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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Sep 29. 2023

당신이 진짜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생각한다면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은 집을 보러 갔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잘나가는 광고기획자로 상승세를 달리던 샤를은 정지한 엘리베이터에 갇혀 끝없이 하강하는 고통을 맛본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샤를의 처지는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의 불행은 애초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는 데 있다.


“그가 울부짖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접니까? 네? 왜 나죠? 당신이 불행하다는 건 이해합니다. 당신이 분풀이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요. 하지만 왜 날, 나를 갖고 이러냐고요!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이 아저씨가 아무 짓도 안 하셨다네! 그런데 그걸 자랑이라고 하는 거예요! 참 대단하시구먼……! 남을 위해 아무 일도 해본 적 없으면서 이제 와서 남이 자기를 위해 뭘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다니!」”


앙리프레데리크 블랑은 자본주의 자체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인간들에 대해 신랄한 경고를 아끼지 않는다. 다만 직유로만 짜여 있는 상징과 소통의 부재와 오해를 드러내기 위해 동원된 캐릭터들이 어딘가 전형적이고 작위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 (앙리프레데리크 블랑 지음 /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김미향 콘텐츠 미디어 랩 에디튜드 대표·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8월 28일(월) <스포츠경향> '출판숏평'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art_id=202308281453003&sec_id=56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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