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도 슈퍼가 있나요?

- 그토록 좋은, 엄마

by 김뭉치

남편이 앞장을 섰다. 동생과 나는 양쪽에서 엄마 손을 잡고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남편은 간단하게 슈퍼에서 맥주 한잔 하며 노닥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엄마는 머리칼을 짧게 치고 탱글탱글하게 펌을 한 상태였다. 지난 꿈에서보다 살이 좀 붙었는데, 나빠 보이지 않고 좋아 보였다. 결핵을 앓기 전 생전의 엄마 모습 같았다.


우리는 외관과 내관이 온통 하얀 슈퍼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횟집처럼 바닥에 좌식으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우리는 한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기본안주로 추억의 과자 논두렁이 나왔다. 엄마는 논두렁을 오도독 오도독 씹으며 즐거워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우리의 단란한 한 때였다.



KakaoTalk_20180903_234135078.jpg 엄마는 논두렁을 오도독 오도독 씹으며 즐거워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우리의 단란한 한 때였다



덧. 엄마가 돌아가신 지 엊그제가 딱 100일째였다. 100일제를 지내러 고향에 내려가려 했는데 병들이 발목을 잡았다. 엄마가 겪었을 아픔을 이토록 느리게, 또한 뼈저리게 느끼면서 속상하고 죄송해서 제발 꿈에 나와달라고 빌었는데 101일째, 엄마가 꿈에 나왔다. 마치 나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잘 먹고 있다고, 난 괜찮으니 내 걱정은 말라는 듯. 엄마는 꿈속에서조차 너무나도 나의 엄마여서 딸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애써 걸음 하셨나 보다.


보고 싶은 우리 엄마… 다시 태어나도 난 엄마 딸로 태어날 테다.


우리 엄마는 그토록 좋은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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