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Jan 14. 2024

절망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법

《외롭지만 불행하진 않아》이소원 지음 l 출판사 꿈공장플러스 l 가격 1만3000원



10여 년이 지나 18세 때 탈북했던 경험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에세이입니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저자에겐 어린 시절에 이미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벌어졌어요. 그러나 저자는 조금의 자기연민도 없이 그저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스케치하듯 그려냅니다. 이런 묵묵함이 읽는 이에게 오히려 힘을 주지요. 우리는 모두 큰 상처는 저마다 가슴에 묻어둔 채 사소한 행복들에 기뻐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니까요.


저자가 아홉 살 때, 엄마가 행방불명 돼요. 엄마의 행방불명 때문에 경찰직에서 해고당한 아빠는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게 됐어요.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아빠는 재혼을 결심했고, 저자는 새엄마와 함께 살게 돼요. 다행히 새엄마는 좋은 분이었지만 엄마의 행방불명 다음 해에 아빠까지 선박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저자는 동생과 떨어져 외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돼요. 장사를 하며 돈을 벌고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 병간호도 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이모 집에서 다시 동생과 함께 지내게 되지요. 그러던 중 알고 보니 탈북해 중국에 살고 있던 엄마에게로 가게 돼요. 또다시 동생과 이별하게 된 거지요.  엄마는 중국에서 재혼해 새아빠와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자만 데려온 엄마는 무리해서 저자의 동생도 데려오려다 그만 북송(北送)되고 말아요. 다시 부모를 잃은 저자는 새아빠와 함께 살게 됩니다. 북송된 엄마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 보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아요.


이 일로 계속해서 새아빠와 갈등을 겪던 저자는 한국에 오기 위해 태국으로 건너가요. 안전장치도 없는 작은 배에 일곱 명이 타고 ‘악어의 강’을 건너 태국 교도소에서 생활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었지요. 이 모든 게 저자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에요.


결국 한국에 오는 데 성공한 저자는 하나원, 대안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합니다. 북한에서 초등학교를 중퇴했던 저자가 피나는 노력으로 한국에서 대학 교육과정까지 마친 거예요.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도 일기 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지요.   


이건 소설이 아니에요. 모두 저자가 실제 겪었던 일들이지요. 청소년기에 이처럼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을 너무나도 많이 겪은 저자는 역설적으로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네요. 자신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을 어둡지 않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손으로 짚어가며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다 보면 읽는 사람 역시 외로울 순 있어도 불행하진 않다는 걸 느끼게 돼요.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되기, 어떤 이별이든 오지 않길 바라기보다 그 상황을 잘 이겨내기! 저자의 단단한 메시지를 기억하세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1월 8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1/08/2024010800051.html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 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알라딘 http://asq.kr/XE1p

인터파크 http://asq.kr/PH2QwV

예스24 http://asq.kr/tU8tzB



매거진의 이전글 재미있는 새해 보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