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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Aug 26. 2023

올여름을 최고의 여름으로  마무리하는 방법

1. 오늘은 어떤 책 함께 읽어봅니까?

여름이 가기 전, 여름 관련 책들 잔뜩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오늘도 여름 관련 책입니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라는 소설집인데요. 김연수 소설가의 신작으로 20편의 소설들이 담겨 있습니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물의 느낌이 시원한 표지가 여름과 잘 어울리는 소설집입니다.


2 20편이라니, 정말 그 수가 많은데요. 이 많은 소설들을 관통하는 건 무엇입니까?

네,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사실 우리가 무언가를 읽거나 볼 때 읽고 보는 그 순간의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그 스토리 너머에 있는 뒷이야기,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소설집 역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게 되면 소설들이 달리 보이게 되는데요. ‘작가의 말’을 보면 2021년 10월 제주도에서 2023년 6월 창원까지, 그렇게 여러 도서관과 서점에서 이 소설들은 쓰여지고, 읽고, 듣고, 또 ‘다시’ 쓰여졌다고 합니다. 2021년 10월 제주의 낭독회에서 작가는 소설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요. 그래서 산문보다 소설을 더 많이 쓰게 됐고 강연회보다는 짧은 소설을 읽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낭독회를 더 자주 하게 됐다고 합니다. 팬데믹 이후 “우리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 바로 그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기 때문에요.


3. 네, 팬데믹이 우리 일상을 많이 바꾸어놓았지만 그래도 역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이 정감 있게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 쓰인 소설들이라 그런지 이 책도 퍽 다정합니다.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이라는 소설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타인에게 이유 없이 다정할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플롯이 바뀝니다. 비록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았지만, 제 뒤에 오는 사람들은 지금 쓰러져 울고 있는 땅 아래에 자신이 모르는 가능성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 세계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만으로 말입니다.

요즘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키워드가 ‘다정함’인데요. 이 소설집 역시 오직 다정함만이 나 자신을, 그리고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4. 네, 시간 관계상 20편의 소설들을 다 소개해 주시긴 어려울 것 같고, 그중 ‘다정하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입니까?  

<첫여름>, <여름의 마지막 숨결> 같은, 계절감에 맞는 소설들이 여럿 있는데요. 그래도 표제작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소개해 드려야겠죠? 여름, 밤이 막 내려앉기 시작할 때, 골목길 어귀에 들어섰을 때 약간 외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바로 그 순간, 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려서, 평화가 아스라이 퍼지는 느낌, 굉장히 상냥한 무언가가 나를 다정하게 감싸는, 그런 느낌이 드는 소설이거든요. 미사여구가 너무 많았나요?(웃음)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느냐 하는 건데요. 김연수 작가는 다정함의 프레임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고 있으니 소설 역시 다정할 수밖에요. 어머니의 임종을 앞둔 화자가 구보 씨처럼 걸으면서 어머니와 얽힌 추억을 돌아보고, 두려워했지만 오히려 평화를 선물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잘못 일어나는 일도 없다. ‘그러므로’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일이 그려져 있는, 일종의 자전소설입니다.   


5. 마음에 잔잔한 평화를 가져다주는 소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표제작에 이런 문장들이 있는데요. “좋은 여름이 될 거야.” “최고의 여름이 될 거야”라고요. 줄거리만 들으면 갸우뚱하실 수도 있지만 이걸 풀어나가는 작가의 문장이 매우 섬세하고 다정해 이 책을 통해 좋은 여름을 마무리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돼요. 또 한 가지 장점을 말하자면, 낭독회에서 읽기 좋게 쓰인 소설들이라 한 편 한 편 굉장히 짧아서 부담 없이 쉽게 읽으실 수 있다는 겁니다. 추가로, 독서 경험을 더 확장할 수 있는 꿀팁도 하나 알려드릴게요! 너튜브에서 '너무나 많은 여름이 플레이 리스트‘를 검색해 재생하시고 이 소설집을 읽으시면 좋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소설집이 여러분께 시원한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8월16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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