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의 눈

by 김뭉치
체스터턴처럼 온화하고 상냥한 사람이 사물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꼈던 비밀스러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그가 드러내고 싶지 않았어도 그 사실을 증명해 보여 준다. 그래서 그는 정원의 나무들을 쇠사슬에 묶인 동물들에 비유했고, 대리석을 딱딱하게 굳은 달빛에, 황금을 차갑게 언 화형대에, 밤을 세상을 덮은 구름이나 눈들로 만들어진 괴물에 비유했다.

체스터턴은 카프카나 포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용기 있게 행복을 선택했다. 아니면 행복을 발견한 척했다.

추리소설은 모든 문학 장르들 가운데 가장 인위적이며 놀이에 가장 가까운 장르이기 때문이다. 체스터턴 자신이 직접 소설은 얼굴 놀이이며 추리소설은 가면 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이 있고 추리소설 장르가 쇠퇴할 가능성이 있다 해도 체스터턴의 소설들은 꾸준히 읽힐 것이다. 왜냐하면 불가능하고 초자연적인 사실을 암시하는 미스터리한 신비는 마지막 몇 줄이 우리에게 주는 논리적 해결만큼이나 흥미롭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을 쓰기 전에 체스터턴은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그의 모든 소설들은 인상적일 만큼 시각적이다.

문학은 행복의 형태들 가운데 하나이다. 아마 체스터턴만큼 내게 행복한 시간을 많이 안겨 준 작가는 없을 것이다. 난 그의 신학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신곡>에서 영향받은 그의 신학도 함께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둘 다 체스터턴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안다.

- 보르헤스의 서문 중


그로크 사령관은 진정한 프로이센의 군인이었던 만큼, 전적으로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뼛속 깊이 산문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단 한 줄의 시도 직접 읽어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바보는 아니었다. 그에게는 군인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뛰어난 현실 감각이 있었고, 덕분에 실용적인 정치인들처럼 어리석은 실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오로지 그 비전들을 미워할 뿐이었다. 그는 한 명의 시인이나 예언자가 군대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시인들이 죽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시가 위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그가 시에 대해 갖는 단 하나의 긍정적인 평가였다. 그는 진심이었다.
- 계시록의 세 기병 중


이 호텔은 혼란스러운 상류사회의 산물인 '배타적인 회원제' 방식의 사업체라 할 수 있었다. 즉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배척함으로써 돈을 버는 곳이었다. 금권주의 정치가 한창이던 무렵이라, 사업가들이 고객들보다 더 까다롭게 고객을 가림으로써 돈을 벌 정도로 교활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제한 조건을 만들어 냈고, 권태로워하던 부자 고객들은 그 조건들을 충당하기 위해 돈과 외교적인 수완을 발휘하며 재미를 느꼈다.


"정말 이상한 일 아닙니까? 그렇게 많은 부유하고, 먹고 살 걱정이라곤 없는 사람들이 냉혹하고 천박한 삶을 유지하면서도 하느님이나 타인들에게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마당에, 도둑과 부랑자들만 죄를 뉘우쳐야 한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범죄란 건, 다른 예술 행위와 다를 바 없죠." 신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 말에 그렇게 놀라실 필요는 없어요. 범죄만이 지옥과 같이 고통스러운 작업실에서 나오는 예술 작품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모든 예술 작품에는, 그것이 신성한 것이든 악마적인 것이든, 한 가지 필수적인 표식이 새겨져 있지요. 무슨 말인가 하면, 그것의 핵심은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는 거죠. 그 완성된 모습이 아무리 복잡하다 하더라도 말이죠. 예를 들자면 <햄릿>에서, 무덤 파는 사람의 괴상망측함이나, 미친 소녀의 꽃들, 오즈릭이 입고 나온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옷이라든가, 창백한 얼굴의 유령과 해골의 미소들은 검은 옷을 입은 한 평범한 남자의 비극적인 모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효과 장치들에 불과하다는 거죠.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의 주변을 둘러싼 분위기가 얼마나 불길하고 기괴한가를 보여주려는 거죠. 그러니까, 이번 사건 또한..."


"맞아요. 신사가 되는 건 정말 힘든 일이 틀림없어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종업원이 되는 것도 그만큼이나 힘든 일이라는 거. 저는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답니다."

- 이상한 발소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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