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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l 24. 2022

코로나19 이후의 세상,  어떻게 구상해야 하는가

- 《창조적 파괴의 힘》

1. 오늘 소개할 책은?

오늘은 좀 묵직한 책을 소개한다. 《창조적 파괴의 힘》이다. 경제사상서인데, 매년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필리프 아기옹이 콜레주 드 프랑스의 객원 연구원들과 함께 쓴 책이다. 이 책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성장이 어떻게 경쟁, 불평등, 환경, 금융, 실업, 건강, 행복, 산업화, 빈곤국의 따라잡기 정책 등과 상호 작용하는지 깊이 있게 살펴본다. 또한 국가의 개입, 즉 행정부의 적절한 제어와 관리가 이러한 문제들을 공략하면서도 어느 정도 부의 창출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있다. 2014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도 이 책을 추천하고 있다.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좀 더 지속적이며 부와 일자리 창출 능력을 지닌 창조적 파괴에 기반을 둔 통찰이 돋보인다고 말이다.     


2. 얘기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저자들이 말하는 ‘창조적 파괴’란 무엇인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산업은 파괴되지만, 이에 적응하며 나타난 신(新)산업이 그 빈자리를 메꾸는 혁신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경제가 발전한다’는 성장 이론이다. 이 개념을 정립한 건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다. 슘페터는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가 자본주의의 역동성과 경제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창조적 파괴의 힘》의 저자 중 한 명인 필리프 아기옹은 창조적 파괴를 국가 성장 모델에 접목해 ‘슘페터식 패러다임’을 개척했다. 필리프 아기옹은 한 나라의 경제가 역동성을 유지하며 성장하려면 정부가 어떻게 경제 정책을 설계해야 하는지 평생 연구해 온 사람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제 자문을 맡았고, 지난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함께 만든 ‘지속가능한 포용적 회복과 성장 위원회’ 에도 고위 자문단으로 참여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창조적 파괴’라는 관점을 통해 과연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양립시킴과 동시에 환경을 보존하고, 불평등을 조율하는 일이 가능한지 다루고 있다. 또 우리 사회 시민들의 일자리, 건강, 행복 등의 영역에 잠재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창조적 파괴의 부작용을 피해갈 방법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3. 대단한 분이다. 그럼  저자들은 ‘시장지상주의’에 경도된 현재 자본주의에서 시민사회가 고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자본주의 단계로 옮겨가면 무엇이 가능해진다고 얘기하나?

우선 사회 이동을 활성화하고 혁신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도 불평등을 축소할 수 있다. 그리고 성장 쇠퇴 추세를 막기 위해 경쟁 정책을 개선할 수 있으며, 기후 온난화에 맞서기 위해 친환경 기술 쪽으로 혁신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다. 또한 보호주의 무역의 경보음을 울리지 않고도 투자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실직을 겪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진정한 사회 보호망을 정립할 수 있다.     


필리프 아기옹,셀린 앙토냉,시몽 뷔넬 (지은이),이민주 (옮긴이), 에코리브르, 2022, 원제 : Le pouvoir de la destruction créatrice, 2020


4. 희망적이지만 어렵다.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사실 지금은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어떻게 구상해야 하는가, 라는 존재론적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나.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논의의 중심에 이 ‘창조적 파괴’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은 일자리를 없애고 수많은 기업의 파산을 불러왔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고 혁신적인 경제 활동의 장을 활짝 열어주지 않았나. 다시 말해, 팬데믹 이후 창조적 파괴가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인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보전하고, 그 기업이 축적해온 인적 자본을 지켜내야 하니 말이다. 또 경쟁력이 더 높거나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에 더 잘 대응하는 신생 기업,  새로운 경제 활동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재할당’도 필요하고 말이다.     


5.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나?

그렇다.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여러 나라에서 기존에 시행되던 형태의 자본주의 체제에 영향을 주는 좀 더 심각한 문제들을 ‘노출시키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포괄적으로 보면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되어 온 불평등의 확산, 기득권의 집중화,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고용 조건, 보건 체계와 환경의 악화 등을 마주한 상황이다. 저자들은 불과 20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한 수준으로 현재 우리 사회를 끌어올린 원동력이 바로 창조적 파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도전 과제는 창조적 파괴라는 이 힘의 원동력을 제대로 파악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일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부유한 사회를 유지하면서도 지구에 피해를 입히지 않을 수 있는, 즉 적절한 규제 하에 작용하는 모습의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환경친화적이고, 좀 더 공정한 방향의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창조적 파괴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어제의 혁신가들이 과거의 혁신을 통해 취득한 자신의 기득권을 새로운 혁신을 방해하는 데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창조적 파괴를 이끌기 위한 힘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192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앙리 베르그송의 말이 떠올랐다.


“미래는 우리에게 일어날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행동으로 옮길 무언가이다.”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보길 바란다.      




김미향 에세이스트·출판평론가


2022년 7월 21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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