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색조에 대해 쓰기

by 김뭉치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했어? 페소아가 속삭였다.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했지. 알바루 드 캄푸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자네를 용서하네. 페소아가 말했다. 내 자네를 용서하지. 난 자네가 평생 이론만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아니야. 캄푸스는 침대로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나는 삶도 사랑했어. 비록 미래주의적이고 광폭한 송시들에서 내가 허풍을 떨었고, 내 허무주의 시들에서 모든 걸, 심지어 나 자신마저 파괴했어도, 삶 속에서 고통스러운 의식과 함께 나 자신도 사랑했다는 걸, 자넨 알아주었으면 해.
페소아가 손을 들어 비밀 신호를 했다. 그리고 말했다. 자네를 용서하네, 알바루. 영원한 신들과 함께 가게나. 자네가 사랑했다면, 그게 오직 단 하나의 사랑이었다 해도 자네는 용서받았어. 자네는 인간적인 사람이고, 내가 용서하는 건 자네의 인간성이니까.
- p. 21
작년에 나는 숱하게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아침마다 새벽 창가에서 도시 위로 빛이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았고, 리스본의 수많은 새벽에 대해 묘사했지요. 거기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빛의 색조에 대해 쓰기란 어렵지만 나는 해냈어요. 낱말들로 그림을 그렸지요.
- p. 42
이제 떠날 시간이에요.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이미지들의 극장을 떠날 시간입니다. (중략) 내 삶을 산다는 것은 바로 무수한 삶을 사는 것과 같았어요. 이제 피곤해요. 내 촛불은 소진되었어요.
- pp. 58-59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 어떤 정신착란, 안토니오 타부키 선집 7, 김운찬 옮김, 문학동네, 2015년 7월 30일 초판 1쇄, 오프셋, 양장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언제나 아무것도 아닐 거야
나는 무언가가 되는 것을 원할 수도 없어.
하지만 내 안에 세계의 모든 꿈을 품고 있지.
내가 무엇이 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내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되어볼까?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걸!
그리고 너무나 많은 이들이 같은 것을 생각하는걸, 우리는 모두 그것이 될 수 없어!
천재? 이 순간에도
수백 수천의 뇌들이 나처럼 스스로 천재라고 꿈꾸고 있어,
그리고 역사가 단 한 명도 기억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저들의 상상 속 승리들은 오물더미에 쌓아지고 있어.
아니, 나는 나 자신을 믿지 않아.
정신병원은 확신들로 가득찬 미치광이로 가득하지!
내가, 어떤 확신도 없는 내가, 더 옳을까, 덜 옳을까?
아니, 나조차도 아니야...
얼마나 많은 세상의 다락방과 다락방이 아닌 곳에서
스스로 확신에 찬 천재들이 이 순간 꿈꾸고 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숭고하고 고귀하며 정신 나간 포부들이
-그래, 정말로 숭고하고, 고귀하며 정신나갔고,
어쩌면 이룰 지도 모르지-
빛을 다시는 보지 못하거나 그걸 들어줄 이들을 찾지 못할까?
세상은 정복하기 위해 태어난 자들을 위한 것이야,
정복할 수 있을 거라고 꿈꾸는 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옳더라도 말이지.
나는 꿈 속에서 나폴레옹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루었어.

- 페르난두 페소아(필명 : 알바루 데 캄푸스), 「담배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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