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지나 천국으로 걷기

by 김뭉치

숨 참고 소원도 빌었니. 동생의 음성에 눈을 떴다. 터널을 지나는 내내 눈을 감고 숨을 참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터널은 길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그 미신을 믿지도 않았었다. 단지 매달려 있었을 뿐. 붙잡고 있었을 뿐.


여기까지 오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 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생만으로도 버거운데 네 사람의 생이 휘청였다. 각자의 생과 생이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아직은 서로 용서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데. 이해하기도 쉽지 않지만 이해가 정답이 될 수도 없을 텐데. 손을 잡는다면, 그 생은 조금이라도 단단해질 수 있을까. 한 달 보름 동안의 입원비를 수납하면서도 머릿속은 심하게 팔딱거렸다. 고통이 나와 하나가 되었듯이 이 거슬리는 두근거림도 내 안에 녹아내려 합쳐질 수 있을까.


담배 연기가 허공중에 흩어진다. 아빠가 태우는 라일락이다. 아빠의 흔적은 병원 매점에도 남아 있어서 한 달 보름 동안 십만 원어치가 넘는 라일락을 태웠다. "때때로 캐러멜 맛이 혀끝을 감도는 스카치 캔디도 사 드셨다"는 매점 아주머니의 말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나는 아빠처럼 도넛 모양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담배는 아빠에게 배웠다. 엄마가 외출한 새 노란 겨드랑이 털을 지닌 여자가 나오는 외국영화를 보면서 일곱 살의 나는 아빠에게 담배를 배웠다. 켁켁거리는 나의 등을 몇 번 토닥이며 아빠는 도넛을 세 번이나 만들어주었다. 어린 나는 깔깔거리며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쳤다. 그 도넛 때문에 나는 내 마음에 진짜 큰 도넛이 생겼어도 이 또한 흩어지는 연기가 될 거라 웃어넘길 수 있었다. 가슴 한가운데에 도넛처럼 뻥 뚫린 구멍이 연기처럼 사라질 때 비로소 나는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담배도, 두근거림도,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나를 옥죄어오는 그 무엇도.


정문으로 아빠가 걸어 나온다. 엄마와 동생이 저만치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햇살 속에 휘청이는 아빠의 모습이 눈부시다. 따가운 햇볕 속에 쪼그라드는 눈을 애써 치켜뜨고 천천히 아빠에게로 걸어간다. 돌아가는 길에 맞닥뜨리게 되는 터널에서 절대 눈을 감지 않아야지. 숨을 참지 않아야지. 소원도 빌지 않아야지. 그저, 눈을 부릅뜨고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아야지. 저들과 함께 딱 한 번만 터널의 빛을 볼 수 있다면….





6년이 지나 나는 여전히 걷고 있다. 아빠와 엄마와 동생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연기처럼 사라졌고 부유하는 공기 속에서 다만 엄마를 느낄 뿐이다. 그래도, 걸어야 할까.


걸어야 한다. 걸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걷는 것 외에 무얼 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하므로.


여전히 나는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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