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혼자 있는 게 싫다고 했다

by 김뭉치

서울에 사는 동생 집엘 갔다. 동생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아빠와 따로 살고 있다. 아빠네 집엘 먼저 들르려다 동생네 집에 먼저 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미 아파트 복도에서부터 불콰하게 술에 취한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 아니, 멀쩡한 집 놔두고 왜 애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어들?


현관문을 열어젖힌 뒤 아빠를 보며 얘기했지만 사실 꼴 보기 싫은 아빠 친구를 향한 말이기도 했다. 아빠랑 아빠 친구는 취해서 내가 기분이 나쁜지, 좋은지 알 턱이 없었다. 빨리 나가라고 두 사람을 잡아 끈 뒤에 아빠 친구는 배웅하고 아빠는 아빠네 집에 밀어 넣었다. 한 차례 씨름을 했더니 힘들어서 씩씩대다 이제 갈 시각이 된 것 같아 짐을 들고 돌아섰다.


택시를 잡아 타러 가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 미처 인사도 다 하지 못하고 나온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 아빠, 나 동해 간다. 잘 있어.


아빠는 다 늦은 저녁에 왜 내려가냐며, 동해에 도착하면 자정이 넘을 텐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 했다. 여관방을 잡던지 어떻게 하던지 간에 서울에서 자고 가라고 했다. 아빠 말이 다 맞았고 나 역시 자정에 동해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갈 생각을 하니 깜깜했지만 동해 집에 혼자 있을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밤에 집에 혼자 있는 걸 유난히 무서워하곤 했다. 우리 집에 도둑이 세 번이나 든 전력이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엄마는 아마도 오늘 밤을 꼴딱 새울 것이다. 어린 시절 아빠랑 장흥에 낚시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아빠 친구들과 함께 낚시엘 갔는데 아빠는 어린 나만 데리고 갔다. 저녁에 돌아오겠다고 하고 나갔는데, 예상 외로 낚시는 길어졌고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 운전을 못해서 술이 깨면 가려다 보니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 사이 엄마는 한숨도 못 잔 채 우리를 기다렸다. 연락도 없이 외박을 한 아빠에 대한 화도 한 몫 했을 거다. 게다가 어린 딸자식까지 데리고 가 날밤을 샜으니 엄마가 분노의 밤을 지샌 게 고스란히 이해가 된다. 갑자기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엄마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동해에 내려가야 했고 아빠 말을 듣고 보면 또 아빠 말이 맞는 것도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화기를 들고 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서 있었다.


꿈속의 카메라가 페이드 아웃되며 나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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