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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Sep 15. 2018

폭력의 종말

『종말 문학 걸작선 1』- 스티븐 킹, 「폭력의 종말」리뷰

1999년 말, 세상은 세기말의 분위기로 떠들썩했습니다. 세기말을 다룬 영화, 문학 작품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초등학교에 다녔고 6학년이었는데, 2000년에 과연 무사히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대로 세상에 종말이 오면 어쩌나,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중학교 입학 배치고사를 위해 문제집을 풀었고 조성모가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할지 관심을 기울였고 친구들과 오랜 시간 통화를 하며 일상을 살아냈습니다.




요즘 『종말 문학 걸작선 1』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18년 전의 분위기가 떠올랐어요. 어느 날 제 방을 서성이며 친한 친구와 세상이 과연 멸망할까, 그렇지 않을까 이야기를 나누던 통화의 기억이요. 선집의 첫 번째 단편은 스티븐 킹의 「폭력의 종말」입니다. 이 단편은 스티븐 킹의 장편들에 가려져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미국 케이블 채널인 TNT에서 이 단편을 바탕으로 동명의 TV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약 45분의 러닝타임으로, 유튜브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스티븐 킹 외 지음, 『종말 문학 걸작선 1』, 민음사, 2008, 12000원


소설은 프리랜서 작가인 하워드 포노이의 마지막 원고입니다. 하워드는 자신의 천재 동생 바비가 어떻게 인류를 종말로 이끌었는지 이야기합니다. 인류의 폭력성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던 바비는 선의로 폭력의 종말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바비가 이끌어낸 건 다름아닌 인류의 종말이었죠. 처음엔 동생의 천재성을 왜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얘기하나 싶었고, 하워드의 질투가 종말을 초래하는 건가 궁금했는데요. 다 읽고 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비추어 볼 때 동생의 천재성을 의심할 수 없었던 하워드의 반성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TV 드라마는 9.11 테러를 끌어오고 미디어의 성격에 맞게 비디오카메라로 하워드가 고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소설은 텍스트라는 성격에 맞게 전동타자기로 고백의 원고를 써 내려가는 구성입니다. 여기서 소설적 묘미가 나오는데 죽어가며 정신이 온전치 않은 하워드가 끊임없이 뱉어내는 오타들이 그것입니다. 말미에 가면 말도 안 되는 오타들이 속출하는데, 의외로 그걸 읽는 쾌감이 있더군요.




스티븐 킹 옹은 멋진 사람이고 그의 단편도 멋집니다. 확실히 읽는 맛이 있어요. 이야기는 재미있고요. 애초에 이 선집을 기획한 존 조지프 애덤스가 왜 킹의 단편을 맨 앞에 배치했는지 이야기하는 글도 있는데, 그 글 역시 재미있습니다. 실제 「폭력의 종말」을 읽고 다음 단편들이 기대되기도 했고요. 킹 옹의 다른 책들, 특히 스스로 가장 좋아한다고 한 『리시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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