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번의 줄기세포 치료가 완료되었다. 처음 세 번 1~3차는 1주일 간격으로 주사를 맞았고, 4차, 5차는 2주 간격으로 맞았으며 6차는 3주 후로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니까 치료를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는 이야기이다. 디스크가 발병한 지는 3달이 되었고.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며 꾸준히 약을 먹였다. 우리 인간들이 먹는 약처럼 약국봉투에 제품명과 효능, 주의점이 적혀있지 않아 어떤 성분인지는 정확히는 모른다. 심지어 가루로 빻아놓은 형태. 진통제와 소염제가 함께 있다고만 얼핏 들었을 뿐이다. 줄기세포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도 약을 먹으면 바짝 상태가 좋아졌었다. 고통을 못 느껴 멀쩡하게 걷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점이 항상 궁금했었다. 뒷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앉은뱅이가 되었던 녀석이 혼자 일어날 수 있고 걸을 수 있으며 허리를 곧게 펴는 것이, 과연 줄기세포주사가 세포를 재생시킨 덕분인지 아니면 진통제의 일시적인 효과인지 말이다.
많이 호전된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어날 때 앞다리에 더 의지하고 뒷다리에는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강아지의 시그니쳐 포즈인 앞다리를 곧게 펴고 뒷다리를 접고 앉는 늠름한 자세는 이제는 영영 불가능한 것 같다.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두 뒷다리가 대충 널브러져 있는 철퍼덕 자세가 최선이다. 내가 보기엔 그것도 귀엽긴 하지만.
5차 줄기세포 주사를 맞은 후 원장 선생님께서 투약 휴지기를 갖자고 말씀하셨다.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굉장히 센 약이었나 보다. 스테로이드 같은 것이었을까?
“슈렉아, 엄마한테 와야지!”
“......”
“슈렉아, 얼른 일어나서 이리 오지 않고 뭐 해?”
투약을 중지한 첫째 날 저녁이었다. 슈렉이가 일어나지 못했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노력 중이었는데 엉덩이가 바닥에서 들리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만에 겨우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어라? 등도 굽었잖아? 등이 굽었다는 것은 통증이 있다는 것이다. 허리가 아파서 허리를 펴지 못하는 꼬부랑 할머니의 등 모양이 또 만들어졌다.
“안녕하세요? 저희 강아지 디스크로 침을 맞고 싶은데 가장 빠른 예약일이 언제일까요? 주말이면 좋겠는데요.”
“주말은 예약이 많아서 가장 빠른 날짜는 7월 23일 오후입니다.”
“네? 한 달 뒤라고요? 가서 기다리면 안 될까요? 급해서 그런데......”
디스크를 진단받은 강아지들이 선택하는 치료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디스크 수술을 하거나 한방병원에서 침을 맞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슈렉이가 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는? 이는 일반적인 선택지는 아니나, 마침 슈렉이가 다니는 병원이 줄기세포 치료로 유명한 병원이었고, 원장 선생님께서 풍부한 임상을 갖고 계신 권위자였기에 시작하게 된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로 기력을 되찾고 문제없이 걷는 것 까지는 됐지만 더 나아가 앉았다 일어나는 것에도 문제가 없게,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완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방치료 병행을 문의했다. 직장에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아 주말에 예약을 잡아보려 했는데, 한 달 뒤에나 가능하다니. 그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꿨다.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을 잡고, 휴가를 냈고, 병원에 갔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니 간단히 예약을 하고 병원에 간 것처럼 보이겠지만, 솔직히 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이미 줄기세포 치료에 상당한 치료비가 들어가고 있는 중이고, 출근하느라 슈렉이 통원치료를 맡을 수 없는 나는 그것을 슈렉이 할머니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 가기 싫어 벌벌 떠는 강아지를 차에 태워서 그 무서운 진료실에 넣어놓고 줄기세포가 담긴 왕 큰 주사 처치를 기다렸다가 다시 데리고 오는 것까지, 반나절은 비워야 하는 일정을 슈렉이 할머니에게 떠넘기고 있으니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데 침치료까지 하면 일주일에 두세 번의 통원치료가 추가될 텐데, 그 시간이며, 비용이며.
강아지는 고통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적절한 치료는 보호자의 의무사항이다.
스웨덴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생후 3개월 이내에 정부에 등록해야 하고 사망, 보호자 변경 시에도 신고를 해야 한다고 한다. 산책 의무와 적절한 치료 등도 동물복지법에 규정된 의무사항이다. 물론 스웨덴은 최초로 펫보험이 출시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큰 복지국가이긴 하다. 그게 1924년의 일이니 말이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머릿속이 복잡했고 그 때문에 괴로웠다. 긴 고민 끝에 강아지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 이상, 내게 치료를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나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고. 내 심리적 안정을 위한 처치비용. 줄어든 통장 잔고를 보는 고통과 이 작은 강아지가 신음소리를 내고 축 쳐진 산송장이 되어 있는 것을 보는 고통의 크기는 애당초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한방병원에 가니 원장선생님은 친절했고, 재활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 편안한 병원이었다. 처음 와본 이 곳이 어딘지 모르는 슈렉이는 애견카페라도 온 양 즐겁게 탐색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내 진료실에 들어가자, 슈렉이는 높은 단에 올려 걸쳐졌다. 줄기세포 주사와는 달리 등에 침을 꽂아야 하기 때문에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고안된 나무 모형이었다. 원래도 겁이 많은 슈렉이는 당황했다. 혹시라도 떨어질까 봐 두 앞발로 그 나무를 꼭 잡고 있는 것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등, 허벅지, 발 등의 부위에 침을 꽂고 전기를 통하게 했으며, 검정 고글을 씌우고 적외선을 쏘았다. 원장선생님은 슈렉이가 용감하게 침을 잘 맞는다고 칭찬을 해주셨지만 나는 슈렉이가 너무 긴장해 벌벌 떠는 나머지 침을 꼽는데 끽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비명 질러도 되는데 불쌍한 겁쟁이......
한방병원에서의 침치료는 주 1회로 진행 중이다. 줄기세포 주사와 병행이다. 슈렉아 엄마랑 할머니는 최선을 다 하고 있어, 너도 힘내서 벌떡 일어나 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