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엄마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습니까?

by 김뭉치

엄마는 아빠에게 불만이 많았다. 엄마가 몇십 년 전 과거를 두레박으로 긷듯 끌어올리는 걸 보면 나도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편으론 얼마나 쌓인 게 많았으면 저렇게 화수분처럼 끝도 없이 과거지사가 흘러나오나 연민을 느끼기도 했다. 엄마가 아빠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뭐든지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집 남편들은 장도 부인과 함께 보고 놀러도 함께 가고 심지어 계모임에도 부부 동반으로 간다는데 우리 집은 어찌 된 게 늘 따로따로냐고 엄마는 말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늘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정말이지 서운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밖에서는 외향적인데 집에서는 대인기피적이라 할 만큼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아빠는 늘 방문을 닫아걸고 혼자 있었다. 묻는 말에도 대답이 없을 만큼 말이 없는 아빠는, 이상하게 술만 마시면 말이 많아졌다. 그런 때에 아빠는 외롭다고 했다. 여자 셋이서만 하하호호 재미있게 지낸다며 본인을 따돌리는 건 아니냐고 했다. 황당했다. 방문을 닫은 건 아빠 아니었던가.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던 건 아빠 아니었냔 말이다.


엄마는 힘들어했다. 남편이라고 있으면 의지가 되어야 하는데 남편의 대인기피증이 집안일은 뭐든 엄마 혼자 알아서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사할 집도 혼자 알아보고 계약서도 혼자 쓰고 남편의 떼인 월급도 혼자 받아냈다. 수줍음 많고 소녀 같던 엄마가 세월이 흐르면서 뭐든 알아서 하게 된 데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나는 두려웠다. 엄마처럼 살게 될까 봐 무서웠다. 때때로 그런 삶을 생각하면 숨이 막혔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듯했다. 엄마처럼 살기 싫었고 아빠 같은 남자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언제부터였는지 나는 아빠 같은 남자는 절대 만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실패를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면 대개의 사람들이 그 길을 택하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러했다. 때때로 나는 애인들에게 아빠의 못마땅한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애인들 중 누군가가 우리 엄마를 힘들게 했던 아빠 같은 모습을 모이면 화들짝 놀랐다. 나는 엄숙한 태도로 애인들에게 선언했다. "지금 네 행동은 내가 싫어하는 우리 아빠의 모습과 판박이야." 애인들이 들을 수 있는 최대의 욕이었고 모두들 그 말만은 듣기 싫어했다. 아빠 역시 나에게 자신 같은 남자는 만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코미디고 난센스지만 실제로 그러했다. "소주 두 병 이상 먹는 남잔 절대 만나지 마." 술 때문에 엄마를 어지간히 고생시켰던 아빠는 딸이 아빠처럼 술고래인 남자를 만나 고생할까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


때때로 나는 소리 내어 엄마를 부르고 싶었다. 사랑이 다 뭐고 결혼이 다 뭘까 싶던 건 결혼 직전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30여 년째 결혼생활을 지속한 엄마가 그저 대단해 보인다. 어쨌거나 나의 부모는 끝내 헤어지지 않았으니까. 그것이 잘된 결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 밤에 자다 깨어 거실로 나갔더니 슬립만 입은 채 아빠와 꼭 끌어안고 자던 엄마의 모습을 보았던 생각이 났다. 그때 엄마 아빠는 각방을 썼는데 둘이 그러고 같이 있는 모습을 보게 되니 참으로 당황스러웠더랬다. 그리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 그 당황스러움은 어쩐지 야한 느낌을 주는 그 모습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아닌 바로 내 부모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엄마 아빠는 그때 나만큼 당황하지 않았던 듯싶었다. 어쩌면 이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꿈에서 내가 보았던 풍경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곧잘 그러하지만 나는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늘 그 경계에 서 있던 삶이었다.


엄마.


부르다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은 단어. 약을 찾는 엄마의 엉금엉금 한 무릎걸음이 떠올랐다. 어떤 병에 걸리면 낫기 위해 그 병에 해당하는 십삼 알 분의 삶을 삼켜야 한다. 삼켜내야 한다. 그마저도 한 병의 무게다. 병들의 무게는 엄청나서 엄마는 도저히 다시 설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지나간 삶의 스산함은, 늘 가장 최악인 것처럼 보였던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보다 낫다는 것이다. 매일 최악의 순간을 감내하지만 지나고 나면 최고의 순간들. 역설의 무게에 질식할 것 같은 순간. 그 순간에 꾸던 꿈속에서 쌀은 눈처럼 떨어졌다. 누런 쌀을 걷어내니 흰쌀들이 나왔다. 어떤 날은 잠에 들자마자 깨어났고 밤이 되자마자 아침이 됐고 집에 오자마자 출근을 했다. 빛이 아롱지며 손톱 위에 떨어졌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부터 나는 눈을 내리깔고 걷는 버릇이 생겼다. 기온이 한없이 낮춰져 있었다. 봄이지만 겨울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늘 오한이 든 것처럼 몸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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