.8kg가 되었다. 평소 몸무게의 10%가 빠진 수치이다.


할아버지가 안고 할머니가 주사기로 약 먹이고 엄마는 떡뻥으로 혼을 빼놓고 있는 중

내일모레 2차 줄기세포치료를 하러 간다. 이번에는 슈렉이 할머니가 병원에 데려가주시기로 했다. 줄기세포 진료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것에 맞추려면 반차도 아닌 휴가를 내야 하는데, 휴가를 무한정 쓸 수 없는 상황이라 그렇다. 실은, 같은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가 1차 치료일을 어린이날로 잡았었다.


‘그까짓 휴가 하루가 뭐 대수라고, 그냥 휴가 쓰고 며칠이라도 진료일을 앞당길걸......’

‘며칠 미룬 사이에 살릴 수 있었던 신경마저 죽게 한 것은 아닐까?’


자꾸만 고개를 드는 후회들.

2차 치료 후에는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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