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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Sep 25. 2022

고요하고 특별한 세계

- 《반짝이는 박수 소리》

1. 오늘 소개할 책은?

오늘 소개하는 책은 한국에서 코다로 자라며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기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이길보라 감독이 직접 쓴 에세이 《반짝이는 박수 소리》입니다. 농인과 청인 사이, 코다 이야기를 담아 가장 고요하고 특별한 세계에 대해 들려줍니다.      


2. 책의 제목이 독특하다. 박수 소리가 반짝인다니?

네, 그렇죠? 역시 예리하십니다. 이 책의 제목인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청각장애인들의 수화에서 따 온 건데요. 농인들은 손뼉을 마주치는 대신 양손을 높이 든 채 손을 반짝반짝 흔들며 박수를 친다고 해요. 이 책이 입 대신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제목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3. 책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농인 부모 이상국과 길경희 사이에서 태어난 이길보라 감독은 이 책을 통해 침묵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농인과는 달리 모든 소리가 너무나도 잘 들리는 당신의 세계는 어떠하냐고 묻고 있습니다. 이길보라 감독은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의 어린 시절부터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기까지를 예로 들며 청각장애를 가진 이들의 성장 과정과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해 들려줍니다. 이후 코다인 이길보라 감독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데요. 청각장애 부모에게 말 대신 수화를 먼저 배우고 손으로 옹알이를 하며 만난 세상, 소리의 세계와는 사뭇 다른 침묵의 세계에서 자라며 혼란스러웠던 일화들이 펼쳐집니다.

또 농인 친구 예린의 통역 도우미 활동을 하다 새롭게 맞닥뜨린 문제점을 짚기도 하는데요. 농인 친구를 돕다 보니 통역을 위한 노트북을 놓기조차 애매할 만큼 지나치게 높고 더러운 학교의 책상과 캠퍼스는 두 개인데 근무자는 한 명뿐인 교내 장애학생제원센터의 근로환경 등에 눈뜨게 된 거죠. 이밖에도 농인문화의 천국인 미국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들과 자신이 코다라는 것을 알게 된 이길보라 감독이 코다인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깨달은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이길보라 지음 l 출판사 문학동네 l 가격 1만5000원

   


4. ‘코다’라니 좀 생소한데, 어떤 뜻인가?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자란 청인(聽人), 그러니까 청각장애가 없고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코다’라고 부르는데요. 코다(CODA)란 ‘Child of deaf adult’의 앞 글자를 따 줄인 말이에요. 영어식 표기대로라면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자란 농인도 코다 아니냐, 궁금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제가 아는 농인에게 물어보니 청각장애인 중에서 수어를 제1 언어로 쓰는 사람을 그들 사회에서는 ‘농인’이라고 한대요. 들을 수 없는 사람을 ‘농인’이라고 부르고 이와 반대되는 의미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을 ‘청인’이라고 부르는 거죠. 이러한 농인의 자녀 중에서도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코다(CODA)’라고 한답니다. 농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농인 자녀인 경우 그냥 농인으로 통일하면 되니까 굳이 ‘코다’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요.    

 

5. 저자가 침묵의 세계에서 자라며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일화가 있다면?

부모의 세상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인지했지만 사춘기에 들어서자 시작된 청문화와의 갈등, 엄마의 손은 아름다운 시구(詩句)가 되기도 했지만 어떤 때에는 그저 부르기 위해 툭툭 어깨를 치는 무신경한 손짓이었다는 경험,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똑같은 질문들… “너네 부모님은 아픈 거야?” “너네 부모님은 정상이 아니야?” “너네 부모님은 목소리가 왜 저래?” “근데 너는 왜 청각장애인이 아니야?”

저자가 스물두 살 때 처음으로 ‘코다’라는 단어에 대해 알게 되는 장면에선 저자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는데요. 손으로 말하고 사랑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특별하다고, 자신의 부모가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사춘기 이전, 그러나 사춘기 이후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장애’ 혹은 ‘결함’이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정체성의 혼란, 부모의 장애를 홀로 짊어졌을 때의 외로움이 바로 그것입니다.      

6. 책 소개를 듣고 코다에 대한 더 알아보고 싶은 청취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올해 3월 28일, 이 책처럼 코다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 <코다>가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함께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농인의 세계를 이해해보려는 청인의 노력이 빛나는 이 책과 함께 이길보라 감독의 동명의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 청인의 꿈을 듣는 농인의 이야기가 담긴 미국영화 <코다>까지 감상한다면 코다에 대한 이해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질 거예요.

평소 우리는 나와 ‘다른’ 타인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또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잘 모를 때가 많은데요. 이 책은 그 방법을 섬세하게 알려주고 있어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나와 전혀 다른 타인의 삶을 구석구석 간접체험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건 우리가 책을 읽는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한데요. 이에 대해 알고 싶으신 청취자분들은 이 책을 읽어 보시고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시면 좋겠습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9월 22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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