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끝자락의 재미

시원해져라

by 박붕어

원래 여름 진짜 좋아했다. 여름이었다가 나였고, 여름밤탓이 내 시그니처 송이었다. 5월부터 기다리던 여름이고 6월이면 맥주가게와 편의점을 털러 다녔다. 9월이 올까 쫄았고 추석은
언제인지 괜히 세어보기도 했다. 수영하고 맥주 마시고 낮잠 자던, 나시와 반바지에 쪼리를 질질 끌던, 그 계절이 나의 여름이었다.

BUT, 개덥다. 작년 여름부터 올해 여름은 덥다덥다더워미쳤다개덥다와돌았다개덥다. 이 따위 말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낸 느낌이다. 너무나도 더워서 맥주고 막걸리고 알코올조차 땡기지가 않더라. 그저 눈뜨면 원기날씨부터 들여보고 EIMO카페 가서 이번 주 날씨라든지 기상청 욕이라든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냥 말자체가 하기 싫게 더웠고, 어쩌다가는 현기증도 종종 나기도 했다. 핑크솔트야, 고맙다.

그랬던 여름인데, 오늘 아침부터도 너무 더워 아빠한테 전화했다가 오늘 지나면 끝이라더라. 마지막이니까 즐겨라고 하는 소리에 오늘 하루를 올해의 마지막 여름이라 기록하고 싶어졌다. 우연찮게 노을도 찐여름처럼 넘어가는 모습이 괜스레 아쉽고 서운해지기도 하네. 욕심이니? 그래도 내일부터는 맥주 마시는 여름이 되리라. 윤달이라서 여름이 한 달 더 있다는 말도 있으니까, 이제는 좀 천천히 가기를 바라자. 그냥 26도로 한두 달만 더 있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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