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는 활자가 완전히 부재한, 그녀 자신의 감각과 본능으로 구성된 비밀스러운 세계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갔으리라.
- p. 6
과수원의 수선화 위로 다소 거센 바람이 불고 금빛 바다가 출렁거렸다. 구름은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했고, 그에 맞춰 정원에는 한순간 겨울이 닥쳤다가 다음번에는 불안한 여름이 찾아왔다. 이런 칙칙한 변화 사이사이, 자두나무에 꽃이 피어나는 대신 눈이 내려 생목 울타리를 하얗게 물들이기도 했다.
겨울은 창문가에서 멈췄다. 태양은 여름철에나 볼 수 있을 법한 반짝이는 햇빛을 들여보내 기분 좋은 온기를 불러일으켰다. 재클린 커버데일에게는 반소매 드레스를 입고 아침 식사를 하기에 충분한 온기였다.
- p. 9
조지는 매력적인 재클린을, 피부가 희고 날씬하며 리지 시덜(엘리자베스 시덜. 라파엘 전파 화가들의 모델로 유명하며, 그녀 자신 또한 그림과 시를 여러 편 남겼다)처럼 성숙한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금발은 짧고 윤기가 흘렀다. "또 찾아보면 되죠. 내가 바보 같다는 거 알아요, 조지. 하지만 난 우리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는 헛된 상상을 해요. 멋진 저택의 가사일을 기꺼이 맡아 주려는, 적당히 교육받은 사람이면 좋을 텐데."
- p. 9
하지만 그들은 자일즈가 본능적으로 아는 사실, 이기심이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임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 p. 62
조앤은 이렇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녀는 똑똑한데다 경험도 굉장히 풍부한 여자였다. 만일 조앤이 이를 알고 있었다면, 유니스에게 폭탄을 던져 그녀를 끌어내는 일은 그녀와 소원해질 위험 없이 엄청난 즐거움을 안겨 주는 유희인 셈이었다. 즉 그녀는 사람들이 죄인이기를 바랐다. 죄인들이 없으면 그녀는 현자가 될 수 없었으니까.
- p.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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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