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집에 할아버지가 산다
일요일,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처음 보는 중년의 어르신 두 분이 옆집 할아버지의 행방을 물었다. 옆집 할아버지가 90세이신데 병원에서 퇴원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퇴원 후 할아버지의 소식이 궁금해 연락을 드렸으나 닿지 않아 직접 찾아왔노라고 하셨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그런데 최근 며칠간 옆집에서 들리던 티비 소리가 잠잠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렇다고 하고 남편은 아니라고 하니 무엇이 진실일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제 퇴근하면서 옆집 할아버지를 뵈었다. 이사 간 집에서 생활한 지 어언 9개월이 되었지만 나는 옆집 할아버지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 할아버지가 우리 집 문을 가리키며 환한 얼굴로 “여기 살아요?” 물으셨다. 나는 그렇다고, 일요일에 할아버질 찾는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그분들을 만났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네. 다행이네요. 푹 쉬세요.” 각자의 현관 앞에서 어색하지만 뜻 깊은 조우를 한 뒤 우리는 각자의 문으로 들어갔다. 들어서면서 할아버지께 우리 집에서 저녁이라도 드시라고 말씀 드려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할아버지는 아흔의 연세가 무색하게 정정해 보이셨지만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나는 도시의 익명성을 사랑한다. 내가 시골에서 못 사는 이유 중 하나가 익명성의 부재 때문이다. 나는 지극히 소심한데 은근히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라 남에게 간섭 받기를 싫어한다. 그 와중에 말도 잘하지 못해 말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긴다. 내가 허용하는 범주 외에 있는 사람들과는 대개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가도 누가 나한테 말 거는 걸 그렇게 못 견딘다. 특히 나와 성별이 다르다면 설사 호의라 하더라도 겁부터 낸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시어머니는 아파트에 사시면서도 위층, 아래층, 옆집, 10층 할머니 할 것 없이 다 어울려 지내신다. 먹을 것이 생기면 필요한 집에 가져다주고 혼자 사시는 아주머니, 할머니들께 심심하면 커피 마시러들 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어머니가 이사할 때는 이웃들이 너나할 것 없이 아쉬워하며 이사 선물을 주고 가기도 했다. 이번에 옆집 할아버지 사건을 겪으며 나는 내 삶의 태도에 대해 잠시 반성했다. 만약 할아버지가 잘못되시기라도 했다면, 하는 생각에 아찔해졌기 때문이다. 바로 옆집에 살면서 할아버지의 죽음조차 몰랐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황망했을지….
삶의 태도에 옳고 그름이란 없을 것이다. 각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면 된다. 다만 나는 앞으로 때때로, 옆집 할아버지의 안부를 궁금해 하며 살아갈 것 같다. 어떤 우연한 만남은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조금 돌려놓는다. 그렇게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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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