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화양영화 16화

사랑해, 영화

- <헤일, 시저> 리뷰

by 김뭉치

대개 삶이란 누추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사는 것처럼 살고자 자꾸만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1950년대 할리우드의 영화들도 그러한 욕망에 의해 제작되었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그 시절, 만드는 사람에게나 보는 사람에게나 영화는, 생(生)이라는 지탱하기 어려운 무게를 가까스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환각제였다.



에디(조시 브롤린)는 낮에는 돈에 취하고 밤에는 술에 취하는 할리우드에서 하루하루 성실하게 자신의 책무를 다한다. 그는 매일매일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배우들 뒤치다꺼리를 하고 스튜디오 촬영 스케줄을 체크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한데도 꼬박꼬박 신부를 찾아가 “아내가 피우지 말라고 한 담배를 세 개비 정도 피웠어요”라는 고해성사까지 잊지 않는. 덕분에 새벽녘에 에디의 고해성사를 들어야 하는 신부는 죽을 맛이지만.


에디는 중간관리자로서의 능력도 인정받아 록히드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데, 여기서부터 그의 갈등이 시작된다. 지긋지긋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영화판을 떠날 것인가, 말 것인가. 에디는 햄릿처럼 고민한다. 삶의 터전을 ‘옮길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도 그럴 것이 에디는 이제 막 뜬 여배우가 포토그래퍼의 꾐에 빠져 포르노 사진을 찍는 것도 막아야 하고 경찰에게 뒷돈도 넣어줘야 하고 배우를 바꿔달라는 감독의 요구사항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며 스튜디오의 보물인 여배우에게서 곧 태어날 아이의 양육권 문제에도 관여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스튜디오의 대배우는 자칭 ‘미래’라고 주장하는 공산주의자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에디는 대배우의 몸값인 10만 달러를 마련하는 동시에 호시탐탐 가십거리를 노리는 쌍둥이 기자들에게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이 모든 상황을 태연한 척 넘겨야 한다. 에디의 부인이 “야근을 줄일 수 있으면 좋겠지요”라고 말하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언뜻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스토리는 실제 일어났음직한 일들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에디가 몸담고 있는 영화사 캐피틀은 1950년대 영화산업을 이끌었던 스튜디오 MGM을, 에디는 MGM에서 부사장까지 역임했던 하워드 스트리클링을 모델로 하며, 자신의 아이를 입양하는 여배우의 스토리는 로레타 영에게서 따 왔다. <헤일, 시저> 속 제작되는 영화들도 1950년대 당시 인기 영화들을 오마주했다. 딱히 작품성이 있다고는 할 순 없지만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영화들이 영화 속에서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코엔 형제가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영화를 즐겁게 가지고 논다고 여기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벤허>를 떠올리게 하는 성서 영화 <헤일, 시저>를 비롯해 수중발레 영화 <조나의 딸>, 감독과 배우(채닝 테이텀)가 큰 공을 들였을 것으로 보이는 뮤지컬 영화 <흔들리는 배>,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각색한 드라마 <즐겁게 춤을>, 서부영화 <게으른 달>까지 실로 다종다양한 영화들이 코엔 형제의 <헤일, 시저> 안에서 펼쳐진다.


영화 말미 10억 달러와 맞바꾼 대배우 베어드(조지 클루니)가 긴 대사를 읆는 장면에서 코엔 형제의 카메라는 영화를 촬영하는 스태프 한 명 한 명에게 감동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그리하여 코엔 형제는 <헤일, 시저>를 통해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우리가 영화를 왜 만드냐고? 만들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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