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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Dec 24. 2022

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

1. 오늘 소개할 책은?

며칠 뒤면 크리스마스 아닌가. 성탄절 무드 낭낭한 《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을 소개한다. 19세기 세계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14인이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쓴 작품들을 한 권으로 엮은 앤솔러지다.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이 크리스마스 소설집에는 헤르만 헤세, 오스카 와일드, 안데르센, 모파상, 도스토예프스키 등 우리가 누구나 알 만한 작가들의 크리마스 특선작이 담겨 있다. 다만 대가들의 작품 중 그간 한국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롭고 낯선 이야기들로만 골라 실었다고 하니 더욱 흥미롭다. 사실주의의 영향으로 이전까지의 낭만적 경향에서 벗어나, 절제된 작풍을 특징으로 하는 16편의 소설들(한스 안데르센과 《닐스의 모험》으로 유명한 셀마 라겔뢰프의 작품들은 각각 두 편씩 수록되어 있다)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19세기 크리스마스 풍경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2.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들이 담겨 있나?

멋진 크리스마스트리가 되는 꿈을 꾸었지만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전나무의 여정을 담은 한스 안데르센의 <전나무 이야기>, 할아버지와 보냈던 즐거운 크리스마스의 기억을 담아 편지를 쓰는 아홉 살 소년이 등장하는 안톤 체호프의 <방카>, 눈 속에 버려진 출생의 비밀을 안고 떠돌다 진실과 마주하는 오스카 와일드의 <별아이> 등 소박한 아름다움과 정취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3. <전나무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그렇다. 우리가 예쁘게 꾸미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대개 전나무이지 않나. 전나무는 추운 북쪽 지방에서 잘 자란다. 어린나무일 때는 다른 큰 나무들 밑에서 햇빛을 받지 못하고 느리게 자라다가, 10년 정도 지나면 햇빛을 충분히 받을 만큼 곧고 빠르게 키가 자라는 나무다. 겨울에도 낙엽이 지지 않고 항상 푸릇푸릇한 바늘 모양의 잎이 달린 키가 큰 나무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작품을 읽으면 더 재미있다.

안데르센의 작품 속 어린 전나무는 늘 어서 크고 멋지게 자라고 싶었다. 가을이 되어 사람들이 와서 큰 나무들을 베어가자 전나무는 배로 만들어져 바다 위로 떠다니고 있을 그 나무들이 부러웠다. 그러자 하늘에 떠 있는 해가 이 숲은 정말 멋진 곳이며 늘 젊고 푸르게 서 있을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지 않으냐고 묻는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트리를 만들기 위해 다른 전나무를 베어갔다. 주인공 전나무가 다시 부러워하자 해와 바람은 현재가 더 행복할 거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전나무는 빨리 숲을 떠나고 싶어 한다.

크리스마스 전날, 우리의 주인공 전나무도 드디어 소원을 이룬다. 베어진 전나무는 어느 집 거실에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된다. 예쁜 장식품들로 꾸며지고 꼭대기에 별이 달린 전나무는 행복해한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전나무는 창고로 옮겨지고 그 이후로 아무도 그를 찾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생쥐들만이 그의 곁을 맴돈다. 이제 시들고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전나무는 숲에서 살던 행복했던 시절 이야기를 생쥐들에게 해 준다. 그리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전나무는 장작이 되어 난로 속으로 던져진다.      


4.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맞다. 내가 갖지 못한 것만 부러워하며 사는 사람들은 지금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갖고 있는지 돌아볼 줄 모른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 지금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는 것처럼. 현재를 즐기며 살지 못했던 전나무는 나중에야 깨닫는다. 그때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몰랐다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했다고 말이다. 크리스마스 주간을 맞아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순간의 행복과 현재의 기쁨에 관한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



5. 재미있는 전나무 이야기에 이어 마지막으로, 이 책 전반을 통해 청취자들이 또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누군가 ‘크리스마스 책’ 이라고 했을 때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또 한 권의 크리스마스 책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다 더해 19세기 유럽의 크리스마스 풍경과 사랑, 추억의 시간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또한 책을 구성하고 있는 다수의 작품들이 쟁쟁한 대표작의 그늘에 가려져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대문호들의 소박한 작품들이기에 감춰진 작품을 발굴해내는 기쁨도 접할 수 있다. 오늘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 한 잔의 차, 케이크와 함께 이 책을 즐겨보면 어떨까.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눈에 비친 크리스마스와 19세기 유럽의 겨울 풍경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해 본다면 더욱 의미 있고 특별한 성탄절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내용도 좋지만 책의 물성상 표지도 예쁘고 속지도 초록색이라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도 이 책을 주위에 선물한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할 뿐만 아니라 센스 있다는 소리까지 듣게 될 것 같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12월 22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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